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의 유혹 vs 욕설의 정치
    2010년 04월 01일 02: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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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과 실종자 수색 및 구조가 지연되면서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는 가운데, 남북한 당국이 거친 말들을 쏟아내 더욱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군당국은 이번 사고와 북한 사이의 관계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북한 개입설’을 언급하고 있다. 북한도 이에 질세라 남측에 위로의 말을 전하지 못할망정 연일 거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다가 이미 좌초 위기에 놓인 남북관계마저 침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든다.

‘좌초’ 위기 남북관계 침몰 우려

사고 초기에 북한과의 연계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청와대는 3월 31일 “현재로서는 북한의 개입 증거가 확실하게 드러난 것이 없지만, 만약 증거가 나올 경우 단호한 대응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태영 국방장관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이 과거에 설치한 기뢰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을 암시하면서 “북한이 어떤 짓을 해 놓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침묵)할 수도 있고, 또 오해를 안 받기 위한 행위이거나 도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일시적으로 보수파를 달래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 천안함 침몰사고가 6.2 지방선거의 악재로 작용할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사고 원인이 내부 요인으로 밝혀질 경우 문책을 피할 수 없는 군당국이 ‘북한 개입론’을 통해 사고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들은 남북한의 불신과 적대감을 악화시켜 향후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역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임박설이 나오는 등, 한반도 정세의 급변이 예상되는 시점에 북풍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면, 정작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해진 시점에 한국 외교의 손발을 묶게 되는 자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사고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기 이전까지 북풍론에 현혹될 정도로 어리석지도 않다.

북한의 언행도 큰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의 노동신문은 3월 31일 한미 합동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 연습을 ‘북침전쟁연습’으로 규정하면서 “미제와 남조선 괴뢰 호전광이 북침전쟁의 불을 지른다면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적개심과 멸적의 의지로 복수의 불벼락을 들씌워 침략의 무리들을 바다에 수장해 버리고 말 것”이라며 거칠게 비난했다.

이에 앞서 조선중앙방송은 3월 29일 “미제와 남조선 괴뢰 호전광들이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의 일환으로 조선서해 해상에서 북침전쟁연습에 광분했다”고 주장했다.

북, ‘우리민족끼리 정신’에도 어긋나

북측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비난해온 것을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남측 정부와 군당국에서 북한 개입설을 언급하는 것에 강한 불쾌감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남측이 천안함 침몰로 큰 충격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 ‘수장’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면서 노골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은 외교적으로도 결례일 뿐만 아니라 북한 스스로 말하는 “우리민족끼리” 정신에도 어긋난 것이다.

이러한 남북한의 언행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로를 대하는 양측 당국의 태도는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남측 보수파는 무슨 일만 생기면 북한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북풍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 당국도 남측에 무슨 일이 생겼든 아랑곳하지 않고 비난과 위협부터 가하고 보는 ‘욕설의 정치’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렇듯 상호간에 최소한의 예의조차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보면서 차라리 ‘침묵이 금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전화위복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적어도 서로를 자극하는 표현은 자제해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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