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비리만 줄여도 무상급식 가능하다"
        2010년 03월 25일 10: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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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된 지방자치의 필수적 요소인 교육자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교육감 선거를 통해 당선된 바 있는 전임 서울시 교육감이 교원 인사비리에 직접 관여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가 하면 장학사 인사 비리에 관련된 점잖으신 교장선생님들이 검찰에 불려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법무부에서는 지금까지 교육비리 관련자 49명을 단속해 22명을 구속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드러난 사실일 뿐 실제 전체적인 비리 규모는 이 보다 훨씬 더 방대할 것으로 짐작된다. 오죽하면 교육비리 신고자에게 1억 원의 신고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을 정도이겠는가!

    전교조의 약화와 교육 비리 증가

    문제는 이러한 교육계 비리가 매우 구조적인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도 교육감에게 인사권을 비롯한 막강한 권한이 집중되어 있어 교육 비리가 언제든 쉽게 파고들 수 있는 구조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또 하나의 원인이 있다. 그것은 전교조의 약화이다. 한때 잦아든 듯이 보였던 교육비리가 최근 연이어 터져 나오는 이유의 하나로, 우리는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전교조의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전교조에 대해서는 비판도 많이 있었지만, 전교조가 그동안 우리 교육현장에서 선량한 감시자의 역할을 해온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정부 여당의 집중적인 탄압으로 전교조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아지면서 10년 전에 사라졌던 교육계 비리가 다시 발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감시기능이 사라진 MB시대의 교육계가 구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까지 드러난 교육 비리에 비해 훨씬 더 거대한 문제가 앞으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까지 밝혀진 각종 교육 비리는 대개 인사 청탁을 비롯한 교무 관련 비리라고 할 수 있다.

    교육 복지보다 건설 예산, 왜?

    이 보다 더 심각한 비리는 학교건물 신축과 창호교체, 건물개보수 등과 관련해 뇌물을 주고받는 이른바 서무 관련 비리이다. 이 부분이 세상에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면 교육계 비리의 충격은 지금 우리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수준을 훨씬 상회할 것이다. 아마도 학교에서 진실을 배우고 정의감을 키워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심각한 무력감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떠올려 보고자 한다. 왜? 이 시대의 부패한 교육자들은 무상급식 같은 기본적인 교육복지는 반대하면서 학교 관련 건설 예산 확대에는 그렇게 관대한 것인가?

    우리는 이것이 최근 도입된 교육감 선거 시스템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법이 강화되어 거대자본 소유자들이 유력 후보에게 선거 자금을 직접 대주는 통로가 막히자 건축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에 소요되는 자금 지출을 대행해주고 대신 선거 이후 각종 건축 관련 이권을 받아 챙기는 우회전술이 새로운 수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중이다.

    즉 건설족들의 비공식 지원을 받아 당선된 교육계 인사들이 당선 이후 학교 관련 건설 공사를 대거 발주하고, 이를 건설족들이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주는 일종의 사후 보답 시스템이 가동 중인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많은 교육 책임자들이 아이들의 교육복지 보다는 멀쩡한 학교 창문 교체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리만 줄어도 무상급식 가능

    사태가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비리를 단죄해야 할 검찰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검찰은 민주․진보진영의 후보로 교육감에 당선되어 줄기차게 보편적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때리기에만 여념이 없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대오 각성하여 교육계의 낡은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 교육계에 몰아치고 있는 부정추문은 교장 개방제 등의 간접적인 해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교장 선출 보직제와 공개된 학교 운영위원회 제도, 그리고 투명 회계감사제도가 도입되어야 하고, 사학재단 이사회에 공직 이사를 파견하는 등의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교육자치는 물론 지방자치의 성공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육자치와 지방자치를 연계해 관내 중등교육기관들을 지방의회의 감사 대상기관으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비리인사들을 교육감이나 교육위원으로 선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10년 전 부정과 비리를 다시 부활시키는 MB식 교육자치를 단죄하고 응징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아이들에게 더 좋은 학교와 더 많은 교육복지를 가져다주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교육감 비리만 줄여도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한다.

    2010년 3월 25일
    사단법인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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