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비정규직-비조합원 연대
By 나난
    2010년 03월 22일 04: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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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 토요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는 구호가 울려 퍼집니다. 전날(19일)엔 정규직 조합원들이 잔업을 거부한데 이어 토요일엔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토요 특근을 거부했습니다. "힘없는 동료가 공장에서 쫓겨나가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절절한 외침입니다.

아래로, 옆으로 향하는 연대

현대자동차는 지난 2월 23일 버스부 볼륨다운(하루 8대 생산→6대 생산)을 이유로 18명의 비정규직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18명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비조합원일 것이라는 예상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자신의 일로 받아들였습니다. 공장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가며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의 모범’이란 소리를 들어온 전주공장 정규직 조합원들도 득달같이 달려와 함께 했습니다.

이렇게 전주공장 정규직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손해를 감수하는 잔업을 세 차례나 거부하며 비정규직 동료를 위해 아름다운 연대를 실천했습니다.

   
  ▲ 현대차 전주공장의 ‘비정규직 18명 해고’ 방침에 정규직-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아름다운 연대를 펼치고 있다.(사진=김형우 금속노조 부위원장)

정규직은 비정규직, 비정규직은 비조합원에 손을 내밀다

그 동안 보수언론으로부터 ‘이기주의 집단’이라 욕을 먹던 정규직 동지들이, 특히 ‘귀족노동자’라는 비아냥을 들어야했던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의로운 연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금속노조도 전주공장의 원하청 연대투쟁에 함께 하기 위해 투쟁을 결의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립니다.

20일, 특근을 거부하고 “총고용 보장하라”며 공장을 순회하는 조합원들을 현대자동차 원청 관리자들과 하청의 바지사장들이 호위(?)하며 졸래졸래 따라 다닙니다.

현대자동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얘기합니다. 그렇다면 자신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비정규직 동지를 왜 해고시킵니까? 또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며 외치는 조합원들을 왜 관리자들이 따라다니며 막아서게 시키고 있습니까?

바지사장들은 더 가관입니다. "독립적인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앵무새처럼 얘기하더니 자기 직원들이 잘려 나간다는데 왜 아무런 말 한 마디 하지 못하는 겁니까? 그들 역시 얼마 전 현대자동차로부터 ‘노란봉투’를 받아들고 해고의 쓰라린 경험을 했습니다. 그러니 집회 사회자의 "한 마디 하라"는 말에 눈만 껌뻑거리며 고개를 숙입니다.

일자리 창출이 아닌 일자리 빼앗는 이명박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은 일자리 창출은커녕 있던 일자리마저 빼앗기는 노동현실에 ‘나 몰라라’ 합니다. 아니, 오히려 자본가들을 독려하며 정리해고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우선해고에 맞서 “비정규직도 사람이다. 비정규직 우선해고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투쟁해 왔습니다. “비정규직이 우선해고 되면 그 다음은 정규직이 될 것”이라며 정규직 조합원들의 연대를 호소해 왔습니다.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절절한 외침은 결국 현실이 됐습니다. 자본은 비정규직, 정규직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정리해고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전주공장 투쟁은 고용을 목숨처럼 여기는 노동자들에게는 사활을 건 투쟁입니다.

지난 12일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에게 배당된 이익배당금은 무려 328억 9천만 원이랍니다. 이 돈은 현대자동차가 해고하려는 1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73년치 연봉입니다. 굳이 18명의 해고 없이도 아무 무리 없이 공장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최근 전주공장을 오가며 경영진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고통으로 다가오는지를 똑똑히 보았습니다. 노동자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대가를 자신들의 호주머니에 챙기기 바쁜 파렴치한 자본가들의 더러운 모습을 봤습니다. 이번 사태는 노동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야맞교대를 밀어붙인 경영진에게 모든 책임이 있습니다.

이미 승리한 연대투쟁

하지만 이러한 이면에 약자의 고통에 동참하는 아름다운 노동자들도 보았습니다. 자신의 고용도 불안한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자신보다 더 약한 비조합원들을 위한 선도적 투쟁을 전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정규직 이기주의가 판치는 노동운동에서 비정규직 투쟁에 헌신적이고 실천적으로 연대하는 정규직 조합원들을 보았습니다.

“단 한 명의 노동자도 공장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는 전주공장 원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미 승리했습니다.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은 노동자 스스로가 만들어간다는 것을 전주공장 노동자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주공장의 자랑스러운 원․하청노동자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내며, 언제나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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