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미-중, 가까워지는 북-중-러
    2010년 03월 09일 02: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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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악화일로를 걸었던 미중관계에 북한, 대만, 이란 문제가 얽히고 설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주에 있었던 미국 대표단의 방중은 구글 사태,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결정,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 환율과 무역 불균형 등으로 악화된 양국 관계를 복원하고 6자회담 재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됐었다. 특히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과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선임국장이 대표단을 이끌면서 이러한 기대감은 더욱 높았다.

   
  

그러나 이번 미중간의 고위급 회담은 오히려 양국의 시각 차이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주목을 끈다. 미국의 외교전문잡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미국 대표단은 양국 관계 정상화, 6자회담 재개, 이란 제재 등을 논의하기를 희망했지만, 중국으로부터 대만 얘기만 듣고 돌아왔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대만이 미국 의회를 상대로 F-16 전투기 판매를 요청하고 나섰고,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F-16 생산공장의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처한 미국의 군수업체와 해당 지역구 의원들이 활발한 로비를 전개하면서 미중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담해진 중국, 당황한 미국

중국 정부가 미국 방문단에게 강하게 요구한 것은 대만 무기 판매 결정의 철회이다. 양국 회담에 정통한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서는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전한 메시지는 중국은 수십년동안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를 지겹게 봐왔다는 것이며, 이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중국이 대만 무기 수출문제만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미국이 희망한 6자회담 재개 및 이란 제재 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못했다는 것이 <포린폴리시>의 전언이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에 대해 미국은 당혹감과 함께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국력 신장과 국제적 영향력 증대를 인정하면서 양국간의 협조체제, 즉 G-2를 구축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신의 국력 신장을 ‘미국에게 이제 할 말은 하겠다’는 자신감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미국이 중국의 최대 불만 사항인 대만 무기 수출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이란 제재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대북 압력 행사가 곤란하다는 것이 이번 미중 회담에서 확인되었다는 것이 워싱턴의 분위기인 것이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대만 무기 수출 방침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중국이 잘 알면서도 이를 밀어붙이려고 한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궁지에 몰린 쪽은 미국으로 보인다. 과거 중국을 설득·압박하는 수단으로 삼았던 경제적 지렛대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국 쪽으로 넘어갔다. 미국은 4월 중순 글로벌 핵 안보 정상회의와 5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 이전에 유엔 안보리에서 이란 제재 결의안 채택과 6자회담 재개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강력한 이란 제재에 신중한 태도이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이자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 북한을 압박하기보다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당사국들의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에 머물고 있다. 오히려 “근본적으로 미국과 북한 간에 신뢰관계가 없어 현 상황에서는 협상 진전이 곤란하다”며 북미대화를 촉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서는 중국이 경제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한미일 3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북한 라진항의 10년간 추가 사용권을 확보하는 등 북중경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미중관계에서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 이란 제재, 6자회담 재개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미중 협의를 통한 6자회담 재개와 실질적인 진전의 가능성은 그만큼 위축되고 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의 요구대로 대만 무기 수출 방침을 철회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이번에는 무기 수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태도가 완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양국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은 당분간 난망한 상태이다.

더구나 중국과의 협상력 강화를 위해서는 F-16 등 추가적인 무기 구매가 필요하다는 대만 정부의 입장과 이러한 대만을 주요 고객으로 간주하는 미국의 군산복합체 이해관계까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코리아의 출발점은 한반도에 있다

미중관계의 이러한 속성과 전개과정은 한국 외교의 전면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강경책을 유지하면서 미중간의 G-2 체제 구축이 북한을 압박해 6자회담 복귀 및 핵포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해왔다. 북미간의 입장 차이를 조율해 6자회담을 열어야 하는 데 쏟아야 할 외교력을 대북 제재 유지와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 체결’을 국제화하는 데 낭비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중 협력을 통한 6자회담 재개와 북핵 문제 해결은 양국간의 인식과 이해관계의 차이로 인해 난망한 상태이다. 또한 과거의 사례를 보더라도 미중관계는 북한의 핵실험시 대북 제재 채택과 추가적인 상황 악화 방지에는 기여했지만, 회담 재개 및 실질적인 진전에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회담 재개와 가시적인 성과 도출은 한국과 중국이 북미관계를 적극적으로 중재하면서 북미대화가 이뤄질 때 나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북한의 대외전략을 보면, 남한, 일본,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막히면서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만강 및 라진항 협력사업 등 북-중-러 경협 확대를 통해 세 나라는 이해관계의 공유 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은 최악의 경제난의 완화를, 중국은 동북3성 개발 및 물류비용 절감과 저렴한 자원 확보를, 러시아는 연해주 및 시베리아 개발과 동아시아 진출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3국간의 경협 기조는 북한의 ‘2012년 강성대국론’, 중국의 2012년 권력이양, 러시아의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 APEC 정상회담이 조우하면서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거꾸로 북한의 경제난을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면서, 남북경협 확대를 통한 유라시아 진출이라는 21세기 한국 외교와 경제의 ‘블루오션’을 놓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글로벌 코리아’의 출발점은 ‘두 개의 코리아를 하나의 코리아로 만들 수 있는 비전’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시켜주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한 출발점은 남북관계의 조속한 정상화와 함께, 6자 가운데 가장 강경한 쪽으로 박아놓은 말뚝을 뽑아 적어도 북한과 미국 사이에 두어야 한다는 데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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