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싸움, 세종시를 버려라!”
    2010년 03월 11일 05: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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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전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굽어진 것을 바로 펴고 잘못된 것은 바로 잡겠다”며, 세종시 수정안 추진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제, 정치 폭발까지는 한나라당 중진협의회라는 부실한 안전판이 남았을 뿐이다.

한나라당 중진협의회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절묘한 절충안이 도출되지 못하면 여당과 야당, 수도권과 충청권, 친이와 친박과 친노는 진흙탕 개싸움을 하는 도리밖에 없다. 문제는 그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진보적 정치세력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이다.

개혁적 시민단체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치에 동조하여 세종시 계획을 열렬히 지지한 데 비해, 더 원칙적인 진보정당들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해 왔다. 애초의 수도 이전 계획도 그다지 달갑지 않은데, 여야 합의로 입법된 현행 세종시법에는 찬반을 높이 외쳐야 할 이해(利害)가 적었기 때문이다.

분권과 백년대계? 또 다른 행정도시와 기업도시일 뿐

원안 쪽에서는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라 치장하고 수정안 쪽에서는 ‘국가 백년대계’라 공갈하지만, 지주들의 이익을 빼고 보자면 원안과 수정안의 차이는 ‘규모가 큰 과천시’와 ‘삼성이 낀 기업도시’ 정도에 불과하다.

   
  ▲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오전 대전시청에서 열린 2010년도 대전·충남 업무보고에 참석, 환영나온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그럼에도, 세종시 문제가 이처럼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은 그것이, 박근혜 아닌 여권 주자를 만들기 위해 이명박이 던진 의제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주들과 이제는 중형 아파트 소유자가 된 개혁 386들의 지지를 업고 집권한 이명박은 세종시 입법의 주체였던 노무현과 박근혜 양자에 대해 역사적 단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청와대 신주류의 시나리오처럼 세종시 문제가 국민투표에 붙여지는 상황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현재의 정당 구도는 완전히 해소되고, ‘이명박 대 박근혜’라는 단일 전선이 형성될 것이며, 박근혜의 연합군에는 세종시 원안에 찬성하는 자잘한 민주당들과 존재감 없는 진보정당들이 포함될 것이다.

세종시 의제로는 끌려다닐 수밖에 없어

새로운 전선은 일회적 대선 구도를 넘어 장기적인 정계개편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세종시를 매개로 한 정계개편은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확장일 테고, ‘노무현의 유산’에 발목 잡힌 민주당 세력은 그 종속 변수가 될 것이다. 손학규도 모셨던 민주당이니 박근혜를 받들지 말란 법 없겠지만, 진보정당들은 남의 싸움에 섣불리 뛰어들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국민투표가 실제 행해지든 그렇지 않든, 그 실시 시기가 지방선거 전이든 후든 세종시 문제가 현안으로 계속 오르내리면 지방선거의 성격은 ‘정권 신임 선거’가 될 것이고, 이 판에서는 고색창연한 ‘반MB’보다는 이명박의 ‘민생 행보’와 경기 회복 흐름이 훨씬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지금 같은 국면에서 진보정당의 활로는 ‘정권 신임 선거’보다는 ‘자치 정책 선거’에 있고, 당연하게도 ‘반MB’나 세종시 같은 추상 의제보다는 학교급식 같은 구체 의제에 치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종시에 관련된 발언의 빈도와 강도를 줄이고, 공동 성명이니 공동 기자회견이니 따위 남의 싸움에 들러리 서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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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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