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더라 통신’에 맡겨진 한반도 운명
        2010년 03월 31일 05: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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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가 해군 초계함 침몰 사건으로 국정운영과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 받고 있다. 청와대의 사건 초기 대응은 신중했다. 지난 26일 밤 초계함 침몰 소식이 알려지면서 언론들이 속보경쟁을 통해 미확인 보도를 쏟아냈지만, 청와대는 냉정을 유지했다.

    북한 연루설도 분명한 선을 그었다. 팩트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언급은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신중대응에 보수진영은 부글부글 끓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와 자신에게 불리한 사건만 터지면 숨어버린다”고 비판했다. 보수신문을 중심으로 기뢰 폭발설 등 북한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자 청와대와 정부 대응 흐름은 바뀌었다.

    국방부가 북한 기뢰 폭발에 무게를 싣더니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반잠수정 어뢰 공격설까지 거론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 하나하나에 국민은 혼란과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 지난 29일 천안함 실종자가족이 평택 해군제2함대사령부 본관건물로 진입을 시도하며 사령관 면담과 조속한 생존자수색을 요구하자 사령부군인들이 막아서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군과 관련한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핵심 의문에 대한 정보 통제는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은 “천안함이 평소 다니지 않았던 수심 얕은 백령도 뭍까지 간 진짜 이유와, 속초함 경고사격의 정확한 이유, 통신기록 미공개와 부상자 함구령, 한미합동훈련과 천안함 관련 여부 등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큼의 답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당국자가 추측성 발언을 그것도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게 쏟아내는 상황은 국가 위기대응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정부가 북한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워 정치적 위기를 탈출하려 한다는 의혹도 적지 않다. 북한 책임론으로 방향을 이동하는 정부 움직임이 성공한다면 ‘대형 악재’의 비판 여론을 밖으로(북한 쪽으로) 돌리는 데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적 비판을 중단하고 국력을 모아야 한다는 여권 논리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뢰 폭발이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해도 사건 실체 확인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언론의 지적이다. 동아일보는 30일자 1면 <“기뢰 의한 폭발 결론 내려도 북한소행 입증하긴 어려워”>라는 기사에서 정부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결국 이 사건은 영구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경향신문도 30일자 4면 기사에서 “명쾌한 설명이 불가능해질 경우 ‘출처 불명의 기뢰 등에 의한 사고’라는 최종 조사결과 발표가 나올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까지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북한 연계설이라는 ‘북풍 몰이’에 곁눈질을 하는 배경을 놓고 정치적 이해가 담긴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민심 흐름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민감한 사안이다. 정부가 ‘카더라 통신’ 수준의 대응으로 한반도 운명을 위기 상황으로 내몰 경우 역풍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문화일보는 30일자 9면 기사에서 “북 도발설이 계속 확산될 경우 정부는 사고에 대한 책임은 덜겠지만 선거를 앞둔 ‘제2의 북풍’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30일 논평에서 “정부는 천안함의 침몰 원인에 대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고 했지만, 구조된 장병들을 격리하고 함구령을 내리는 등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양상”이라며 “천금보다 소중한 우리 젊은이들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정부는 이에 대해 만에 하나라도 숨기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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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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