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파야, 동혁이 형아가 무섭냐?
        2010년 03월 09일 08: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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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언론단체가 <개그콘서트> ‘동혁이형이야’ 코너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고 합니다. ‘동혁이형이야’는 등록금을 내려달라고 시원하게 ‘샤우팅’을 해서 네티즌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코너입니다.

    요즘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는 시사풍자 코너이기도 하지요. 최근에 공감을 주는 사회풍자 개그들은 우리의 현실을 풍자하긴 하는데, 주로 일상생활의 작은 이야기들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남보원’을 들 수 있겠지요.

    ‘동혁이형’ 돋보였던 이유

    ‘남보원’은 여자와 데이트할 때 속으로 데이트 비용 계산을 해야 하는 남성들의 스트레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작년 최대 히트작이었던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선후배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를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일상을 세밀하게 풍자하는 것들이 각광받는 대신에, 정치권력이라든가 경제권력 혹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사회 이슈를 풍자하는 개그들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더욱 ‘동혁이형’이 등록금을 내리라고 ‘샤우팅’했을 때 큰 호응을 받았던 것이지요.

    과거엔 풍자개그를 한다고 하면 의례히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풍자하거나 각종 비리 문제들을 다루려 했습니다. 독설이나 야유도 주로 권력을 향해서 터뜨렸지요. 하지만 요즘 <개그콘서트>의 대표 독설가인 왕비호의 독설은 연예인을 향합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권력을 두려워할 일은 없고, 10대 아이돌 팬클럽을 두려워합니다. 풍자와 권력의 긴장관계가 사라진 겁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큰 문제들에 대해 샤우팅을 하는 ‘동혁이형’은 확실히 튀는 존재였습니다. 최근에 ‘동혁이형’은 교육계 비리 파동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 KBS <개그콘서트> ‘2010 봉숭아 학당’의 한 장면

    사실 나는 ‘동혁이형’의 비판 수위가 그리 높다고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었습니다. 그저 웃기는 코미디 중 하나 정도로 여겼던 것인데요.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동혁이형’의 샤우팅에 우려를 표명했었습니다. 큰 문제를 자꾸 건드리면 외압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지요. 설마설마 했습니다.

    설마가 사람 잡았다

    설마가 사람 잡네요. 네티즌의 우려가 맞아 들어가나 봅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보수단체가 ‘동혁이형이야’를 비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논란이 시작되면 결국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개그맨이 표현 수위를 낮추거나, 소리소문 없이 코너를 끝낼까 두렵습니다. 연예인을 향해서는 독설을 하던 폭로를 하던 무엇을 해도 괜찮지만, 사회문제에는 ‘등록금 내려달라’ 정도의 볼멘소리도 마음대로 못하는 분위기군요.

    보수단체는 ‘동혁이형이야’가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한 선동적 개그’라며 ‘대부분 정치, 경제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제작진이 저급 포퓰리즘의 늪’에 빠져 ‘국민을 천민 혹은 폭민화’할 우려가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이제부터 대한민국에서 서민의 아픔을 대변하는 것은 모두 포퓰리즘이 되는 것인가요? 등록금이 비싸다, 공공요금이 비싸다, 각종 비리 너무한다, 이런 뉴스들은 이제부터 포퓰리즘 선동 뉴스가 되는 건가요? 그런 뉴스를 들은 국민은 천민 혹은 폭민이 되는 건가요?

    우리의 앙상한 21세기

    보수단체는 ‘그릇된 방송이 사회 전체를 오염’시킨다며 제작진에게 신중함을 요청했습니다. 제작진에 대한 압력입니다. 요즘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이런 논란이 터지면 제작진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동혁이형’이 말하는 것은 너무나 소박한 얘기들입니다. 택시 타고 가다가 기사분과 부담 없이 나눌 법한 이야기 정도의 수준인 것이지요. 그 정도 수위의 비판에마저도 압박이 가해진다면,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가요? 아니, 비판도 아니죠. 그저 서민의 푸념일 뿐입니다.

    직간접적으로 등록금 때문에 자살하거나 인생에 금이 간 청춘이 어디 한둘입니까? 대중매체에서 그런 답답한 심정조차 토로하지 말라는 것인가요? 그런 심정을 토로하면 국민이 천민이 되고 사회가 오염됩니까? 이 정도라면 우리의 21세기가 너무나 앙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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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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