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0명 모두가 18명이다"
By 나난
    2010년 03월 13일 1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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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18명을 내주게 되면 전주공장을 시작으로 아산, 울산에서 더 많은 노동자를 내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쌍용자동차처럼 정규직을 직접 타깃으로 한 정리해고도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고요. 정규직-비정규직을 떠나 18명 해고의 본질을 깨닫고, 실천해야 합니다.

아직 현장에는 해고 반대에는 동의하나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당사자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적극 나서지 않는 부분은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의장과 부의장에 대한 고소고발로 인해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입니다. 회사는 노동자들의 투쟁의지에 기름을 부은 겪입니다.”(박상호 현대차지부 전주위원회 버스부 현장위원)

너 아니면 나, 결국 ‘우리’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지난 2월 23일 물량 감소를 내세우며 비정규직 노동자 18명에 대해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고속버스의 생산 감소를 이유로 60명의 ‘여유 인력’ 중 정규직 42명은 전환배치하고, 비정규직 18명은 해고하겠다고 한다. 18명이 누구인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너 아니면 나, 결국은 ‘우리’ 중에 그 18명이 나올 수밖에 없다.

   
  ▲12일, 출근투쟁하는 정규직-비정규직 조합원들(사진=이은영 기자)

회사는 그 동안 해고 대상 비정규직 18명은 비조합원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합원과 비조합원으로, 노동자들을 ‘분리’해서 ‘지배’하려는 회사의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로 맞서 싸우고 있는 중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전주위원회(의장 이동기)와 전주비정규직지회(지회장 강성희) 조합원 3.700여 명이  12일 2차 ‘전 공장 잔업거부’에 돌입하면서 회사의 이 같은 ‘의도’는 성공할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 12일 아침, 언론을 통해 주목을 받기도 했던, 현대차 전주공장의 ‘연대 투쟁’ 현장을 찾았다. 해고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출근투쟁에 정규직 조합원들은 이날도 출근투쟁에 함께했다.

정문 앞 비정규직지회의 농성 천막 옆에 모인 130여 명의 노동자들은 “총고용 보장”을 외쳤으며, 18명 해고의 부당성이 담긴 정규직 노조의 유인물을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일자리 위협을 놓고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정규직-비정규직 동일한 이해관계 속에 움직이는 문제는 말처럼 쉽지 않다.

"어렵지만 현장 의견 수렴하며 전진"

전주공장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이같은 어려움을 뚫고 나가기 위해 노조를 중심으로 많은 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같은 ‘운동’이 이번 투쟁의 결과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이 여느 현장과는 다르다. 

노조 간부와 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이 해고된 18명에 대한 ‘철회’에는 동의하지만, 직접 투쟁에 나서는 데에는 주저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강성희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장은 “지금은 18명 당사자의 문제이지만 이후에는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아직도 회사의 눈치를 보고 투쟁에 나오고 있지 않은 사람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김형우 금속노조 비정규부위원장이 12일 조합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지회는 지난 12일자 대자보에서 “연일 진행되는 아침 출투를 보면서도, 밤늦게까지 켜져 있는 천막의 불빛을 보면서도 회사의 회유와 협박에 못 이겨 (모든 조합원들이)함께하지 못하고 있다”며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안은 열심히 뛰면서 현장을 조직하는 길밖에 없다. 정규직 노조인 전주위원회는 이를 위해 조합원들을 상대로 간담회 등을 진행하며 연대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중이다. 비정규직지회 역시 18명의 고용 보장을 전체 비정규직의 투쟁으로 규정하고, 내부 단결력을 높이기 위해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12일 현장을 찾은 김형우 금속노조 비정규 부위원장은 “사측이 18명의 해고자 명단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단 1명의 노동자 해고도 용납할 수 없기에 연대로 총고용 사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원들 "걱정 말라"

김 부위원장은 작업 현장을 돌며 정규직 조합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적극적인 연대를 위해 의견을 나누고, 독려했다. 작업 중인 일부 조합원들은 “걱정하지마라”, “우리가 지켜낸다”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수의 정규직 조합원이 말뿐이 아니라 몸으로 이 같은 결의를 실천하고 있었다.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공장 정문 앞에 농성천막을 치던 지난 5일 정규직 조합원들은 천막 설치를 ‘엄호’해줬다. 그리고 버스부 정규직 조합원들의 특근거부는 지난 5일과 12일 정규직 조합원 3,500여 명의 잔업거부로 확대됐다.

물론 비정규직 조합원 역시 함께 싸우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투쟁을 하고 있으며, 13일에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잔업거부에 연대해 지회 조합원 200여 명이 특근거부에 들어갔다. 1명당 평균 15만 원의 임금을 포기해야 하는 특근거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쉬운 결단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이 공장을 비운 13일, 회사는 관리직과 외부 대체인력을 동원해 공장을 가동하려 했지만 정규직 조합원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한편 그 시각 비정규지회는 전주공장 인근 운동장에서 결의대회 및 체육대회를 진행하며 결의를 다졌다.

노조가 비정규직-정규직 연대로 맞서자, 회사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1일 회사는 지난 5일 잔업거부를 이유로 전주위원회 이동기 의장과 강만석 부의장에 대해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12일 2차 잔업거부에 대해서도 추가 고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외부인력 대체 움직임 몸으로 막아

회사는 또 비정규직지회에 대해서는 천막설치를 이유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전주공장 버스부 하청업체인 ‘한신’에는 일부 공정 계약해지의 의사를 밝힌 상태다.

현재 전주공장 노사는 매일 노사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18명 해고와 관련해 비정규직지회와 전주위원회를 협의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청업체와 노사협의회 정도만을 두겠다는 입장.

회사는 또한 3~6개월의 단기계약을 제시하며 해고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의장과 부의장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 역시 회사 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단기계약으로는 18명의 고용을 보장할 수 없다”며 “정규 T/O로 상시업무에 고용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주공장 노동자들의 이 같은 요구에는 이유가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4월 아반떼HD 혼류생산에 따라 체결한 2공장 비정규직 62명에 대한 고용합의서를 파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공장장이 바뀐 데다 노동조합의 힘에 밀려서 어쩔 수 없이 체결한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회사는 아산공장의 경우 하청업체 한 곳에 대해 ‘구조조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울산2공장은 투싼의 단종으로 1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의 위협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1공장, 변속기공장 등에서도 정규직 전환배치를 통한 비정규직 정리해고가 예고되고 있다.

   
  ▲전주위원회 노조 간부들이 4일 ‘현장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날’ 현장을 돌고 있다.(사진=현대차지부 전주위원회) 

"제일 약한 고리를 강하게 지켜줘야"

전주위원회와 비정규직지회가 18명의 해고를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이들의 해고는 인력구조조정의 신호탄이자 서막에 불과하다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강성희 지회장은 “제일 약하고, 힘없는 사람부터 자르는 의도가 드러났다”며 “원하청 연대로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우 부위원장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가 투쟁하고 앞으로 투쟁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정규직의 연대”라며 “연대 없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연대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조합원들에게도 이를 당부했다.

전주위원회와 비정규직지회는 15일까지 전 조합원에 대해 ‘18명 해고방침 철회’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12일 버스부를 시작으로 서명운동에 들어갔으며, 정규직 조합원만도 3,000명 이상이 서명운동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규직-비정규직 간 연대와 원활한 투쟁을 위해 공동투쟁본부 설치도 논의할 예정이며, 비정규직 비조합원에 대한 노조 가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기우 전주위원회 정책부장은 “1사1노조가 제대로 실행돼야 위축된 운동을 많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정규직 조합원 조직화를 통해 총고용 보장 투쟁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공장의 연대는 안팎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6개 현장조직도 지난 11일 공동결의를 통해 “전주공장 노동자를 단 한 명도 내보낼 수 없다는 현장의 결연한 의지가 전 공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단 한 명의 비정규직 해고라도 발생할 시 전주공장 현장 제조직은 전면적 투쟁으로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자 18명의 해고에 맞서 3500여명의 정규직도 가세해서 진행되는 이 투쟁에 대해 노동계 안팎은 물론 언론의 관심도 크다. 전주공장 노동자를 비롯 금속노조가 이번 싸움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크게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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