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연대, 주목받는 현실 아쉬워"
By 나난
    2010년 03월 13일 12: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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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정규직, 비정규직 연대투쟁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예외적인 현상인 것도 사실이다. 예외가 일상이 되기 위해서라도 전주공장 투쟁의 승리는 소중하다. 

   
  ▲강만석 부의장(사진=이은영 기자)

강만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 부의장은 “함께한 것이라고는 잔업을 거부하고, 텐트를 세운 것밖에 없는 언론에 대서특필이 되니 부담스럽다”며 “대공장이라고 주목하는 건지, 다른 곳에서는 이정도 연대도 안 해서 주목받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겸손해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는 전주공장 뿐 아니라 이미 사회적 문제”라며 “이번 싸움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하나의 선례를 남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측과 해고의 당사자인 비정규직 간의 ‘합의주체 서명’과 해고노동자의 단기계약직 전환이 아닌 ‘고용승계’가 명확히 보전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투쟁과 교섭을 병행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 부의장과의 인터뷰는 12일 현대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 * *

– 전주공장에서 비정규직 해고계획은 이번이 처음인가?

= 공식적 해고는 처음이다.

– 비정규직 18명 해고에 정규직들이 앞장서서 막아내고 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 당연히 투쟁해야 하는 것 아니냐? 비정규직을 나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당연히 해야 한다. 원동력이라고 보기 어렵다. 조합원 교육에서도 말했지만 이미 비정규직은 사회적 문제다.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비정규직이 너무 많다.

현장 조합원들 교육 때 "전체노동자 중 850만이 비정규직"이라고, "그 정도라면 우리 주변에 비정규직이 없을 수가 없다"고 말해왔다. 우리의 형제, 친척, 함께 술 먹는 사람 모두 비정규직이다. 조합원들에게 그런 얘기를 하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 지난 2005~2006년 당시 비정규직 노조 설립 때 함께 했던 경험이 지금의 연대에 도움이 되는가?

= 비정규직 지회 설립당시 모두 함께 했다. 당연히 그 때의 기억이 도움이 되고 있다.

– 오늘(12일) 잔업거부까지 결정했다. 향후 투쟁 계획은?

= 아직 결정난 것은 없다. 노사 협상은 이어지고 있는데 회사는 노조와 협상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도급법,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만 한다. 그러나 우리는 꾸준히 비정규직지회와 함께 협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합의주체간 서명을 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는 해고된 18명을 받아안겠다고 하지만,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고용승계다. 정규T/O가 줄어들고 해고된 이들을 단기계약직으로 재채용하는 것이 사태를 해결하는 근본적 방식은 아니다. 조만간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회사와 비정규직 간의 합의서명을 하는 것과 고용승계 부분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우리가 이겼다고 볼 수 없다.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잔업거부’라는 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우려되는 부분은 조직이 와해되고 투쟁을 포기하는 것이다. 엊그제 한 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간담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간담회 내내 질문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걱정스런 눈빛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걱정하지 마라. 비정규직 동지들 나가는 거 가만히 보지는 않는다. 명단이 나오더라도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안들을 만들어보자"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장에 힘이 빠져있는 것은 사실이다.

– 공동투쟁기구까지 구성할 계획이 있는가?

= 공동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연대’가 아닌 ‘공동의 기구’라는 방식은 자칫 잘못하면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에게 ‘따라오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때문에 고민 단계다. 다만 사태가 어느 시점부터 확산이 된다면 공동기구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총고용은 어떤 식으로 보장받아야 하는가?

= 어감의 문제가 조금 있다. ‘단기계약직’도 일종의 고용보장이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는 18명을 고용보장 한다고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 투쟁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연대해 18명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단기계약직이 아닌 정규T/O로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업장에서도 투쟁을 통해 이 부분을 관철시킬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어디서 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애매하다. 예를 들어보자. 정규직이 산재가 나면 그 자리에 단기계약직으로 비정규직이 들어온다. 그럼 우리가 복귀하면 그들은 다시 나가야 한다. 엄청난 모순이다. 이러한 단기계약직 비정규직들은 조합원도 될 수 없다. 동희오토도 마찬가지 아닌가? 모두 계약직이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단기계약을 연장하기 위한 노력만으로도 버겁다. 때문에 이러한 비정규직 문제를 어디서부터 접근할지,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고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18명의 고용승계를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의미가 있다. 어설프게 가면 안 된다.

– 회사에서 5일 잔업거부 한 것과 관련 전주위원회 이동기 의장과 강만석 부의장을 고소했다. 이후 노사 협의는 계속 진행되는 것인가?

= 고소고발하는 순간에도 협의는 진행 중이었다.(웃음) 고소고발은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잔업거부는 투쟁 중에 간혹 하는 것이고, 대의원 때도 고소고발 당하고 징계도 맞아봤다. 지금은 집행부인데 오죽하겠나.(웃음) 마무리지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임기가 2년인데 이제 5개월 지났다. 우리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 강만석 부의장.(사진=이은영 기자)

사측도 이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 회사는 직접 교섭에 나서기보다 우회적으로 타인을 통해 우리의 의중을 떠보고 형식을 취하고 있다. 대화는 오늘도 진행 중이며 계속 이어질 것이다.

– 내부에 의견을 달리하는 조합원도 있을 것이고 이번 투쟁에 동조는 하지만 실천이 안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18명 중 설마 내가 들어갈까’라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이견을 모아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 비정규직 문제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도 중요하다. 그러나 투쟁의 성과를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교육을 아무리 잘 해도 경험이 몇 배 낫다. 조합원 대중이 투쟁성과를 가져가야 성취감도 생기고 자기 투쟁을 기획할 수 있다.

예전에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500명이었다. 1,000명에서 500명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조직률이다. 하지만 지금은 20%로 줄었다. 이는 나를 포함한 활동가들의 문제다. 비정규직 조합원 동지들이 조합에 가입했다면 성과와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회사로 인해 계속 위축되는 활동을 펼쳤다.

회사는 노조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계속 갈라치기를 한다. 3년 전, 비조합원들을 빼서 정규직으로 입사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5세~30세까지의 젊은 동지들을 갈라치기 위한 방법이었다. 조합원 가입하면 정규직으로 안 뽑는다 하니, 방법이 있겠나? 그 때 확 무너져버렸다.

– 많은 사람들이 이번 연대에 대해 ‘아름다운 연대’라고 이름 붙이며 주목하고 있다. 다른 사업장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해 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전주에서의 연대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며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 ‘비정규직 운동’은 우리 공장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고민이다. 문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현대차지부에서 비정규직들과 함께 가기 위한 1사1조직 안건이 3차례나 부결된 바 있다. 우선은 1사 1노조로 돌파구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현대차에서 이것이 시행된다면 남한 노동운동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이다.

전주에서의 연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대서특필돼니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아직 같이 잔업거부하고 텐트 세운 것 밖에 없다. 그런데 이것조차 다른 공장은 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우리가 크게 부각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대기업이라서 그런지, 연대의 모범이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의미는 있는 것 같다. 이 대오를 끝까지 유지해서 ‘합의주체 서명’과 ‘고용승계’를 명확히 할 것이다. 선례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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