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안터지고, 속만 터진다
By 나난
    2010년 03월 29일 12: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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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철도공사(사장 음성직)가 스마트폰을 활용한 실시간 업무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업무효율에 도움이 된다”며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으나, 정작 사용 당사자들은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노동강도를 강화’시킨다고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업무 도움 19%에 그쳐

도시철동노동조합(위원장 허인)가 최근 발표한 ‘현안관련 기술본부 조합원 전자설문’에 따르면 기술 분야 노동자 788명 중 47.2%가 ‘스마트폰 업무 효율성’의 측도를 묻는 질문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으며 33.8%가 “기존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에 반해 “약간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18.9%며, “많이 도움된다”고 말한 비율은 0.1%에 그쳤다.

   
  

하지만 공사는 지난 1월 21일 스마트폰을 활용한 업무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KT광고-도시철도편」 홍보물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모든 업무를 쉽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홍보해 왔다.

노조는 또 ‘스마트폰으로 하루의 업무 입력시 소요되는 평균 시간’에 대한 질문에 ‘2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1.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실제 스마트폰이 노동 강도를 악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 가운데는 ‘2시간 이하’가 33.6%로 가장 높았으며, ‘1시간 이하’가 29.6%, “30분 이하”는 15.4%로 집계됐다.

노조에 따르면 이는 그 동안 공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업무 입력시간을 줄여 업무효율화를 이뤘다”고 홍보해온 것과는 달리, 업무 처리면에서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악화된 것으로, 시간적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졌다.

기존 공용PC 이용 금지해

노조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업무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역무 및 기술 분야 직원들 사이에서 ‘접속이 잘 안 된다’, ‘잘 끊겨서 입력하고 저장하는데 속 터져 죽겠다’는 공통된 불만이 나오고 있다”며 “그럼에도 공사는 스마트폰 활용실적을 높이기 위해 기존 공용PC를 이용한 신고 및 조치사항 입력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승훈 도시철도노조 선전홍보국장은 “새로운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고, 접속이 끊길 경우 리셋해서 다시 접속해야 하는 등 업무 처리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공사는 개인별 실적 관리가 쉽다는 이유로 스마트폰 사용을 요구하지만 업무처리를 할 때마다 입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처리량이나 시간적으로도 노동 강도가 훨씬 강화됐다”고 비판했다.

   
  ▲ 지난 2월 20일경부터 방송되기 시작한 KT 광고-도시철도편

노조는 또 토목, 정보통신 등의 업무를 모바일로 통합 처리할 수 있는 지하철 유지관리시스템 ST&F(Smart Talk & Flash)의 홍보성 내용을 담고 있는「KT광고-도시철도편」에 대해 “스마트폰은 도면도 아니고 망치도 아니며 사다리도 아니”라며 “음성직 사장은 스마트폰으로 공사의 모든 업무를 볼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자신의 치적으로 알리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어 “스마트폰을 이용해 더 많은 업무를 하려면 서버에서 가져와야 하는 정보의 양이 늘기 때문에 속도는 더욱 느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일하는 방식은 전과 거의 다를 바 없는데 느려터진 스마트폰이 열심히 일하려는 직원들의 발걸음을 느리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공사는 직원들을 상대로 스마트폰 이용, 봉사활동, 칭찬민원, 금연 등 주 업무 외의 실적을 통해 직원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노조는 “강요된 실적용 업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인데 실적 순위는 계속 발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요된 실적용 업무 늘어나

또 최근 공사가 시행하고 있는 지하철 내 방송과 관련해 “혼자 수동운전을 하며 칭찬민원 때문에 안내방송 멘트에 신경 쓰다 출입문이 열리지 않은 것도 모르고 열차를 출발하다 급정거했다는 기관사가 한둘이 아니”라며 “수백만 이용 시민의 안전이라는 개념이 공사와 사장에게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는 29일 오전 6호선 한강진역에서 지난 1년 여간 KT와 공동으로 진행한 ST&F 시스템 개발완료에 따라 ‘모바일오피스(ST&F) 시연회 및 협약식’을 개최한다. 공사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물론 지하철 유관기관 등을 초빙해 개발완료 보고회를 개최하고, ST&F시스템 이용의 활성화를 기할 계획이다.

이에 노조는 현장에서 “스마트폰 활용의 문제점” 및 “노동 강도 강화” 등의 문제점을 알리는 피켓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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