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곤과 불평등은 해결할 수 있다”
    By 나난
        2010년 03월 27일 02: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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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스팜’은 난민구호를 목적으로 2차 대전 당시 만들어진 후 70여년의 긴 세월 동안 긴급구호, 국제분쟁, 기후변화, 공정무역 등 폭넓은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단체다. 전 지구적 빈곤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가운데, 이들의 빈곤해결 70년 노하우를 담은 책이 출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빈곤에서 권력으로』(던컨 그린, 이매진, 20,000원)는 단순한 ‘원조’의 개념이 아닌, “세계의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옥스팜의 답이다. 수석 연구원 던컨 그린은 이 책을 통해 “빈곤과 불평등의 해결은 ‘국가’와 ‘시민’이 어떤 구실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공익’과 재분배라는 가치로 사회 분열을 막고 경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 표지 

    15년간 아르헨티나, 페루,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 제3세계 곳곳을 돌며 저널리스트이자 원조 관련 정책분석가로 활동한 영국 옥스팜의 수석 연구원인 저자는 이 책에서 빈곤에 관한 이론을 정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모은 성공과 실패 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인터뷰나 현지 조사를 통해 생생한 목소리를 담는다.

    이미 이 책은 이탈리아, 중국 등 여러 나라에 번역되어 학계나 시민사회는 물론 각국 정부의 국제협력 사업에 중요한 지침이 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옥스팜과 관련된 책이 번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빈곤의 해결은 “사회적 불평등 해소”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한국과 콩고민주공화국을 비교하며 “1960년대에는 GNP가 콩고민주공화국의 절반 수준이던 한국은 현재 획기적으로 성장했지만, 콩고민주공화국은 내전과 경제 쇠락으로 심한 퇴보를 겪고 있다”며 “한국이 개발 지향적인 효과적 국가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그는 “당시의 보호무역, 보호산업정책, 모든 국민을 위한 교육과 보건의료를 보장 확대” 등의 사례를 근거로 제시한다. 이는 박정희 체제 하에서 ‘경제성장’만을 되짚어 온 한국 보수세력의 연구성과와는 대비되는 것이다. 저자는 “국가와 국가를 이끌 능동적인 시민이 콤비이자 경쟁자가 됐을 때 빈곤과 불평등은 역사책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1부에서 세계의 불평등이 어떻게 다수를 배제한 채 고착됐는지를 개괄하고 2부에서는 권력과 정치에 초점을 맞춰 권리, 신념, 교육, 조직 등 빈곤에서 권력으로 나아가는 주춧돌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3부에서는 빈곤과 부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21세기 세계 경제의 동학이 어떻게 빈부 격차를 심화하는지 살펴본다.

    4부에서는 위험과 취약성이라는 주제 아래 기아 문제, 질병의 지구화, 기후변화, 국제 분쟁 등 다차원적인 위험 요소들을 주목하고, 5부에서는 국제 금융, 무역, 원조 등 국제 차원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진단하고 처방하며 결론을 통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뒤, 부록에서 이 책의 논점을 재론한다.

    또한 이 책에서는 본문에 나오는 많은 사례들과 별도로 국가와 시민이 협력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여덟 가지 사례 연구(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치료행동캠페인,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단체의 효과적인 로비와 홍보 활동 등)도 제시되어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학술 이론과 현장의 경험, 정치적 감각이 절묘하게 조합된 이 책은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관해 총체적이고 정교한 견해를 담고 있다”며 “사회활동가나 정책결정자는 물론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개발 이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기에 손색이 없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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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던컨 그린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2004년부터 옥스팜 영국의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던컨 그린은 약 15년간 아르헨티나, 페루,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저널리스트로 활동했고, 그 경험을 통해 《숨겨진 삶들》, 《침묵의 혁명》, 《라틴아메리카를 마주하며》 등의 책을 펴냈다.

    1997년 가톨릭 원조 기관인 CAFOD에서 무역과 지구화에 관한 정책분석가로 일했고, 그 뒤 영국 정부 산하 국제개발부에서 무역과 개발에 관한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역자 – 주성수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제3섹터연구소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중점연구소에서 ‘한국 시민사회의 발전과 NGO 역할’과 ‘한국의 시민참여와 민주주의’ 연구책임을 맡았다.

    주요 저서로는 《아래로부터의 시민사회》, 《한국 시민사회 지표》, 《시민참여와 민주주의》, 《NGO와 시민사회》, 《공공정책 거버넌스》, 《사회복지정책》, 《기업시민정신과 NGO》, 《글로벌 거버넌스와 NGO》 등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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