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촌 '회피연아' 고소 부당한 이유
        2010년 03월 17일 02: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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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관 등 고위공직자의 명예훼손 소송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청와대 수석, 전현직 장관들의 잦은 소송은 언론자유와 소통을 위태롭게 하지만 절제가 되지않고 있다. 이번에는 한때 취재진을 향해 ‘찍지마, X’라고 소리치며 취재를 거부한 적이 있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형사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연아를 안으려고 시도하는 듯한 동영상을 만들어 유포한 누리꾼을 문화부가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8일 고소함에 따라 해당 아이디를 추적해 누리꾼의 신원을 확인하는 등 수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조선일보 3월 17일자)

    문제가 된 동영상은 누리꾼 사이에서 ’회피 연아’라고 불리며 지난 2일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선수단이 귀국했을 때 유인촌 장관이 김연아 목에 꽃다발을 걸어주면서 포옹하려고 하자 김연아가 피하려 하는 듯한 모습을 담고 있다. 이 동영상을 자세하게 봤지만 특별히 유 장관의 명예를 의도적으로 훼손하려는 인상은 받지않았다. 그러나 인식의 차이가 있는만큼 무슨 명분으로 형사처벌을 원하는지 내용을 살펴봤다.

    문화부는 고소장에서 “유 장관이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하려 했으나 마치 성추행을 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동영상을 편집해 올렸으므로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언론에 알려진 명예훼손 혐의를 보고 다시 한번 눈을 의심했다.

    ‘행위로 인해 발생한 결과’가 아닌 ‘행위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토대로 ‘명예훼손 혐의가 있으니 수사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보도내용만으로 전체적 수사내용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현재의 판단 범위를 넘어설 내용은 없을 것 같다.

    소송당사자는 문화부가 아닌 유 장관이고 혐의는 ‘마치 성추행을 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동영상을 편집해 올린’ 것이다. 동영상과 관련 기사를 검토했지만 어디에도 ‘성추행’ 표현은 없었다. 물론 댓글은 누가 어디에 어떻게 달았는지 알 수 없다. 유장관이 문제 삼은 것은 이 동영상을 편집해서 올린 사람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장관이 어떤 사안을 가지고 형사소송 결심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것이 소송을 할만한 타당한 근거를 갖췄는지, 그만한 공익적 가치, 공공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이런 사안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며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그 이유는 대략 세가지로 정리한다.

    우선, 장관이라는 고위 공직자는 주요 취재 대상이며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에 고스란히 노출되는만큼 호불호를 떠나 보도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 보도가 우호적일 수 있고 비우호적일 수도 있다. 법원의 판결문도 ‘홍보성 기사는 즐기고 비판적 기사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온당치못하다’는 내용도 소개된 바 있다.

    유 장관은 사사로운 모임에 간 것도 아니고 동계올림픽 환영행사장이라는 공식적인 자리에 간 것인만큼 모든 행동은 보도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있느냐 없느냐 ‘성추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느냐 그렇지않느냐 등이 쟁점이 될 것이다. 따라서 동영상을 통해 장관의 행동에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내용이 소개됐다고 해서 이를 문제삼는 것은 지나치다.

    두 번째, 없는 사실을 가지고 처벌해달라는 것은 부당하다. 유 장관은 댓글을 단 사람 처벌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문제의 동영상을 편집, 제작해서 올린 당사자를 처벌해달라는 것이다. 제작내용과 기사를 보면 어디에도 ‘성추행’이라는 표현이 없다. 본인이 그렇게 해석해서 ‘마치 성추행을 하려는 듯한…’식으로 직유법을 사용하여 문제삼고 있다. 사실에 근거해서 판단해야 할 법리가 해석상의 주장까지 처벌하려 할 때 법적용의 남용 혹은 오용 문제가 새롭게 나타나게 된다.

    세 번째, 문제의 동영상은 인터넷 언론 등 인터넷 상에서 떠돌아 다녔을 뿐이다. 인터넷 공간이 오프라인 공간보다 좀 더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이루어져야 하는 곳이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물론 온라인상이라도 명백한 고의적 범의(犯意)가 있을 때는 처벌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경우, 형사처벌의 중요한 두 가지 전제조건이 되는 ‘고의성과 범의’는 찾기 어렵다. 그런 행위를 한 유 장관이 바로 원인제공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관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행동을 해놓고 이를 공개한 동영상을 향해 ‘성추행을 하려는 듯한 행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처벌해달라는 것은 무리다. 스스로 삼가고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면 ‘해명서’ 정도면 충분하다. 유 장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지만 이를 형사처벌까지 요구하는 것은 곤란하다. 법이 가진 자의 약자 지배도구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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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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