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방송3사의 '전체주의', 그리고 김연아
        2010년 03월 09일 09: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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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서 나타나는 옹졸함과 천박함은 범인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극단을 달리고 있다. 상상력의 부재라기보다는 타고난 태생적 한계에서 기인한 듯 보이는 이명박 정부의 지난 2년여의 행적은 스스로 가진 권력에 대해 떳떳하지 못함을 반증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난 한 주는 국내적으로 크고 작은 이슈들이 많이 터져 나온 주였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선전하고 돌아온 올림픽대표단들이 청와대에 불려가 각하와 오찬을 마주했고, 차기 MBC 사장에 내정되었던 김재철 씨는 가열찬 ‘출근투쟁’ 끝에 사장실로 무혈 입성하는 쾌거를 올렸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연스럽게 일어나니 딱히 감상이랄 것도 느껴지지 않는 한 주였다.

    올림픽 기간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땀 흘린 선수들이 올림픽 기간 내내 마음 졸이며 응원해 준 가족들이 아닌, 대체 왜! 대통령과 오자마자 밥상머리를 마주해야 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고, 이근행 MBC노조위원장은 낙하산 사장 저지투쟁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체 김재철 씨와 어떠한 교감이 오갔기에 촛불을 비롯한 시민사회진영은 고사하고 조합원들과도 논의하지 않고 그를 사장으로 인정한 건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가카’의 높으신 저렴함

    한동안 기자 일을 잠시 접어두고 있던 차라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가타부타 말 섞을 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도무지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 어제 벌어지고 말았다.

    KBS, MBC, SBS 등 방송3사 합동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선 국민음악회’라는 해괴한 이름의 행사가 열린 것이다. 방송3사가 공동주최하는 게 아니다. 무려 각 방송사 3채널 동시 생중계였다. 방송사 측은 그러면서 스스로 민망했는지 각각 방송의 제목을 ‘초큼씩(!)’ 다르게 붙이는 작명센스를 발휘한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 축하쇼>, <밴쿠버올림픽 선수단환영 국민음악회>, <밴쿠버올림픽 선수단환영 국민대축제>, 이렇게 말이다.

    정말이지 웃다가 돌아가실 일이다. 밴쿠버올림픽의 성과를 이명박 정부의 치적으로 기리기리 남기고 이러한 여세를 모아 국민에게 힘을 주고 일치단결하여 가열차게 뻗어나가는 국운을 자랑하시고자 하는 ‘가카’의 높으신 ‘저렴함’이 눈물겹지 않으신가 말이다.

    올림픽 대박에 때를 맞춰 MBC 장악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우신 가카 입장에서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은 그렇게 웅장하고 영광스러운 시청광장에 ‘여신님’께서 강림해주시지 않으셨다는 것일 게다.

    유인촌 테러와 김연아의 ‘반사’

    김연아는 3월말 열리는 국제대회 준비로 어쩔 수 없이 불참할 수 밖에 없었지만, ‘개선’ 국민음악회를 기획 연출한 가카 입장에서는 이만저만 아쉽지 않으실 게다. 김연아의 부재로 기대효과가 절반을 밑돌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가카의 충직한 ‘꼬봉’이신 유인촌 옹께서도 최근 김연아와 불편한 일을 겪으시며 넷상을 뜨겁게 달구고 계신다. 바로 ‘유인촌 굴욕’이라고 명명된 이 사건은 감연아가 돌아오던 입국장에 유인촌 옹께서 마중 나가셔서 두 팔 벌려 환영의 포옹을 시도하자 김연아가 몸을 뒤로 빼며 ‘반사’ 했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뜨억’ 했을 김연아를 생각하면 ‘유인촌 테러’라고 명명해야 맞을지도…)

    유인촌 옹께서는 김연아를 초등학생쯤으로 생각하시는 걸까. 요즘 아버지들은 딸이 중학교만 입학해도 딸과의 신체접촉에 조심스러운 시대이거늘, 자신이 두 팔 벌려 다가서면 김연아가 ‘장관님~ㅁ’하며 안겨올 거라 착각한 것일까.

    문화 쪽에서 상대 안 해주니 하잘것없는 권위에 기대 슬그머니 체육 쪽으로 옮겨가 어깨에 ‘완장’ 차고 대장질 해먹으려는 그가 씁쓸하고 가련하기만 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김연아를 통해 다음 세대들의 건강함을 엿본 때문이다.

    다음 사진을 보시라. 오서 코치와 포옹을 하는 유인촌 장관을 바라보는 김연아의 표정, 이것이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다음세대들의 ‘건강함’이다.

       
      ▲ 사진=http://pustith.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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