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누구를 '왜곡'시키는가?
        2010년 03월 30일 05: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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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에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왜곡’이라는 유령이. 이 유령은  같은 기자가 쓴 두 기사를 두고, 하나는 "의도적으로 왜곡되었다" 평가 내리고, 다른 하나는 "공정하고 정확하다"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두 기사 모두 진보신당,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인용하고, 상대방의 반응이 포함되었다.

    그럼에도 이 외눈박이 유령은 유독 한 기사에 대해서만 “왜곡되고 편파적인”이라고 비판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심지어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특정 정당의 이익만을 위해 ‘왜곡보도’를 자행한 기자임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왜곡’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외눈박이 유령

    하지만 기자는 근거없는 왜곡보도를 쓰지 않았다. 3월 26일, 진보신당 관악구 당원협의회가 보도자료 발표했고, 그 보도자료를 기본으로 보강 취재해 그들의 주장을 압축해서 기사화했으며, 기사 내용과 직접적이고 중요한 관련이 있는 ‘관악유권자연대’와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취재해서 보도했다.  보도자료 내용은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의 부정한 선거 행위에 반발해 유권자연대를 탈퇴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민주노동당 게시판에 그대로 옮긴 당원들도 기사에서 언급된 ‘관악유권자연대’의 입장을 인용하며, 진보신당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사는 “진보신당만의 입장을 얘기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왜곡 보도”라고 비난받았다.

    일단 기자가 쓴 기사는 ‘진보신당만의 입장’을 보도한 것이 아니라, 유권자연대의 입장도 충분하게 전달해준 것으로, 위의 글은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부당하고 왜곡된 평가다.

    민주노동당 관악 측에서 이 기사가 ‘왜곡’되었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다름 아닌 ‘관악유권자연대’가 진보신당 요구대로 소속 후보를 제명시키지 않았고, 선거인단의 모집과정에 의도적인 부정이 개입되었다 보기 어렵다고 결정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서도 26일 기사에서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이 마감 직전 대량의 회원명부를 제출하자 조사 요청이 왔고, 우리 역시 100여 명에 대한 확인작업을 거쳤지만 문제될 것이 없었다(중략) 문제가 되었던 회원들도 다시 입장을 바꿨고, 회원을 많이 모집하려다 보니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을 통해 회원을 모집한 것으로 예상될 뿐, 의도적인 부정이라 보기 힘들었다”는 유권자연대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또한 무엇보다 진보신당이 유권자연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이상 유권자연대 역시 ‘관련자’ 중 하나로 봐야 한다. 민주노동당 관악의 주장처럼 ‘유권자연대가 이런 결정을 내렸으니, 그것이 곧 진리’라고 볼 수는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왜곡된 이메일 내용

    기자는 민주노동당의 반발이 이성적으로 이해되지 않지만, 감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구석도 없지 않은 비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관악이 30일 당 게시판에 올린 “<레디앙>에 대한 정정, 반론보도 및 공식사과 요구 진행 경과”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 게시판에는 기자가 ‘잘못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 나왔기 때문이다.

    게시글에는 민주노동당 관악과 기자가 주고받은 메일 내용이 인용되어 있다. 그런데 이 중 기자가 “기사가 편파적이거나 왜곡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부분은 제외되고, “편집국 소관이다. 미안하다”는 식으로 ‘왜곡’ 편집되었다.

    당시 관악구 위원회와 주고 받았던 해당 메일의 전말은 이렇다.

    수고많으십니다.
    레디앙에 전화를 걸었더니 연결이 안되어 부득이 메일로 보냅니다.

    "민노, 부정 선거인단 조직적 모집 이런 모습 안 보려고 라선 건데"
    [관악] 진보신당, 연대기구 탈퇴…유권자연대 "공식 사과를"

    위 제목의 기사를 3월26일부터 게재하고 있는데, 이는 진보신당측의 보도자료에만 근거하여 작성된 일방적, 편파적, 의도적 기사입니다. 쌍방의 사실관계를 당연히 확인하고 그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것이 공정 언론의 기본 자세 아닙니까?

    또한 맨 하단 기사부분에 "한편 민주노동당 관악의 선거대책본부장인 이동영 구의원은 “내부적으로 확인 중”이라고만 말했다"는 사실과 다릅니다.

    제 통화 기억에는 "성명서 관련 사실을 들었고 내부적으로 확인중이다. 저보다는 지금은 유권자연대와 통화하시는게 절차적으로 맞는 거 같다. 우선 유권자연대의 공식입장을 듣고 나서 저와 이야기하는게 맞겠다"라고 말씀드렸고 유권자연대 전화번호까지 확인해놓고서 이렇게 앞뒤 잘라먹고 기사를 써도 되는겁니까?

    이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처사입니다. 이에 민주노동당 관악구위원회는 정식으로 반론보도을 요구하며, 관련 자료를 보내니 참고 바랍니다. 만약 반론보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법적조치를 진행하겠다는 것도 아울러 말씀드립니다.

    기자가 보낸 답장은 이렇다.

    고생 많으십니다. 여러가지 바쁘시고 마음 쓰실 일 많으실텐데
    <레디앙> 보도로 인해 가슴이 많이 상하신 것 같아 죄송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본론으로 넘어가 말씀하신 부분처럼 "일방적, 편파적" 기사는 아닙니다. "의도적"은 더더욱 아닙니다. 쌍방의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며, 그 부분을 기사 내 가감없이 반영하였습니다. 다만 ‘제목’과 ‘소제목’에 대한 비판은 짐작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편집국의 고유 권한임으로 제가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기사 하단에 "내부적으로 확인 중" 이라고 ‘만’ 말했다 부분과 관련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제가 전화를 드렸을 때, 들었던 말은 "내부적으로 확인 중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일단 관악 유권자연대와 얘기해 보는 게 좋겠다"고 통화했고 의원님 도움으로 유권자 연대 연락처를 받아 집행위원장님과 통화를 했었습니다. 제가 이해했던 의원님 말씀은, 현재 민주노동당이 내부적으로 이 상황에 대해 확인 중에 있으니, 관련 사항은 유권자연대와 얘기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렇지만 "확인 중이라고 ‘만’말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편집국에 확인해 보겠습니다. 저는 ‘~만’이란 표현을 기사에 넣지 않았었습니다. 관련해 보내주신 내용 역시 가감없이 보도처리 하겠습니다. 이를 통한 반론보도는 가능하지만 정정보도는 불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

    보내주신 자료를 기반으로 반론보도 작성 후, 조만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 이것 저것 다 별개로, 무엇보다 기사로 인해 감정상하게 해 드린 점은 다시 한 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즉 내 메일을 정리하자면 “기사는 양측 취재를 모두 인용했다. 왜곡보도가 아니다”이고, “다만 제목과 소제목에 대해 왜 비판하는 지는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편집국의 고유권한이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쓴 기사로 인해 힘든 일을 겪고 있으니, 그 점이 미안하다는 것”이지, “잘못된 기사로 인한 미안함”은 아니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관악이 민주노동당 게시판에 올린 글에 내 해명이 이렇게 축소되었다.

    -3.29 담당기자 메일 회신 보내옴.
    “제목과 중간제목에 대한 비판에 짐작이 가며, 편집국 소관사항이라 기자가 어찌할 수 없습니다” / “무엇보다 기사로 인해 감정상하게 해 드린 점은 다시 한 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대변한 것이 아니라 인용한 것

       
      

    무엇이 왜곡인가? 이 기사가 무엇을 ‘왜곡’했는가? 이 기사는 진보신당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 아니라 ‘인용’한 것이며, 이후 후속 보도된 기사 역시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 아니라 ‘인용’한 것이다. 그리고 해당 인용에 대한 이해당사자의 반박도 모두 취재해 기사로 올렸다. 그런데 어째서 첫번째 기사는 ‘왜곡’이고 두 번째 기사는 ‘사실’인가?

    실제로 민주노동당 관악에 <레디앙> 기사에 정정보도를 요구한다면, 어떤 부분을에서 정정을 해야 하는지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회신 온 메일에는 “나머지는 인터뷰 또는 보도자료에 근거하여 인용기사 형식을 띄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기사의 제목, 중간 제목, 그리고 인용내용 등이 상당히 자극적이고 독자들로부터 편파적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들”을 이라고 답해왔다.

    애매한 표현에 편집국은 ‘정정보도’ 요청을 거절했고, 민주노동당 관악은 적극 대응할 것으로 알고 있다. 기자 역시 개인적으로 ‘정정보도’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제목’과 관련한 부분에 있어서도 평가의 부분을 떠나 인용된 문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는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기사는 ‘왜곡’이라고 ‘왜곡’당했다. 그리고 기자는 ‘왜곡’ 기사를 썼다고 ‘왜곡’당했으며, 오늘에 이르러 ‘왜곡’기사를 인정했다고까지 ‘왜곡’되었다. 민주노동당 관악은 “당 내부적으로 법적 대응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것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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