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기사 조작의 전말
    By 나난
        2010년 03월 26일 05: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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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12월 4일 <중앙일보>는 1면 머릿기사로 “파업으로 열차 멈춘 그날 어느 고교생 꿈도 멈췄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철도파업이 일류대를 진학하려는 어려운 환경의 젊은이의 꿈을 망쳤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는 각 보수 언론에 대서특필되었고 누리꾼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이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작된 기사임이 드러났다”며 관련 증거들을 제시했다.

    언론중재위 "직접적인 연관관계 밝혀진 바 없다"

       
      ▲ 당시 <중앙일보> 기사.

    언론중재위도 지난 3월 5일 이군의 지각과 철도 파업은 연관이 없다는 요지의 정정보도 할 것을 직권 조정했다. 언론중재위가 철도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언론중재위는 “해당 수험생이 서울대 면접에 늦어 서울대에 불합격한 것과 철도노조 파업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는지 밝혀진 바 없다”는 보도를 중앙일보 2면에 게재할 것을 직권으로 조정했다.

    또한 같은 내용을 중앙일보 인터넷 사이트 조인스 닷컴에도 하룻동안 게재하라고 조정했다. 언론중재위는 이어 만일 중앙일보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일 100만원을 철도노조에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일보 장정훈 기자는 "승차한 역과 시간에서 틀린 점은 있었다"면서도 "이 모군이 면접을 보지 못한 것은 구로역 사고이기 때문에 언론중재위의 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쟁점 1. 이군은 몇시에 어디서 전철을 기다렸나?

    중앙일보는 12월 4일자에서 "이군은 27일 오전 7시 소사역 플랫폼에서 전철을 기다렸다"면서 "10분, 20분, 시간은 흘러가는데 열차가 오지 않았고 그때 ‘구로역 전동차 사고로 열차가 지연되고 있습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철도노조는 이 부분부터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구로역 사고가 난 시각은 오전 7시 44분으로 그 이전까지 철도는 정상운행됐기 때문에 7시부터 열차가 오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모군도 사건 이후 중앙일보에 메일을 보내 "소사역이 아닌 부천역에서 승차했으며 7시가 아닌 7시 20분부터 전철을 기다렸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이 부분에서 잘못이 있음을 시인했다.

    쟁점 2. 이군은 어떤 열차를 탄 것인가?

    중앙일보는 이후 언론중재위에 보낸 답변서에서 이군이 7시 32분 부천역에서 출발한 K38 열차를 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앙일보는 이 열차가 사고 없이 갔다면 8시 20분을 전후해 서울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것이 중앙일보 답변의 요지다.

    하지만 이 것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는 8시 15분 입실시간이 지나도 이 군이 도착하지 않자 이군에게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 군도 구일역에서 서울대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K38 열차는 8시 5분경에 구일역을 빠져나와 8시 8분경 구로역에 접근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따라서 이군이 탄 열차는 K38 열차 다음 열차인 K40 열차를 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옳다. K40 열차는 부천에서 7시 40분에 출발한 열차다.

    쟁점 3. 이 모군은 서울역에 몇시까지 도착해야 했나?

    중앙일보는 “이날 이군은 오전 9시에 있을 면접시험을 보러 서울대에 가는 길이었다.(중략)서울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9시 20분이었기 때문에 (중략) 면접은 불허되었다.”고 전했다. 마치 서울대 면접장 도착시간이 9시인 것으로 상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사실과 달랐다.

    서울대 2009년 수시면접 보조위원은 “애초에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면접학생이 면접실에 입실해야 되는 시간이 8시 15분으로 공지되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서울대 면접 시간은 9시이나 8시 15분까지는 서울대에 도착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쟁점 4. 부천역에서 서울대 면접장까지는 얼마나 걸리나?

    부천역에서 신도림까지 18분, 신도림 환승 시간 10분, 신도림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14분, 다시 택시 등을 타기 위한 환승시간 8분, 서울대 입구역에서 서울대 도서관 건물 진입시간 등을 고려한 시간 15분(철도노조는 버스 이용 22분, 중앙일보는 택시 이용 10분 주장)을 합하면 65분이 걸린다.

    더욱이 이 시간은 아침에 혼잡한 시간 등을 감안하지 않은 시간으로 실제 아침 출근시간은 이보다 5-~0분 정도 더 걸린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전언이다. 이를 감안해 볼 때 이 군이 부천역에서 7시 40분에 전철을 탔다면 당초 서울대 면접 입실 시간 8시 15분은 물론, 서울대가 제시하는 마지막 면접 가능 시간인 8시 45분까지 입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쟁점 5. 그 밖의 중앙일보의 말바꾸기 또는 모순

    중앙일보는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린 버스 승강장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이군은 서너 대의 버스를 놓친 뒤 가까스로 서울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군은 이후 구일역에서 다시 전철을 타고 갔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기본적인 사실에 대한 취재가 전혀 안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일보는 또 이 군이 9시 16분에 신도림역에 도착하고 9시 30분을 넘어서 서울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14분만에 신도림에서 서울대까지 전철을 이용해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시간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기사에서 "면접은 불허됐다."고 보도했다. 마치 이군이 늦었지만 면접장에 도착했으나 서울대측에 의해 면접이 불허된 것으로 묘사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거짓이었다. 이 군은 "건물로 들어갈 생각도 포기하고 그 자리서 충격으로 잠시 정신이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감"이라고 밝혔다. 아예 면접장에는 들어가지도 않은 것이다.

    철도노조는 "이 악의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는 곧바로 각 보수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라며 "철도파업뿐 아니라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켰다"고 분노했다. 철도노조는 또 "이군의 미래를 위해 그냥 넘어가자는 내부 의견도 상당수 많았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놔둘 경우 이 조작기사를 계속 이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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