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상급식 이어 '사유 제한' 쟁점?
    By 나난
        2010년 03월 08일 12:2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민주당이 지난 7일 ‘뉴민주당 플랜’ 노동 분야 정책을 발표하면서, 비정규직을 채용할 때 현행 ‘기간 제한’이 아닌 ‘사용 사유 제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해 기존의 입장을 바꿨다. 이에 따라 이번 야5당 공동정책 합의 내용에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 공통 공약으로 채택될 지 주목된다.

    민주당 입장 선회로 합의 가능성 높아져

    8일 발표된 야5당 1차 정책합의문에는 사용 사유 제한이 추가 논의 사항으로 분류돼 있는 것으로 돼있으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이미 사용 사유 제한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는 데다, 민주당까지 이를 공식화함에 따라 이 내용이 야5당 정책합의 내용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2006년 11월 비정규직 관련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던 당시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등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민주노동당)

    비정규직 고용과 관련한 기간 제한과 사용 사유 제한의 문제는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비정규직 관련 노동법 개정 국면에서 여야 갈등의 핵심 쟁점이었다.

    당시 단병호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구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양산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며 사용 사유 제한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국회 몸싸움까지 불사했으나,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 일각에서는 “경영상의 위기와 비정규직 대량 해고” 등을 이유로 ‘기간 제한’을 밀어붙인 바 있다. 

    단병호 전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번 뉴민주당 플랜 노동정책 내용에 대해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제 해결 가능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측면에서는 환영한다”며 “다만 열린우리당 집권 당시 민주노동당의 비정규직 해법이 제출됐음에도 무시돼 안타깝고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입장 선회가 야5당의 정책 논의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사용 사유 제한이 (야5당 논의 과정에서)쟁점이 되었지만, 민주당이 입장을 바꿔서 관철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명한 쟁점으로 급부상할 수도

    이 경우 비정규직법 사용 사유 제한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과 함께 ‘반MB연합’의 주요 의제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노동계는 민주당의 사용 사유 제한 제안을 반기는 분위기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사용 사유 제한을 주장해왔다. 2007년 당시 현실론을 들며 기간 제한에 손을 들어준 한국노총도 “민주당의 사용 사유 제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정승희 한국노총 부대변인은 하지만 "당시 비정규직법 개정 주체가 민주당이었는데, 이제와서 입장을 바꾼다고 해서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될 것인지"라며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야5당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사용 사유 제한’을 정책합의 내용으로 채택할 경우 현 정권과 전경련 등 자본 그리고 보수언론이 이를 강력하게 반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 무상급식과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 의제가 양쪽을 가르는 선명한 쟁점으로 부상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 전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이 정치적으로 비중이 큰 만큼, 민주당의 이번 비정규직 해법이 실질적으로, 진정성을 담은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지방선거에서도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과 제대로 맞설 수 있는 정치적 의제로 될 수 있느냐는 민주당의 실질적 의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입장 선회에도 불구, 이번 사용 사유 제한이 ‘5+4정책합의문’에서 제외돼, 최종적으로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참여당과 창조한국당은 사용 사유 제한의 전면적 도입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참여당 등 유보적 입장

    야5당 정책 관련 회의에 참석하는 노항래 국민참여당 정책위원장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경우 적극적으로 정책합의문에 사용 사유 제한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의 경우에는 이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이번 노동정책을 통해 사용 사유 제한으로 입장을 정리했지만 국민참여당의 경우 아직 이것이 전 업체에 일괄적으로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노 정책위원장은 “우리 역시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전 업체로 적용할 만큼의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취지는 공감하는 만큼 합당한 방향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전 의원은 “민주당 안이 민주노동당이 제출한 사용 사유 제한의 필요성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지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에 적용시켜야 한다는 부분은 수용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하지만 사용 사유 제한의 나머지를 대부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정책적 오류를 바로 잡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정규직 문제 해법의 핵심은, 처우개선 보다는 양산을 저지하고 그 수를 줄이는데 있어야 한다”며 “비정규직을 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법률적으로 명시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규제하는 방법, 즉 사용 사유 제한이 아니라면 실제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때 한미FTA와 함께 ‘연대를 위해 버려야 되는 카드’로까지 받아들여졌던,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이 ‘뉴민주당 플랜’으로 인해, 야5당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결속을 높일 수 있는 무기로 전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