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영욱 입 ‘정치검찰’ 실체 폭로
        2010년 03월 16일 09: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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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야당 대표도 문제의 심각성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심지어 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16일 새벽 4시38분 현재 미디어다음에 실린 국민일보 MB 독도발언 기사에는 10만9581개 댓글이 달렸다.

    MB 독도 발언은 누리꾼의 폭발적인 관심과 여야 정당의 공식적인 공방이 오갔지만, 언론만 말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발언은 16일자 주요 아침신문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경향신문은 16일자 6면에 <“청, 왜 요미우리 항의 않나” ‘MB독도발언’ 정치권 비화>라는 기사를 실었다.

    경향신문 역시 뒤늦은 관심 보도였지만, 여전히 독도 언급을 주저하는 다른 신문과 비교되는 기사였다. 16일자 지면에 독도가 언급되기는 했다. 독도 날씨가 실린 기사가 있었고, 한일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는 기사에 살짝 독도가 언급되기도 했다. ‘독도가수’ 정광태씨가 대학 강단에 선 기사도 나왔다. 물론 MB독도발언과 관련한 기사는 아니었다.

    다음은 16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아프간 PRT 주둔지 ‘위험천만’>
    국민일보 <‘편 가르기 선거’ 또 도지나>
    동아일보 <"단계 확대" 61% "전면 실시" 28%>
    서울신문 <국방비리 고강도 특감>
    세계일보 <개인부채 900조 돌파 경제 잠재부실 ‘뇌관’>
    조선일보 <태국 일촉즉발…유혈충돌 우려>
    중앙일보 <총성 멈춘 펀치볼에서 ‘6.25’를 만나다>
    한겨레 <4대종단 "4대강 생명흐름 막는 건 죽음의 세력">
    한국일보 <"사람이 이렇게 미운 적 없다">

    언론이 ‘김길태 사건’에 연일 취재력을 쏟아 붓는 동안 보도를 외면하고 있는 사안은 MB 독도 발언 논란만이 아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을 둘러싼 법원의 공판이 진행되면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검찰 주장의 허와 실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야권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이자 현재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한명숙 전 총리는 곽씨로부터 5만 달러를 건네받았다는 검찰 주장에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는 말로 결백을 얘기했다.

    검찰이 전격적으로 기소결정을 내렸을 때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한명숙 전 총리의 결백 주장과 달리 검찰이 실체도 없이 전직 총리이자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 있겠는가하는 인식이다.

    곽영욱 사건으로 드러난 검찰의 현실

       
      ▲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공판을 위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검찰의 수사 행위에 ‘정치적 노림수’가 담기지는 않았을 것이란 기본적 믿음이 깔려 있다. 한명숙 전 총리가 정치적 상처를 입는다면 한나라당,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검찰이 그렇다고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꾸밀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이라 생각한다면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이다. 만약 검찰의 행위가 ‘무리수’로 드러나고 국민을 우롱한 짓으로 판명난다면 그 때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까.

    한명숙 총리가 실제로 결백하고 오는 4월9일 법원이 1심에서 무죄를 판결한다면 검찰 행위는 무엇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지방선거는 16일 현재 78일 남았다. 죄의 유무와 관계없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상처를 입히는 게 목적이라면 그 행위는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한겨레 "곽영욱, 거짓진술 했다고 자인"

       
      ▲ 한겨레 3월16일자 1면.  
     

    검찰은 기세 좋게 전직 총리를 상대로 기소를 강행했지만, 5만 달러를 건넸다는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골프채를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한나라당 상임고문을 지냈던 박찬종 변호사는 “일종의 반칙”이라면서 검찰 행위를 질타했다.

    검찰이 믿을 것은 곽영욱 전 사장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다. 그게 바탕이 돼야 법정 공방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재판장 앞에서 곽영욱 전 사장의 증언이 검찰 주장을 뒤집고 있다는 점이다. 전직 총리를 상대로 검찰이 기소를 강행했지만, 근거도 모호하고 증거도 불명확한데다 ‘거짓진술’일 가능성이 증폭되고 있다.

    김길태 사건 못지않게 독도발언 논란 못지않게 중요한 이번 사건을 언론은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한겨레는 1면 <곽영욱씨 "검사 무서워 거짓말">이라는 기사에서 “한명숙(66) 전 국무총리에게 5만달러를 건넸다고 진술한 곽영욱(70.구속기소) 전 대한통운 사장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주지 않은 돈 10만 달러를 준 것처럼 거짓진술을 했다고 자인했다”면서 “곽영욱씨는 "검사가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법정진술 검찰에 치명적인 내용, 사면초가"

       
      ▲ 한겨레 3월16일자 10면.  
     

    한겨레 1면 기사 제목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법정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한겨레는 10면 <곽영욱 ‘오락가락 입’…검찰 당혹>이라는 해설 기사에서 “곽영욱(사진) 전 대한통운 사장의 입이 검찰에게 ‘판도라의 상자’가 되고 있다”면서 “진술번복도 모자라 수사의 적절성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진술을 연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혹스러운 것은 검찰이 아니라 국민이다. 한겨레는 “오락가락 모호한 진술이 이어지면서 검찰은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특히 ‘주지 않은 돈을 줬다고 진술했었다’는 법정 진술은 검찰에게는 치명적인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황당 발언을 하나 더 들어보자. 세계일보는 3면 <곽영욱 "공기업 사장 청탁 안 했다">라는 기사에서 “곽씨는 법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인사 청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곽영욱 ‘공기업 사장 청탁 안했다’"

       
      ▲ 세계일보 3월16일자 3면.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검찰이 한명숙 총리 체포 논란을 일으키며 기소한 이유는 인사 청탁 목적 때문에 5만 달러(당시 환율로 5천만원이 안 되는 금액)를 줬다는 의혹 때문이 아닌가. 그런데 5만 달러는 한 총리에게 직접 준 게 아니라 의자에 놓고 왔다는 진술이 나온데 이어 인사 청탁도 하지 않았다는 당사자 진술이 나왔다.

    세계일보는 “증인으로 출석한 곽씨 부인은 ‘곽씨의 진술이 검찰 조사 때와 법정에서 왜 다른 것 같으냐’는 재판장 질문에 ‘(곽씨가) 검찰 조사 때 몹시 아팠다. 정신이 혼동돼 그렇게 진술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해프닝인가. 착각인가. 착각으로 끝날 일인가. 서울신문은 15면 <강동석 "오찬 때 인사청탁 없었다">라는 기사를 더 살펴보자.

    곽영욱 "한 전 총리 인사개입은 내 추측"…비상 걸린 검찰

       
      ▲ 경향신문 3월16일자 11면.  
     

    “곽 전 사장은 이날 공판에서 5만 달러의 대가성을 부인했다. 곽 전 사장은 ‘내가 한 전 총리에게 놀고 있으니 답답하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면서 ‘한 전 총리를 사적으로 만났을 대 청탁에 대한 얘기는 없었고 내가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필요성도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서는 왜 청탁한 것처럼 진술했느냐는 추궁에는 ‘제가 착각을 하고 또 그런(한 전 총리가 알아서 잘해 줄 것 같은) 필링이 와서 그랬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11면 <곽씨 “한 전 총리 인사개입은 내 추측”>이라는 기사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인사 청탁을 하지 않았고 한 전 총리의 인사 개입도 없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재판에 출석한 주요 증인들이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면서 검찰은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법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언론이 눈감고 있을 만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길태 사건’에 할애한 지면 일부를 배당해도 될 만한 사안 아닐까. 조선일보도 지면을 할애했다. 그런데 내용이 특이하다.

    곽영욱 핵심 진술 빠뜨린 조선일보 보도

       
      ▲ 조선일보 3월16일자 12면.  
     

    곽영욱 전 사장은 한명숙 총리에게 공기업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결정적 진술을 했다. 검찰이 무서워 거짓말을 했다는 진술도 했다. 그런데 조선일보 독자들은 이런 내용을 볼 수가 없다. 조선일보는 이런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아니 보도는 했다. 내용은 달랐다.

    조선일보는 12면 <"오찬에 곽 전 사장 참석해 의아했다">라는 기사에서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총리 공관 오찬에 곽 전 사장이 온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한 전 총리와 곽씨가 무척 친분 깊어 보여…>라는 중간제목을 달았다.

    곽영욱 전 사장의 중요한 증언도 조선일보 보도처럼 언론이 감춘다면 국민은 확인하기 어렵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무죄로 정리된다면 검찰은 물론이고 언론의 행위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한명숙 무죄시 파장 심각"…한나라, 서울시장 패배 우려

       
      ▲ 국민일보 3월16일자 4면.  
     

    상황은 검찰 쪽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게 대다수 언론 시각이다. 검찰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 유력 서울시장 후보에게 결정적 타격을 입히려다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비상이다.

    국민일보는 4면 <원희룡 "한명숙 무죄시 파장 심각">이라는 기사에서 “한 전 총리가 무죄 판결을 받을시 한나라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시인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가 전한 여론조사는 한나라당 불안을 부채질 하고 있다. 한겨레는 6면 <서울 야권 단일화 땐 한명숙-오세훈 격차 8%p로 좁혀져>라는 기사를 통해 서울시장 양자대결을 벌인다면 오세훈 서울시장 48%, 한명숙 전 총리 40%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는 한명숙 전 총리 판결이 나기 전의 상황이다. 무죄로 판명 나고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드러나 여론의 역풍을 받는다면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기반인 서울에서 무너질 수도 있다.

    언론이 역사를 제대로 기록해야 하는 이유

       
      ▲ 서울신문 3월16일자 30면.  
     

    곽영욱의 입을 통해 ‘정치검찰’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시민사회 재야인사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어느 한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시민의 편에 서서 법의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검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치 검사’ 행태로 물의를 일으키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행위는 해프닝이 아니다. 그들의 행위는 역사로 기록해야 하고 역사가 평가해야 한다. 언론이 제대로 기록해야 하는 이유이다.

    조항제 부산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서울신문 30면 <언론이 사회 신뢰도 높이려면>이라는 옴부즈맨 칼럼에서 “(곽영욱씨 관련 기사는) 부산 여중생 사건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작은 크기였지만, 피의자가 이전 정부의 총리이고 눈앞에 놓인 선거에서 제1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라는 점에서 이 역시 높은 뉴스가치를 지녔음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조항제 교수는 언론이 새겨들어야 할 쓴소리도 전했다.

    “의심되는 것을 마치 기정사실처럼 흘리면서 언론을 이용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법과 언론이라는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제도들의 근간을 흔드는 악의적인 행위이다. 이에 대해 언론이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사실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만약 반대사실이 나온다면 적어도 처음 피의사실을 보도할 때 준 충격을 완화시킬 만큼은 주목해 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검찰은 언론과 여론이 이용의 대상이 아닌 존중의 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사회도의 신뢰도는 그런 앞뒤가 분명한 언론에 의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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