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의자 얼굴 공개 또다시 점화
        2010년 03월 12일 09: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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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의자 얼굴 공개 문제가 신문의 이념을 가르는 또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까?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적어도 12일치 신문만 놓고 보면 범죄 발생 이후 ‘처벌’에 집중하는 신문과 ‘범죄를 배태한 사회’에 초점을 둔 신문으로 대별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한겨레 경향은 피의자 김길태씨 얼굴을 공개하는 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조선일보는 김씨의 어린시절 사진까지 공개했다. 중앙일보는 해외사례를 들어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적극 펴는 양상이다.

    다음은 12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곽영욱 "돈봉투 의자에 놓고 나왔다">
    국민일보 <"범행 부인은 방어 위한 의도적 망각">
    동아일보 <가실때도 ‘무소유’>
    서울신문 <발묶인 정부위원회 폐지>
    세계일보 <2년전 국회 반대로 무산>
    조선일보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 개발">
    중앙일보 <납치된 뒤 1주일 동안 여중생은 살아있었다>
    한겨레 <‘무소유’ 가르침 남기고…>
    한국일보 <조리특성화고 ‘비리 뷔페’>

    경찰 “인권보다 공익 우선” vs 인권단체 “무죄추정 원칙 어겨”

    경찰이 호송 과정에서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씨의 얼굴을 공개한 것을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규정상 불법행위라는 주장과 국민의 알 권리와 법 감정을 고려해 공개해야 옳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경찰의 이 같은 방침은 최근 몇 년간 사회적 논란 속에서 어렵게 유지돼온 피의자 인권보호 원칙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규정 어기고 피의자 얼굴 공개해도 되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흉악범의 얼굴 공개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은 더 큰 문제"라면서 "국민의 정서도, 알 권리도 이해하지만 보편적인 피의자 인권 보호 원칙은 그것과 상관없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3월12일자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는 9면 <얼굴공개 먼저 해놓고 가이드라인 만들겠다?>에서 경찰이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김길태씨를 검거해 호송하면서 김씨의 얼굴을 가리지 않아 ‘흉악범 얼굴 공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인권단체들은 피의자 얼굴 공개가 헌법이 보장한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기소 전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한 형사소송법과도 배치된다며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는 사실 역시 비중있게 보도했다.

       
      ▲ 3월12일자 한겨레 9면  
     

    반면 서울신문은 법제화를 촉구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흉악범 얼굴공개 법제화로 정리하라>에서 "우리는 흉악범의 얼굴 공개를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한 사실을 주목하고자 한다"며 "흉악범 신상공개로 범죄예방효과는 극대화하되 오남용의 소지가 없도록 요건을 엄정히 하는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는 한발 더 나아가 "경찰은 법제화되기 전이라도 흉악범 얼굴을 공개하는 가이드라인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김길태 얼굴 공개법’ 위에서 낮잠 자는 국회>에서 국가인권위 권고에 따라 경찰이 그동안 피의자의 신원을 추정하거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해왔던 것을 "어설픈 인권 만능주의가 엿보이는 규칙"이라고 지적한 뒤 "증거가 분명하고 범행을 시인한 흉악범의 얼굴은 공개돼야 마땅"하고 "미국의 일부 주에서처럼 아동성범죄자가 석방되면 자동적으로 거주지 이웃들에게 이름, 주소, 사진 등을 공개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4면 <“흉악범 얼굴 가리는 건 인권 앞세운 위선”> 기사에서 "이번 (피의자 김길태 얼굴) 공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흉악범 인권도 보호해야 한다는 위선의 가면을 벗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면 하단에 흉악범 얼굴을 공개하는 미국과 벨기에 등 해외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 3월12일자 중앙일보 4면  
     

    조선일보는 이날 1면 피의자 김길태씨의 어린시절 이야기과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 3월12일자 조선일보 1면  
     

    동아 "법무부, 사형집행 검토"

    법무부가 반인륜적 흉악 범죄가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현재 사형이 확정된 57명 가운데 잔혹한 성폭행범죄나 연쇄살인범죄를 저지른 사형수를 선별해 사형을 집행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고 동아일보가 법무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1면에서 단독보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데다,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으로 “극악한 흉악범에 대해선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고 보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MBC사태 ‘불씨 남긴 숨고르기’

    낙하산사장 논란으로 진통이 거듭되던 MBC 사태가 11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서 임명한 두 이사를 교체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고 경향신문이 2면에서 보도했다.

    MBC 김재철 사장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황희만 보도본부장을 특임이사에, 윤혁 제작본부장은 특임이사 겸 MBC프로덕션 사장에 각각 임명했다. 두 이사는 방문진이 엄기영 전 사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임명, ‘방문진을 통한 MBC 장악’ 논란으로 발화점이 된 인물들이다.

    김 사장은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을 비롯한 여당 측 이사들이 두 사람의 이사직 사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 채 보직을 변경하는 ‘고육책’으로 노조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노조는 그동안 김 사장에 대한 출근저지투쟁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두 이사의 보직변경을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MBC 노조도 김 사장의 출근저지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지난달 26일 임명후 열흘넘게 취임식을 하지 못한 김 사장으로서는 큰 고비를 넘어서게 됐다.

    하지만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두 이사를 교체한 것을 두고 방문진에서는 김 사장이 노조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고, 노조에서는 김 사장이 후보때 공언한 ‘PD수첩 진상조사위’ 구성이나 ‘단체협약 개정(국장책임제)’ 문제에서 방문진의 환심을 사기 위해 무리수를 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MBC 내부나 언론시민사회단체에서는 두 이사를 교체하는 선에서 투쟁을 일단락짓기로 한 노조의 방침에 대해 “깃털(황희만·윤혁)을 날리고 몸통(김재철)을 받아들인 것” “방문진의 사석(捨石)작전에 말려든 격” “노조가 타협한 게 아니라 항복을 한 것”이라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송해룡 "국제스포츠 중계 공영방송이 맡는 게 타당"

    단독중계와 동시중계, 국민들의 시청권을 보장하는 데 보다 근접한 해법은 어느 것일까? 국제스포츠경기를 중계하는 방식을 놓고 엇갈린 주장들이 오가는 가운데 송해룡 성균관대 교수(신문방송학)는 SBS 한 방송사가 독점 중계하는 방식이 "시청자 입장에서 득(得)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조선일보 39면에 실린 <스포츠 중계 채널 선택권 넓히는 길>이라는 기고를 통해"’국가적’ 국제스포츠 이벤트 중계권은 안정된 조직과 재원, 인력과 경험 및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 국민에게 도달할 수 있는(전 국민의 90% 이상) 무료 지상파방송이 확보하는 게 타당하다"며 "광고수입에 얽매이지 않는 공영방송만이 실제로 ‘보편적 시청권’의 이념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국민적 관심사가 큰 스포츠 경기의 경우 모든 방송사가 동일하게 중계를 하는 관행이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이 무시되어온 것이 사실"이고 "이번 한 방송사의 단독중계는 예상치 않게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보장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공영방송이 반드시 중계방송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보편적 시청권의 이념을 분명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단일 방송사에 의한 독점중계보다는 공동중계가 낫다"면서 "다만 기존에 중요한 폐해로 지적되는 ‘중복 편성’은 지양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독점 중계가 차라리 낫다’는 주장은 이 전제가 빠진 데서 비롯된 역설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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