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깊은 강은 흐르고 있다"
5+4 정책연합회의 현장 보고서
    2010년 03월 12일 02: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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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정책연합회의에 대해 당원 여러분께 보고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당원 여러분. 5+4 회의의 정책연합회의에 진보신당 대표로 참석하고 있는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 장석준입니다. 그간 제가 참석한 정책연합회의의 논의 진행 상황에 대해 당원 여러분께 보고 드리고자 합니다.

   
  ▲ 필자

지난 3월 8일 정책연합 1차 합의 및 추가 합의 과제에 대한 5당 정책위의장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일부 언론은 이 1차 합의만으로 정책연합이 본 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1차 합의는 각 당이 제시한 자당 공약 중 겹치는 내용들을 확인하고 정리한 수준입니다.

즉, 3월 8일 기자회견은 진보신당이 주장하는 ‘가치 연대’에 아직 이르지 못한, 그 이전 단계 논의의 중간 결과를 발표한 것입니다. 그래서 기자회견 과정에서도 추가 합의 과제가 1차 합의 내용과 대등한 중요성을 갖는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으며, 기자회견문도 ‘정책연합 실현’을 여전히 미래 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추가 합의 과제에 대한 본격 논의는 3월 11일 회의에서부터 재개됐습니다. 기자회견문은 추가 합의가 필요한 과제들 중 대표적인 일부만 적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추가 합의가 필요하다고 확인한 과제들은 그것보다 좀 더 많습니다.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복지: 사회복지세
– 교육: 대학 서열 체제 혁파 방안(입시를 자격고사로 전환, 국공립대 통합 전형, 국공립대 공동학위)
– 환경: 환경세 도입, 핵발전소 단계적 폐지
– 취약노동계층(비정규직 등) 대책: 기간제 사용사유제한, 원청 사용자성 인정 법제화, 최저임금제 개선
– 통상: 한미 FTA
– 노동: 교사 및 공무원 노동3권 완전 보장, 산별 교섭 제도화
– 정치: 선거개혁(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지방 공동정부 운영 방안

이 중 ‘환경세 도입’과 ‘지방 공동정부 운영 방안’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진보신당이 제시한 것들입니다. 이들 사안에 대해 민주당을 중심으로 반대 혹은 유보 입장이 피력됐습니다. 1차 합의 결과 발표 이전에 한 차례 각 당 입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를 1차 확인했고, 3월 11일 회의에서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위의 쟁점들에 대해 진보신당이 제시한 입장은 이렇습니다:

“위의 사안들은 단지 각 당간 이견이 존재하는 ‘개별’ 쟁점이 아니다. 1차 합의를 통해 발표한 정책들(실업부조제 도입, 아동수당 도입, 친환경 무상급식 단계적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공주택 확대, 공공서비스 일자리 대폭 확대 등) 대다수는 <보편적 복지 사회>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기초적 조치들이다. 즉, 1차 합의 내용들은 보편적 복지 사회로 나아가는 ‘가치 연대’를 전제할 때만 적극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진보신당이 제출한 의제들은 바로 이러한 보편적 복지 사회로 나아가는 데 반드시 동반해야 할 정책적 선택들이다.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세 개혁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사회복지세의 문제의식이다. 한국 사회가 복지 사회로 나아가려면 모든 건강한 사회적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는 입시 교육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 출발점이 바로 대학 서열 체제 혁파다.

또한 모든 선진 복지 사회는 노동의 강한 힘을 토대로 삼고 있다. 따라서 복지 확대 정책에는 반드시 노동의 역량을 강화하는 조치들이 함께 해야 한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통해 비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단적 노동권을 강화해야 한다. 교사 및 공무원의 집단적 노동권을 완전 보장하고, 산별 교섭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편적 복지 사회의 지향은 미국식 사회 경제 체제와는 절대 양립할 수 없다. 이것은 한미 FTA에 대한 근본적 입장 선택을 요구한다. 한미FTA는 다른 자유무역협정과는 달리 한국 사회를 미국식 사회 경제 체제에 포섭하려는 체제 강요적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러한 한미FTA를 인정하고서 미국식 사회 경제 체제와는 다른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것은 기만이다. 따라서 한미FTA를 반대하고 폐기하자는 것을 반드시 천명해야 한다.”

이것이 진보신당이 주장한 논지였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상의 주장에 대해 입장을 근본적으로 달리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개별 쟁점에 대해 입장을 제시하기보다는 위와 같은 의제들을 정책연합이 다루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그 기본 논지는 이랬습니다.

“정책연합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무엇을 주장해야 표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을지, 그것을 중심으로 고민하자. 이 자리에서 각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내용을 의제로 제출해서 합의하자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우리는 현실 정치를 하려고 여기에 모인 것이다. 위의 쟁점들은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

민주당이 바라보는 ‘정책연합’이 진보신당이 주장하는 ‘가치 연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었습니다. 더불어 민주당은 3월 7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발표한 ‘뉴민주당 플랜’ 중 ‘기간제 사용사유제한 도입’을 약속한 내용도 아직 민주당의 공식 당론은 아니라고 언급했습니다.

사실 위의 쟁점들 말고도 중요한 쟁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입니다. 이 쟁점에 대해서는 진보신당과 국민참여당이 정책연합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국민참여당은 ‘정당명부비례대표 50%’라는 형태로 제기했습니다).

비례대표 원리가 전면 보장된 선거제도 역시 보편적 복지 사회로 나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제도임은 물론입니다. 스웨덴 등 북유럽 나라들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단순한 ‘개별’ 쟁점은 결코 아닙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 사안은 정책연합회의에서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정치협상회의 차원에서나 다룰 수 있는 문제이므로 이 자리에서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진보신당과 국민참여당은, 비록 정치협상회의에서 결론을 낸다 할지라도, 정책연합회의에서도 우선적 의제로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상이 3월 11일 회의를 통해 확인한 정책연합회의의 가장 최근 상황입니다. 정책연합회의는 3월 18일 차기 회의를 열어 추가 합의 과제들 중 ‘취약노동계층 대책’부터 각 당 입장을 재확인, 토의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회의 참석자로서 당원 여러분께 제 판단의 일단을 밝히자면, 진보신당이 사고하는 ‘정책연합’과 민주당이 사고하는 ‘정책연합’ 사이에는, 개별 쟁점에 대한 입장 차를 떠나, 근본적인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진보신당은 ‘정책연합’을 한국 사회의 미래 지향에 대한 토론과 합의를 전제로 하는 ‘가치연대’로 바라보는 반면, 민주당은 ‘정책연합’에 실리적 선거연합을 위한 부차적 지위만을 부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두 입장 사이에는 여전히 깊은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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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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