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가 점령운동, 개미들 반란에 영향
    진보, 소액주주 운동 급진적 발전을
    [의미와 전망②] 노조, 주주 자격 경영개입 전략 검토 필요
        2012년 05월 11일 02: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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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 모든 점을 고려할 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주주들의 연이은 반란은 주주 자본주의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조차 새로운 현상이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먼저 거론할 수 있는 것은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그동안 잠복해 있던 주주와 기업 경영진, 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 및 공적 연기금, 금융 상품 판매자와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의 잠재적인 이익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2007년부터 본격화된 미국발 금융 위기는 다양한 형태의 법률적 분쟁을 불러일으켰다. 주택 모기지 대출 전문 금융 기업에서부터 투자은행에 이르기까지, 처음부터 부실화될 수밖에 없었던 주택담보부 채권을 만들고, 가공하고, 거기에 신용을 부여하고 채권 시장에서 사고팔았던 거의 모든 당사자들 법적 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이 채권의 부실화에 대비한다는 이름으로 신용 부도 스왑이라는 일종의 보험 상품을 만들어 사고파는 데 관여했던 거의 모든 은행 및 보험 회사들, 이 채권을 투자 가치가 높은 금융 상품인 줄 알고 속아서 산 각 주 및 시 정부와 각종 연기금 등이 앞다투어 상대방을 고소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코너스톤(Cornerstone)이라는 한 민간 법률 회사의 통계에 따르면, S&P 500에 속한 금융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된 민간 법률 소송은 2006년 총 110여 건에서 2007년 180여건, 2008년 220여건 등으로 폭증했다. 2009년 접어들면서 160여 건으로 잠시 줄어들었지만 2010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관련 소송은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2010년 175건, 2011년 188건).

    여기에 덧붙여 캘리포니아, 오하이오 그리고 뉴욕 주 등의 주 검사장(Attorney General)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긴밀한 상호 협조 하에 거대 금융 기업들의 기만과 사기 때문에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게 된 주 정부 산하 연기금의 청원을 받아들여 거대 은행 및 보험 회사들을 상대로 각종 공적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미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도 부실 은행을 인수 합병하는 과정에서 전임 경영진들의 비리 사실을 적발하고 연방 법원에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게끔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본사 주주 총회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

     

    물론 다소 지루한 미국 민사 소송 절차의 특성 때문에 소송 건수에 비해 법원에서 실제로 판결이 내려진 건수는 아직까지 상당히 적다. 게다가 거대 금융 기업의 경우 정부 기관이 소송을 할 경우 실제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을 시인하거나 부정하지 않고서도 일정액의 손해 배상금을 납부하는 형태로 형사상의 책임을 모면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렇지만 금융 위기 이후 발생한 일련의 민형사상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주주 배당금이나 채권 수익을 받아먹으며 자신이 투자한 돈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대다수의 소액 및 기관 투자자들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에 틀림없다.

    두 번째로 거론할 수 있는 것은 2010년 통과된 ‘월스트리트 개혁과 금융 시장 개혁’에 관한 법안(일명 프랭크-도드 법안)이 부분적으로나마 입법 예고되어,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의 의사소통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데 있다.

    이 법안 내용 가운데 기업 지배 구조 개선과 관련하여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는 투자자 보호 조항은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이 언제 무슨 안건을 가지고 주주 총회를 열 것인지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공지 받도록 했고, 주주 총회 이전에도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이 자신들이 별도로 위임한 컨설팅 기관의 자문을 얻어 주주 총회 안건을 마련하고 제안하는 데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해주었다.

    물론 기업 발행 주식과 채권을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과는 달리 이 금융 자산들을 시시각각 사고파는 투기적 소유자들의 주주 총회 발언 및 의결권을 어디까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선 사례에서 나타난 소액 및 기관 투자자들의 반란은 바로 이와 같은 기회비용의 절감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소액 주주들의 적극적인 권한 행사에 영향을 미친 가장 근본적인 요인으로 꼽고 싶은 것은, 지난 해 말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Occupy Wall Street)의 효과이다.

    필자는 다른 무엇보다도 이 운동이 미국 사회의 ‘논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한다.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 전개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공론장 –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 은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정쟁, 연방정부 재정 적자와 채무 문제 그리고 각종 섹스 스캔들로 채워져 있었다.

    미국발 금융 위기 전이나 후나 자국의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는지를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제대로 분석할 수 없었던 압도적인 다수의 주류 언론들은,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주식 가격의 등락에 대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 스포츠에 대해 그리고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살인과 강도 행각 및 섹스 스캔들에 대해서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밤에 도둑이 들 듯 소리 소문 없이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 참가자들은 미국 국민들의 압도적인 다수를 실업과 빈곤 그리고 주택 가압류의 위험으로 내몬 자들에게 지급된 연방정부의 편파적인 구제 금융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지금까지 받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받게 될 터무니없는 보너스 – 보통 노동자 임금의 127배에 달하는 – 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왜 1퍼센트의 부자들이 거의 아무런 세금도 내지 않는지, 왜 그들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금융 위기에 대해 거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기업 최고 경영자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지, 왜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를 줄인다는 이름으로 일자리를 잃고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에게 마땅히 지급되어야 할 사회보장 금액을 깎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자신들이 주주로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의 경영 성과와 투명성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수많은 주주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주들의 잇따른 반란은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 이룩한 소중한 성과 가운데 하나다.

    한국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이와 같은 주주들의 반란이 궁극적으로 어떠한 실질적인 변화를 야기할 것인지에 대해서 필자는 그 어떠한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

    몇몇 단편적인 사례에 그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소액 주주들의 반란은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주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아주 오랫동안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는 채 전횡을 일삼아 온 최고 경영자들의 패권 자본주의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어떻게 하면 기업 자산 소유권자와 그 대리인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것인가에 관한 논의를 다시 활성화시킬지 모른다.

    그러나 영미권 학계와 정책 결정자들 내부의 지배적인 담론과 주류 언론들의 보도 태도를 고려할 때, 주주 권한의 강화에 관한 논의는 주주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 노동자와 지역 공동체의 이익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이해 당사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에 관한 논의와도 구별될 것이고, 연기금을 지렛대로 삼아 기업 소유권과 소득을 획기적으로 재분배하자는 대안적인 논의(pension socialism) 수준에는 더더욱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서도 필자는 어쩌면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유용할지도 모르는 몇 가지 사항들을 거론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한국의 진보 세력들은 소액 주주들의 적극적인 주주 권한 행사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 강화라는 이름으로 더욱 급진적으로 발전시켜 볼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이 동아시아 외환 위기의 충격을 받고 경제 질서를 미국식으로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소액 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하고, 이들의 힘을 빌려 재벌 기업들의 경영권을 개선하려는 일련의 노력이 있었다.

    필자는 이 운동에 참여했던 분들이 당시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더불어 최근 여러 지면을 통해 재벌 개혁 방안을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의미 있는 논쟁도 아직 체계적으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소액 주주 운동의 한계를 넘어서서, 현 정부도 적어도 겉으로는 수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 강화 또는 사회적 기업에 관한 아이디어와 적극적인 주주 권한 행사에 관한 노력을 접목시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는 바로 기업 경영진들의 행위에 대한 해당 기업 소유권자들의 적극적인 관리 감독 및 견제이다. 사회 운동 차원에서 기업의 실물 및 자산 투자, 노동 조직 편제 및 임금 수준 등에 관한 일련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고, 소액 주주들의 적극적인 권한 행사를 촉구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자산 규모를 놓고 볼 때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각종 연기금의 자산 투자 및 운용 방식도 개선해 볼 수 있다. 대체로 거의 모든 연기금은 일련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자산 투자 방식과 자산 구성 비율을 변화시킨다.

    이 가이드라인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보자. 그래서 한진중공업처럼 국내 산업 시설을 일방적으로 없애고 해외에 나가 각종 만행을 저지르는 기업들, 삼성 반도체처럼 산업 재해와 직업병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적 법률적 책임도 외면하고 산하 하청 기업들의 고혈을 짜는 기업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논의해 보자.

    또 삼성전자처럼 해외 잉여금을 막대하게 쌓아 놓고 노골적으로 조세를 회피하는 기업들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이 연기금 운용 주체들과 함께 어떻게 자기들에게 부여된 합법적인 주주 권한을 행사하여 기업 경영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지 논의해 보자.

    두 번째, 한국의 진보 세력과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의 기업 주식 보유 지분을 높여 나가고 주주 총회를 통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산업별로 업종별로 대기업 노동조합의 지분율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가 아는 한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의 경우 노동조합의 해당 기업 주식 보유 규모는 상당하다.

    그렇다면 개별 노동조합과 상급 노동 단체는 노동조합의 보유 주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기업의 경영과 노동 조직 편제(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용 관행, 노동시간과 임금 수준 등)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노사 간의 단체 협상 채널뿐만 아니라 분기별 주주 총회를 통해서 얼마든지 기업 경영과 투자 등에 관한 의제를 다룰 수 있는 잠재적인 힘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진보 세력은 이 잠재된 힘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제도적인 요건을 찾아보고, 노동조합과 힘을 합해 그 힘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도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와는 별도로 협동조합기업 운동을 강화하고 대기업에 수직적으로 통합된 중소기업의 협상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떠올려 보는 것이 필요하다. 협동조합기업은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가 기업의 소유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법인체다. 기업의 소유권과 노동이 일치되어 있기 때문에 명목상의 경영진을 선출하거나 기업의 투자와 경영을 둘러싼 중요한 결정을 해당 기업 노동자들(주인들)이 공동으로 결정한다.

    전 세계적으로 파급된 미국발 국제 금융 위기 국면에서도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나 독일 그리고 심지어 미국에 산재한 협동조합 기업들은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는 국면에서도 일자리를 줄이는 대신 노동 시간을 줄이거나 임금 수준을 줄이는 방식으로 협력적인 해결책을 찾았다. 그리고 현재 협동조합기업들의 노동생산성과 수익률은 다른 그 어떤 기업들보다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필자의 기억이 맞는다면, 한국에서도 동아시아 외환위기 국면에서 ‘협동조합기업 및 노동자기업인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마련되어 형식적으로나마 시행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현 이명박 정권 하에서도 관련법(‘협동조합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법안들이 제안하고 있는 각종 조세 감면 혜택 및 지원책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더 나아가 중소규모 협동조합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 가운데 하나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수직적인 종속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만 사기성 높은 정운찬의 ‘동반성장위원회’와는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실질적인 권한과 집행력을 갖춘 정부와 민간 공동의 기구를 만들 수 있고, 유관 정부 부처(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와 긴밀하게 협력해 재벌들의 단가 후려치기, 어음 결제 방식, 각종 하도급 관행, 신기술 탈취 등의 만행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엄정하게 처벌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

    필자소개
    신희영
    뉴욕 뉴스쿨 대학원(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현재 오하이오 주립대학 (Wright State University)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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