• 서울도시철도, 언론보도 중징계 방침
    By 나난
        2010년 04월 02일 02: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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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도시철도공사(사장 음성직)가 언론 보도를 이유로 노조 간부 4명에 대해 중징계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 취재 과정에서 공사 홍보실과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는 게 징계의 이유다.

    공사는 지난 26일 이들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었으며, 노조(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위원장 허인)에 따르면 2일 징계 결과가 나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사 관계자는 "징계 절차가 현재 진행 중으로, 오늘 발표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결과는 당사자들에게 직접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조는 “심각하게 훼손된 노동조건에 대한 현장의 불만을 억누르고 실상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철저히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징계결과가 확정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6일 징계위, 결과는 당사자들에게 통고 예정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 2일 <매일노동뉴스>가 보도한 "고강도 구조조정에 치이고 무인자동화 시스템에 밀리고"란 제목의 기사다. 당시 이 매체는 도시철도공사 방화차량기지 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취재했으며, 해당 기사에서 구조조정과 무인화 등으로 발생한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당시 이를 취재한 기자와 현장 취재를 도운 조합원은 강화된 노동통제로 위축된 조합원들의 상황을 고려해 기자의 동행을 알리지 않았다. 공사는 이를 문제 삼아 보도 다음날인 3일 감사일에서 방화차량기지를 방문해 소장 및 조합원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으며, 지난달 25일 차량본부장 등 조합원 4명에게 취업규칙 제6조 성실의무를 들어 감봉 처분을 요구하는 징계의결요구서를 통보했다.

    공사는 징계의결요구서에서 “취업규칙 규정에 따라 직원은 법령과 제규정 및 직무상의 명령 지시를 준수하며 항상 공사를 보호하고 부과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면서 “공사 직원 신분으로서 언론기관 취재 요청시 공사에 대한 부정․비판․왜곡 보도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공사 홍보실과 사전 협의해야 하는 방침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취재기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 직원의 신분으로서 마땅히 준수해야 할 직무상의 명령지시를 고의로 위배하고 오히려 <매일노동뉴스>라는 언론기관의 기자들을 섭외하고 무단으로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대내외적으로 공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했다”고 밝혔다.

    사측, "대내외 부정적 이미지 줘"

    노조에 따르면 공사는 해당 매체에 기사가 보도된 이후 “언론기관 취재 요청 시 각 부서(현장)의 대응 절차를 확립하여 부정․비판․왜곡보도를 사전에 예방하는 등 위기관리 대응” 방안으로 ‘언론 취재 시 대응처리 지침’을 내렸다.

    지침에 따르면 공사는 모든 언론취재 응대시 홍보실과 사전 협의 후 촬영 협조 및 취재를 진행할 것으로 밝혔다. 또한 시사고발 프로그램 및 공사에 대한 비판적인 뉴스 제작과 관련한 촬영일 경우 홍보실 직원 입회 후 취재 및 촬영 진행할 것으로 지침으로 내렸다.

    노조는 “지난 1월 29일 이뤄진 <매일노동뉴스> 취재는 당시 방화차량지부 현장 활동 계획이 있는 것을 확인하여 차량본부 현장활동시 동행하여 취재하기로 결정했다”며 “<매일노동뉴스>의 기사는 노동조합의 대언론 홍보활동의 일환으로 공동기획된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음성직 사장 취임 이후 강화된 현장통제 속에서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조합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동조합의 현장조사’라는 이름으로 현장취재에 임했던 것이므로 현장 조합원들은 <매일노동뉴스>와 관련된 사실을 사전에 전혀 인지할 수 없었다”며 “그런데도 공사는 현장조합원들에 감사실 조사까지 벌이는 것은 무리한 조사일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 "노조 홍보활동 일환, 조합원들은 취재 사실 몰라"

    부정․비판적 의견에 대한 공사의 징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사내망 노동조합 열린마당에 공사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몇 차례 올린 전직 노조 간부 정 아무개(42) 씨가 중징계를 받는 일도 있었다.

    정 씨는 당시 “회사생활과 봉사활동을 구분도 못하고 쉬는 날에도 불러내 일시키고 돈 안 주는 사장은 저질이다”, “스토리홍보가 사장을 위한 전시광고이며 사장의 출세를 위한 행보다” 등의 글을 올렸다. 이에 공사는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공사 사장을 모욕하고 공사의 명예를 비방했다”며 해임보다 한 단계 낮은 강등처분을 내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노동조합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직원용 게시판에 “사장놈”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해임처분을 받았다. 이후 그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정직 2개월로 징계가 경감됐다.

    노조는 공사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부정적 의견 표출에 대한 징계 조치 등에 대해 “음성직 사장 재임기간동안 심각하게 훼손된 노동조건에 대한 현장의 불만을 억누르고 실상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철저히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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