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사법권 유린’ 의혹, 눈감은 언론
        2010년 03월 26일 10: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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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사법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행정부는 물론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까지 사실상 장악한 정당이다. 넘치는 힘은 사법권까지도 넘보고 있다.

    대법원은 ‘삼권분립’을 강조하면서 여당의 행보에 우려를 나타냈다. 여당이 사법부 개혁을 주장하려면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정치적 목적에 따른 행동이라면 비판받아야 한다. 비판의 역할은 언론의 몫이다.

    미래희망연대가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놓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소수정당의 정치적 변화 모색을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 공학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다는 ‘사법부 개혁’의 허와 실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26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기사다.

    경향신문 <불교단체들 “안상수 공직사퇴”>
    국민일보 <법원판결문 전면 공개한다>
    동아일보 <대법 “고법에 상고심사부” 대법관 증원 사실상 거부>
    서울신문 <대법 "고법에 상고심사부 신설">
    세계일보 <법원 판결문 전면 공개>
    조선일보 <영어 격차, 어찌하오리까>
    중앙일보 <이유 있는 EU 위기>
    한겨레 <‘4대강 반대’ 전국 성당으로>
    한국일보 <법원 모든 판결문 공개>

    미래희망연대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라는 이름으로 주목받은 바로 그 정당이다. 특정 정치인 지지를 정당명으로 내세운 독특한 정당이었지만 2년 전 친박 바람은 전국에 거세게 불었다. 지역구 당선자와 비례대표 당선자를 배출하면서 정치권에서 무시 못할 존재로 떠올랐다.

    미래희망연대는 야당이었지만, 정서적으로는 여당 쪽과 더 어울리는 정당이었다. 어정쩡한 정치적 스탠스를 지녔던 친박연대는 미래희망연대로 이름을 바꾼 뒤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서청원 전 대표가 옥중 서신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보수를 지지하는 국민의 승리를 위해 한 사람의 후보도 공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자”면서 “한나라당과의 합당 문제는 모두 한나라당에 맡기자”고 주장했다.

    서청원 옥중서신 "지방선거 한 사람도 공천하지 말자"

    지방선거에서 후보 한 사람도 공천하지 말자는 약속을 하자는 정당, 참 이상하고 독특한 정당이다. 그것도 야당이 그런 주장을 펼치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에 표를 줬던 국민들도 이런 황당한 상황에 동의할까.

    정당이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것은 자유이다. 문제는 상식을 벗어난 행동과 그 행동에 또 다른 정치적 노림수가 담겨 있다면 그냥 넘기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이다. 서청원 전 대표가 ‘백기투항’을 선언하자, 이규택 당 대표는 반기를 들었다.

    이규택 대표는 심대평 전 충남지사가 이끄는 국민중심연합과의 합당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서청원 전 대표 쪽 인사들이 주축인 미래희망연대 지도부는 4월2일 전당대회를 열고 한나라당 합당 문제와 지도부 선출대회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미래희망연대 분당은 몸값 올리기?

    미래희망연대의 움직임은 6월2일 지방선거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도 ‘정치공학’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한국일보는 1면 <보수연합·야권연대 ‘격동의 봄날’>이라는 기사에서 “6.2 지방선거를 68일 앞두고 한나라당 중심의 보수진영 연합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연대 추진이 기로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8면 <‘희망연대 내홍’ 지방선거 돌출 변수>라는 기사를 실었고, 서울신문은 6면 <희망연대 분당 수순? 몸값 올리기>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겨레는 4면 <미래희망연대 분당조짐>이라는 기사에서 “이규택 대표와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를 뺀 현역 국회의원과 대부분의 당직자들은 한나라당과 합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라고 분석했다.

    "잔형 집행 면제를 합당 대가로 보장받으려"

    당 지도부는 서청원 전 대표 쪽 주장에 동조할지 모르지만 6월2일 지방선거 출마를 꿈꾸는 유력 후보들은 반발하고 있다. 미래희망연대의 웃을 수만은 없는 당내 상황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담겨 있다.

    서청원 전 대표가 사실상 ‘백기투항’을 하고 나선 배경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도왔던 대선 이후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는 검찰의 공천헌금 수사로 궁지에 몰렸고, 건강도 많이 악화됐다.

    한나라당과 날을 세웠던 서청원 전 대표가 백기투항이라는 카드를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일보는 4면 <미래희망연대, 분당 초읽기>라는 기사에서 “서 전 대표 측은 수감 중인 서 전 대표의 잔형 집행 면제와 지역구 배정 등을 합당의 대가로 보장받으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라고 보도했다.

    여당 관계자 "사면은 어렵지만, 형집행정지까지는 논의"

    언론은 미래희망연대 일각에서 한나라당과 합당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잔형 집행 면제’는 정치적 거래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일까. 한나라당이 정치적 권력을 쥔 존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사법권까지 쥐락펴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미래희망연대를 둘러싼 한나라당 움직임은 ‘사법권 유린’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실제 형량을 정치적 거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일까.

    MBC는 지난 24일 ‘뉴스데스크’에서 <한나라당-희망연대 ‘조건 없이’ 합당한다>라는 뉴스를 통해 여당 핵심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사면은 어렵지만, 형집행정지까지는 논의가 됐고, 통합은 합당보다 흡수형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일보 "정치적 거래 배격해야 하지만"

    형 집행정지를 정치적 거래 수단을 삼고 있는 셈이다. 여당이 대놓고 사법권 유린을 하겠다는 상황에서 언론의 비판 보도는 찾기 쉽지 않다. 심지어 문제점을 알고도 한나라당에 유리한 방향의 정치적 훈수를 두는 언론도 있다.

    세계일보는 <미래희망연대, 분열로 가선 안돼>라는 사설에서 “서 전 대표의 옥중 서신에 자신의 사면복권 또는 형집행정지를 겨냥한 정략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정치적 거래는 철저히 배격해야 하지만 바람직한 정당정치를 위해서도 통합의 길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희망연대 내분을 보는 보수진영은 걱정스럽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531만표 차로 밀어준 것은 보수대결집의 결과이고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면서 “희망연대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정신적 지주로 하는 보수정당이고 보면 보수 분열은 안 될 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형 집행 정지를 합당과 맞바꾸는 추한 정치"

    한국일보는 <‘웃음거리 정치’ 만드는 정당 이합집산>이라는 사설에서 “서청원 전 대표의 ‘지령’은 자신에 대한 사면이나 형 집행 정지를 앞당기기 위한 한나라당과의 물밑 협상이 배경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사실이라면 사면이나 형 집행 정지를 무조건 합당과 맞바꾸는 추한 정치 거래에 나선 한나라당은 비난을 피하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언론은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사법권이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비판 보도는 왜 주저하는 것일까.

    언론은 견제와 비판이 생명이다. 그 기능을 다하지 않으면 국민적 신뢰도 잃고, 언론의 힘도 잃는다. 자기검열은 더욱 문제이다. 언론이 문제점을 알고도 비판을 주저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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