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신문 '봉은사 외압설' 여전히 외면
        2010년 03월 24일 09: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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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봉은사 외압설’이 보수신문에선 여전히 외면 받고 있다. 설을 제기한 김영국씨가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이 지난 21일 법회에서 한 말은 "모두 사실"이라고 23일 기자회견에서 밝혔지만 24일자 전국단위 조간신문 가운데 관련 소식을 1면에서 전한 건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뿐이다.

       
      ▲ 3월24일자 한겨레 1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각 8면에서, 중앙일보는 12면에서 관련 소식을 전했는데 ‘권력의 개입’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공방’으로 이를 처리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다음은 24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4인 회동 처음부터 끝까지 배석 안상수 ‘좌파스님’ 지목해 당혹">
    국민일보 <장관은 ‘설득 못하고’ 참모는 ‘노력 안하고’>
    동아일보 <여마저 ‘표’퓰리즘>
    서울신문 <또…정쟁에 매몰된 풀뿌리 정책>
    세계일보 <DMZ 생태관광명소 조성>
    조선일보 <"안중근 의사 유해 한중일 공동 발굴">
    중앙일보 <사라진 ‘조선 국보’ 일본 왕실에 있다>
    한겨레 <"안 대표 부인한다고 사실 없어지지 않는다">
    한국일보 <MB의 불호령>

    ‘봉은사 외압설’을 가장 비중있게 전한 곳은 한겨레와 경향신문이다. 두 신문은 관련 소식을 1면 머리기사에서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집권당 대표, 총무원장에 농담했겠나…부인한다고 사실이 없어지지는 않아"라는 제목을 뽑고 김 위원과 일문일답한 내용을 실었다.

    김 위원은 이날 “그날 명진 스님이 하신 말씀은 모두 사실로, 그 자리는 제가 안 대표, 고흥길 위원장, 총무원장 스님을 같이 만날 수 있도록 주선했다”며 “(그동안처럼) 종단 주요 스님들이 현안이 있을 때 정부와 정당 간에 정책을 조정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초 그 자리는 문화재를 많이 보유한 불교 입장에서 정부의 문화재 정책 협조를 위한 것이지만 안 대표가 그런 발언을 함으로써 이 사태에까지 이르렀다”고 강조하면서 “그날 안 대표의 발언은 모두 사실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에 배석했으며, 들은 얘기를 명진 스님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 3월24일자 경향신문 3면  
     

    한겨레 역시 3면에서 "논란의 자리에 동석했던 김씨는 23일 봉은사 명진 스님이 공개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좌파 주지’ 관련 발언이 모두 사실이라고 확인했다"며 "이날 기자회견으로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을 둘러싼 외압 발언 논란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고 보도했다.

    외압 발언 자리에 동석했던 안상수 원내대표와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은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총무원 대변인인 원담 스님은 이날도 “외압은 없었다”고 강력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대화 내용은 공개할 수 없으며 ‘그 이상의 압력이 있어도’ 움직이는 종단이 아니다”라며, ‘외압’ 가능성은 한가닥 열어두었다.

    한겨레는 조계종 총무원의 이런 모순적 태도에 대해 ‘불심’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한 10·27 법난과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의 ‘종교편향’으로 인한 피해의식이 적지 않은 불심의 분노가 자칫 총무원을 향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1면에서 김씨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한 한국일보는 3면에서 조계종의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결정으로 불거진 갈등이 진실게임 양상에서 ‘종교에 대한 정치적 외압’ 논란으로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종편 ‘갈팡질팡’에 얼굴 붉히는 조·중·동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연내 종합편성채널(종편)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종편을 준비 중인 신문사의 최근 보도행태가 미묘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경향신문이 28면에서 보도했다. 종편 사업권을 의식해 4대강 사업의 부작용 등 정부에 불편한 진실에 애써 침묵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들이 정부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는가 하면 동아일보는 자매지인 ‘신동아’를 통해 MBC 인사개입 의혹을 보도해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그렇다고 정권에 불리한 현안에 대해 ‘일단 축소하고 보자’는 기본 기조가 달라진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3월24일자 경향신문 28면  
     

    최 위원장이 지난 18일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가능한 한 서둘러 종편 문제의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며 연내 종편 선정 방침을 공식화했지만 중앙일보는 20일자 사설 ‘종편 선정 늦어질수록 불필요한 오해 부른다’에서 “종편선정이 너무 시간을 끌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며 전례없는 톤으로 경고를 보냈다.

    반면 동아일보는 19일자 사설 ‘미디어빅뱅 설계 신속하고 정교해야’를 통해 “KBS 1, 2TV 전체를 광고없는 방송으로 바꿔야 한다”며 종편에 유리한 광고시장환경 조성을 의식한 듯 KBS 수신료 인상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중앙과 동아가 사설을 통해 각자의 요구를 분명히 드러낸 반면 최근 ‘종편보다 OBS와 YTN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조선일보는 사설을 내보내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예언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감한 현안을 애써 외면해오던 이들 신문사의 논조에 미묘한 변화가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문화진흥회 김우룡 전 이사장의 ‘신동아 인터뷰 파문’이 터졌을 때 이들 신문사는 처음에는 침묵을 지키다 다음날 부터 김 이사장의 처신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선 것.

    중앙일보는 19일자 사설 ‘ “큰집서 불러 조인트까고…” 김우룡 발언 전말 뭔가’에서 이번 사태를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했다. 조선일보도 19일자 사설 ‘방문진 이사장의 너무나 가벼운 입’에서 김 이사장의 ‘막말’에 초점을 맞추며 김 이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하지만 정권에 부담이 되는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몸을 사리는 모습에 근본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지난 8일 천주교 사제단 1104명의 4대강 반대 선언과 12일 천주교 최고의결기구인 주교회의의 4대강 반대 입장표명이 이들 3개 신문사에서 일제히 누락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SBS 노조 ‘대주주 전횡 막기’ 깃발

    SBS 노사가 대주주의 자의적 경영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SBS 노조는 22~29일 ‘대주주 전횡 저지, SBS 정상화, 방송독립’의 기치를 걸고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노조가 회사 바깥의 현안이 아닌 노사문제로 파업카드를 뽑아들기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29일 파업안 가결이 된 이후에도 사쪽이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임금·단체협상을 벌여온 SBS 노사는 △콘텐츠운용위원회 설치 △간부 중간평가제 확대 등 단협 개정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전했다. 1월20일부터 2월18일까지 노동위 조정을 받았으나 이마저 ‘조정 불성립’으로 결렬됐다.

       
      ▲ 3월24일자 한겨레 27면  
     

    한겨레는 27면 기사에서 "SBS는 2007년 9월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기치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됐지만 대주주의 지배력이 오히려 강화됐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회사 수익 악화의 근본 원인이 SBS가 제작한 콘텐츠를 SBS 계열사인 지주사 자회사에 헐값으로 팔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한편 노조의 이런 요구에 사쪽은 단협 사항이 아니라는 태도여서 타협점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김인규 사장 ‘MBC 민영화’ 불지피나

    경향신문이 28면에서 "KBS 김인규 사장이 KBS와 MBC 2공영 체제를 한국방송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며 방송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의 김 사장의 발언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MBC의 민영화 문제를 다시 거론한 것이어서 언론계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 사장은 23일 여의도클럽 초청 강연회에서 “한국의 방송이 안고 있는 당면과제 중 하나가 애매한 방송구조”라며 “외국의 경우 영국의 BBC, 일본의 NHK 등 1공영 다민영이 대다수인데 우리나라는 KBS·MBC 2공영, SBS 1민영 등 이상한 구조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MBC 운영방식에 대해 “MBC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대주주로, 소유는 공영이고 운영은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민영식으로 이상한 구조”라고 말했다.

    강연직후 방송계에서는 ‘김 사장이 MBC 민영화에 대한 정권의 의중을 대변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김 사장이 KBS 사장이 아니라 대통령 방송 특보로서 발언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양문석 언론개혁연대 사무총장은 “대통령 특보출신의 김 사장 발언은 현정권의 안정적인 집권 토대 구축을 위해 MBC 민영화 논의에 본격적인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며 정치적 배경에 의문을 표시했다.

    김재철 MBC 사장 고소 안하나 못하나

    김재철 MBC 사장은 왜 미적대고 있을까? 한겨레는 5면 기사에서 "김 사장은 자신의 8일 인사에 큰집이 개입됐다고 각각 발언하고 보도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신동아>를 고소하겠단 방침을 23일 현재까지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며 "김 사장은 18일엔 보도자료를 통해 신동아 기자를, 19일엔 기자회견을 통해 김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하고 손해배상 민사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보도했다.

    사내에선 김 사장의 민·형사상 소송 제기가 지연되는 데는 실제 법적 공방으로 갈 경우 김 사장에게 불리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보흠 MBC 노조 홍보국장은 “현재 김 사장에게 ‘살고 죽는 문제’가 걸린 명예회복보다 더 급한 게 어디 있냐”며 “정말 큰집 개입으로부터 떳떳하다면 하루 빨리 법적 대응을 통해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기화 MBC 홍보국장(대변인)은 “고소 방침엔 변화가 없다. 사장이 ‘끝까지 간다’고 했으니 반드시 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회사가 복잡한 상황이라 사장이 일단 급한 일부터 먼저 처리하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최 국장은 “가장 시급한 게 인사다. 22일 국장급 인사를 했으니, 업무보고를 받아서 업무파악을 먼저 하는 게 급선무”라며 “신동아가 김 사장의 명예 뿐 아니라 엠비시 전체의 명예를 훼손했으므로 회사 차원의 고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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