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만원 세대 노조도 만들지 마라?
    신고제→허가제…'입구 봉쇄전략'
    By 나난
        2010년 03월 23일 03: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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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들어 노동조합 설립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해버렸다. 정부는 노조 출범부터 봉쇄해버리는 ‘입구 전략’을 채택한 듯 보인다. 여러가지 꼬투리를 잡으면서 공무원노조의 설립을 불허한 정부가 이번에는 청년유니온 노조 설립을 막았다.

    허가제로 바뀐 노조 설립

       
      ▲ 사진=청년유니온

    노동부는 23일 20~30대 청년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출범한 청년유니온(위원장 김영경)의 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노동부는 “청년유니온의 강령은 근로조건 개선보다는 정치 활동이 주된 목적과 사업으로 판단돼 노조법상 결격 사유에 해당된다”며 반려 이유를 밝혔다.

    청년유니온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노동부의 설립신고 반려는)법적 기준도 없는 자의적 판단일 뿐이며 청년들의 자주단결권을 막아서겠다는 악의로 가득 차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청년유니온은 아르바이트생과 인턴, 청년실업자 등 이른바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15~39세 청년을 가입 대상으로 하는 국내 유일의 ‘세대별’ 노조로, 지난 13일 출범식을 갖고 18일 노동부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청년유니온 강령 중 ‘대한민국 청년의 정치·사회·경제적 지위 제고와 민주주의 발전, 한반도 평화실현’ 등을 적시해 정치 활동이 주된 목적과 사업으로 판단된다”는 점과 함께 “조합원 중 대다수가 재직 중인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청년유니온은 “국내 많은 노동조합 규약 전문에서 사용하고 있는 강령과 규약에 대해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황당한 이유”라며 “대한민국 노동조합 중 청년유니온의 강령과 규약에 적시하고 있는 수준의 내용을 담지 않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반박했다.

    청년유니온 "황당하다"

    청년유니온은 또 “청년노동자 노동권이 개선되는 것이 곧 청년들의 정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제고되는 것이고, 청년실업 해결과 고용이 보장되는 것이 곧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며 “군복무 문제에서부터 이로 인한 늦은 취업문제 등이 청년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이며 또한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 하는 것도 문제 될 것 없다”며 노동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조합원 구성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례에도 구직 중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할 수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으며 오히려 구직 중인 청년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노조를 만들고 고용보장과 구직활동을 하는 것을 권장해야 한다”며 “구직 중인 청년노동자를 문제삼아 설립신고를 반려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역시 노동부의 설립신고 반려와 관련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권 변호사는 노동부가 문제 삼은 강령 중 ‘정치·사회·경제적 지위 제고와 민주주의 발전, 한반도 평화실현’과 관련해 “근로자의 사회적인 권리를 법과 제도, 정치적으로 보장받겠다는 의미”라며 “근로자들이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정치․사회․경제적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은 부차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이어 “예를 들어 노동조합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정치․사회․경제적 지위 제고’를 강령에 적시했다고 해서 정치활동을 주업으로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조합원 구성과 관련해서도 “노조법상 실업자나 구직 중인 자도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이나 급여와 같은 수준의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며 “이때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에는 ‘생활을 하려는 자’ 즉 구직자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정부가 청년유니온의 노조설립 신고서를 반려함으로써 대한민국 청년 스스로의 힘으로 노동권을 확보하고 권리를 찾기 위한 몸부림을 짓밟았다”며 “이번 반려는 정치적인 이유에 다름 아니며 정부의 정책 실패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노동환경이 악화된 청년들의 목소리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어 “노조 설립신고는 노동자가 자유롭게 노조를 조직하고 노동부가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 확보를 위해 형식적 검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노동부가 이번 설립신고 반려로 청년노동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움직임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면 큰 오산이며, 청년유니온은 시대적 흐름에 정정당당하게 청년노동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활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유니온은 오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유니온 설립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한편 노동부의 설립신고 반려와 관련해 비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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