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조세, 총직접세가 문제다
        2010년 03월 25일 04: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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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글에서 재정건전성과 국가채무 문제를 다루었다. 재정건전성은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수입과 지출 중 어느 것이 핵심문제일까?

    지출 과다인가? 수입 과소인가?

    우리는 이미 우리나라 국가재정 규모가 OECD국가 평균에 비해 작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작년 우리나라 국가재정 총지출 규모는 GDP 33.8%로 OECD 평균 44.8%에 비해 11% 포인트, 금액으로는 약 110조원이 부족하다. 총량에서 보면, 지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재정건전성 문제가 제기되는 근본적 이유는 적은 재정 수입에 있다. 국가재정 수입은 조세, 기금, 부담금, 차입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 조세이다.

    2007년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1.0%, 사회보장기여금을 합한 국민부담률은 26.5%이다. 이는 OECD 평균 조세부담률 26.7%, 국민부담률 35.8%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세금을 내기 싫어하는데, 과연 증세가 가능한 것일까?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한국의 조세체계의 특징’, ‘과세형평성’, 그리고 ‘진보운동의 조세개혁 과제’를 살펴볼 것이다. 첫 번째는 도입부 성격의 글로서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구조와 주요 세목을 정리하고, 국제비교를 통해 조세수입의 규모를 알아본다.

    30개 세금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조세제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민이 내는 세금의 수는 총 30개이다. 이 중 중앙정부가 거두는 부가가치세, 법인세, 소득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국세가 14개이고, 지방정부가 모으는 취득세, 등록세, 주민세, 재산세 등 지방세가 16개이다(내년에 지방세가 11개로 통합되어 전체 세금 수는 25개가 될 것이다). 국세는 다시 통관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 세금인 내국세와 이를 거쳐야하는 관세로 구분된다.

       
      

    각 세금은 정부의 일반 재원으로 사용되는 보통세와 사용처가 미리 정해진 목적세로 나누어진다. 예를 들어 소득세는 납세자의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되어 정부의 일반회계 세입으로 들어온 후 정부 한해 지출계획에 따라 사용된다. 이에 반해 목적세는 사용처 ‘꼬리표가 붙은 돈’이다. 예를 들어, 작년에 4조원을 거둔 교육세는 반드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목적세이다.

    최근 진보신당이 법안을 발의한 사회복지세도 목적세에 속한다. 사회복지세는 상위집단을 대상으로 연간 약 15조원을 거두어 복지지출에 쓸 예정이다. 이와 비교해 부유세는 정부 일반회계 수입으로 들어가는 보통세이다. 부유계층들의 재정 책임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양 세금이 비슷하지만 사회복지세는 세입과 복지를 결합하여 재정지출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국세 중심 조세제도, 이를 보완하는 지방재정조정제도

    작년 국민들이 낸 세금은 총 211.7조원이다. 물론 이외에도 사회보장기여금, 영화관람료에 포함된 영화발전기금, 교통범칙금, 환경개선부담금 등 국민들이 부담한 돈은 더 있지만 세금 형식으로 납부한 것은 211.7조원이다.

    이 금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즉 조세부담률이 작년 20.5%이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001년 18.8%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해 2007년 21.0%에 이르렀으나 이명박정부 들어 2008년 20.8%로 낮아지고 작년 20.5%에 이어 올해 20.1%까지 하락할 예정이다(정부는 2013년에 재정수지 균형과 함께 조세부담률을 20.8%로 상향시키겠다고 한다. 정부발표를 믿어야겠지만 자꾸만 747공약이 떠오른다).

    작년 조세 수입 211.7조원 중 국세가 164.6조원으로 78%, 지방세가 47.1조원으로 22%를 차지한다. 국세 비중이 월등히 높고, 그래서 작년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53.6%에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 보았듯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방재정조정제도가 존재한다. 필자는 지방의 경제력 격차를 그대로 반영하는 지방세 중심구조보다는 국세로 세금을 모은 다음 지방재정조정제도를 통해 지방정부별 부족분을 분배해주는 현행 제도가 타당하다고 본다.

    세금 삼총사는 누구일까?

    우리나라 30개 세목 중에서 가장 세수가 큰 세금은 무엇일까? 필자가 교육 때마다 이 질문을 던지곤 하는 데, 그리 쉽게 정답이 나오지 않는다.

    부가가치세이다. 작년 이 세금으로 거둔 금액이 46.3조원이다. 그 뒤로 법인세 36.1조, 소득세 33.9조원이 있다. 보통 부가가치세가 선두에 서고 법인세와 소득세가 해에 따라 순서를 바꾸곤 한다. 이 세금 삼총사가 거둔 금액이 총 116.3조원으로 국세 164.6조원의 71%를 차지한다. 이후 조세수입을 늘리기 위해선 이 대표적 세목들을 어떻게 개혁하느냐가 관건이다.

    ‘넘버 4’ 교통에너지환경세, 2013년에 폐지될 예정

    이 삼총사 외에 주목해야할 세금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작년 세수가 11.2조원으로 ‘넘버 4’ 자리에 있는 세금이다. 그만큼 자동차 운전자들의 원성을 사는 세금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재 유류 중에서 LPG에는 개별소비세(구 특별소비세)가, 휘발유와 경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유류세 과세체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세수도 교통시설특별회계에 전입되어 경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운수업종 노동계에선 유류세로 인한 운송비 부담이 크다며 유류세 감면을 요구하고 환경운동쪽에선 유류 사용 억제 효과는 인정하되 이 세금을 모적세인 환경세로 전환하여 도로 건설 대신 친환경사업에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래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올해부터 개별소비세로 통합될 예정이었으나 작년 연말 2013년에 통합하는 것으로 유예되었다. 워낙 세입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자가 많아 이후에도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정부, 종합부동산세마저 폐지하려나…

    노무현정부가 도입했으나 이명박정부에 의해 무력화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도 관심을 가져야할 세금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일부 ‘부동산 부유세’ 성격을 지닌 세금으로 세수 규모가 2006년 1.3조원을 시작으로 2007년 2.4조원으로 증가하였고 향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가 개악되면서 2008년 2.1조원, 2009년 1.2조원으로 대폭 줄어들고, 올해는 1.0조원에 머물 예정이다.

    앞으로 종합부동산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미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염두에 두고 조세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으며 이를 기초로 오는 8월 정부 방침을 내놓을 예정이다. 종합부동산세는 탄생부터 워낙 정치적 상징성을 지닌 세금이어서, 만약 폐지 쪽으로 발표된다면, 이명박정부에서 부자감세 이은 두 번째 세금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금의 계급적 성격을 보여주는 직접세, 간접세

    조세제도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직접세, 간접세이다. 보통 직접세는 납세자의 소득이나 자산에 비례해 매겨져 재분배에 기여하지만, 간접세는 납세자의 소득과 무관하게 물품가격에 붙기에 역진적 성격을 가진다고 평가된다. 세금의 계급적 성격을 따질 때 우선 직접세 비중을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직접세와 간접세가 구분되는 애초 기준은 실제 세금을 부담하는 ‘부담자’와 세금을 과세당국에 납부하는 ‘납세의무자’의 관계에 있다. 직접세는 세금부담자와 납세의무자가 일치하는 세금이다. 예를 들어, 소득세의 경우, 세금 부담자가 자신의 소득에서 일부를 국가에 낸다.

    반면 간접세는 세금부담자와 납세의무자가 일치하지 않는 세금이다.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를 보면, 내가 물건을 살 때 애초 상품 가격에 10%를 부가가치세로 추가 지불하지만, 이 세금을 납부하는 법적 의무자는 내가 아니라 나에게 물건을 판 사람이다.

    하지만 모든 세금이 명확하게 직접세와 간접세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교육세를 보자. 교육세는 기존 세금에 다시 일정 세율을 매기는 부가세(surtax)로,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에 0.5%, 개별소비세액에 30%, 교통세액에 15%, 주세액에 10%가 부가된다. 2007년 교육세 세입 3.6조원을 보면, 직접세에 해당하는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 과세 세입은 약 7천억원으로 전체 교육세의 19%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간접세 세입이다.

    그렇다면 교육세는 직접세일까? 간접세일까? 섞여 있다.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도 다양한 직접세목과 간접세목에 부가되는 세금이어서 직접세, 간접세로 구분하기가 어렵다. 

    OECD, 직접세와 간접세 추계 안 해

    전통적으로 직접세, 간접세가 조세의 계급적 성격을 파악하는 주요한 수단이었지만, 점차 조세체계가 복잡해지면서 전체 세목들을 둘로 나누는 기준이 되기엔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에 현재 OECD도 개별 세목들을 따로 직접세, 간접세로 구분하지 않고, <표 1>에서 보듯이, 세금의 성격에 따라 소득·이윤과세(1000), 사회보장기여금(2000), 고용과세(3000), 자산과세(4000), 소비과세(5000), 기타(6000) 등 6개 세입 범주로 정리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직접세, 간접세 비중을 다룬 국제비교 통계치를 사실상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우리나라에선 기획재정부가 일본 재무성의 통계월보자료를 인용해 일부국가의 수치를 소개하고 있으나 산출기준이 달라 비교수치로 사용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엄밀히 보면, 직접세에 속하는 세금들이 모두 동일하게 소득재분배 효과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직접세에는 누진율이 적용되는 소득세도 있고 예외적인 경우지만 정액으로 부과되는 주민세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세의 계급성을 파악하고자 할 때는 전통적인 직접세, 간접세 구분법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OECD 조세 범주로 보면, 대체로 소득이윤과세, 사회보장기여금, 고용과세, 자산과세가 직접세, 그리고 소비과세와 기타과세가 간접세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자산과세, 소비과세, 기타과세 각각에 일부 조정이 필요한 세목들이 있다. 이에 필자가 OECD 개별국가들의 자료를 재구성해 직접세와 간접세 비중을 추정해 보았다. 위 수치들은, 나라마다 세목들이 다양해 완전한 보완수정을 거친 것은 아니지만, 각국 조세수입의 기본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판단한다.

       
      

    한국 조세제도의 핵심 문제는? “총직접세 수입이 적다”

    <표 2>를 보면, 2007년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1.0%, OECD 평균은 26.7%, 그리고 사회보장기여금이 포함된 국민부담률은 한국이 26.5%, OECD 평균이 35.8%이다. 이를 직접세, 간접세, 사회보장기여금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먼저 한국의 직접세는 GDP 12.0%로 OECD 평균 15.5%보다 3.5%가 작고, 간접세도 GDP 9%로 OECD 평균 11.o%보다 조금 낮다. 또한 한국의 사회보장기여금도 GDP 5.5%로 OECD 평균 9.1%에 비해 3.6%가 낮다. 여기서 우리가 읽어야할 핵심 포인트는 무엇일까?

    넓게 보면, 사회보장기여금도 소득에 따라 납세자가 직접 내는 직접세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조세는 국세와 지방세를 합한 ‘세금’만을 의미하지만, OECD에서 정의한 조세(Tax)는 일반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을 모두 포괄한다. 사회보장기여금 역시 모든 국민들이 소득에 따라 일정비율로 납부하는 의무적 재원이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직접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을 합친 것을 ‘총직접세’로 부르고자 한다. 그러면, 2007년 기준, 한국의 총직접세율은 GDP 17.5%로 OECD 평균 24.6%에 비해 7.1%가 부족하다. 소득재분배 효과를 가진 총직접세 수입이 매년 OECD 국가들에 약 70조원 작은 것이다.

    한국의 조세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총직접세 수입이 적다”고. (다음 글에서 ‘우리나라 과세형평성’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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