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의 장인들, 당당한 권리선언
    By 나난
        2010년 03월 08일 03: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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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이상무)을 중심으로 한 정당․노동․시민사회단체가 3월 3일을 기점으로 미화-간병 노동자 등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캠페인을 시작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인한 고용불안, 차별대우, 노동3권의 실질적 제약 등 근로조건 전반이 열악한 것은 물론 제대로 된 휴게 공간조차 제공되지 못해 노동에 찌든 다리를 펴 보지도 못하고, 겨울이면 꽁꽁 언 밥을 뜨거운 물에 말아먹어야 하는 그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것.

    <레디앙>은 5부에 걸쳐 늘 우리와 함께 있으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 그래서 ‘유령’이라 불리는 미화 노동자를 중심으로, 이들의 근로실태와 휴게 공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를 되찾아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노동기본권’은 말 그대로 노동자들의 기본적 인권을 뜻한다. 하지만 기본이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고령의 여성 비정규직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이들의 상당수는 청소를 한다. 그러나 그들이 노동을 제공하는 현장에서는 기본권이 묵살당하는 일이 다반사다.

    상당수의 청소미화 노동자가 계단 밑이나 화장실 등에서 식어버린 찬밥을 삼키고 있다. 화장실의 용도는 용변을 해결하는 곳이다. 때로는 그곳에서 화장을 고치고, 쓰레기를 버리며, 술에 취한 이들은 그곳에서 구토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그곳이 쉼터이며, 식사를 해결하는 식당이기도 하다.

       
      ▲ 기본적인 인권도 박탈당하는 청소미화 노동자들.(사진=이은영 기자)

    이에 청소미화 노동자과 노동․정당․시민사회단체가 “노동기본권을 되돌려 달라”며 휴게 공간 확보에 나섰다. 이들은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박탈당한 권리 회복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제대로 쉴 수 있는 휴게 공간 확보를 내세웠다. 바로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다.

    류남미 공공노조 미조직비정규실장은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휴게 공간 문제는 인권과 존엄성의 문제”라며 “밥 한 끼의 권리는 생존권의 문제이기 이전에 노동자들의 권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유령”이라 말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그들은 철저히 배제돼 왔다. 고령, 여성, 비정규직, 노동계급의 최하층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무시당했으며, 무관심 속에 방치된 것.

    이에 이들이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노크를 시작했다. 지난 3일 ‘112주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주간을 맞아 서울 신촌에서는 열린 ‘따뜻한 밥 캠페인’에서 청소미화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외쳤다. “우리는 유령이 아니”라고.

    이들은 휴게 공간의 실태를 사진과 증언을 통해 낱낱이 밝히며 “이것이 진실”이고 이제는 “사회로 나아가려 한다”고 선언했다. 그곳을 오가던 시민들은 화장실 변기 위에서 식사를 때우는 이들의 모습에 “이곳이 어디냐?”, “이것이 뭐하는 사진이냐”며 의문과 함께 당혹감을 드러냈다.

    안타까움 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어

    놀라움을 드러낸 것은 같은 일에 종사하는 청소미화 노동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덕성여대 청소미화원 김순자(가명) 씨는 “가슴이 너무 아파 눈물이 난다”며 “삐까뻔쩍 한 학교에서 청소미화 노동자에게 쉴 공간 하나 마련해주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청소미화 노동자들만의 힘과 안타까워하는 마음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류 실장의 말처럼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이들을 사회로 불러내기 위해서”는 “청소미화 노동자들 없이 우리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인식”하고 더 이상 이들이 차별받고 멸시받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류 실장은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휴게 공간 확보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 해결 역시 쉬운 것은 아니다. 청소미화 노동자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그것도 용역업체에 소속된 파견직이다. 때문에 휴게 공간을 비롯해 근로조건에 대한 문제를 놓고 원하청 간 지난한 핑퐁게임은 손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근로조건에 대한 문제만 터졌다하면 원청은 고용관계를 문제삼아 하청에 떠넘기기 일쑤며, 하청은 열악한 경제상황과 원청과의 갑을 관계를 이유로 나몰라라했다.

    그러나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휴게 공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원청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휴게 공간 문제는 공간 확보의 문제가 가장 크기에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일하고 있는 원청에서 제공하는 게 옳다”며 “특히나 원하청 계약이 1~2년의 단기계약이 많은 상황에서 공간의 문제를 하청이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 고령의 여성 비정규직 청소미화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제대로 쉴 공간도 없는 노동현장에서 노동기본권을 박탈당하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 지난 3일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주간’을 맞아 공공노조 등 제 노동.정당.시민사회단체가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휴게공간 개선을 위한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을 신촌에서 가졌다.(사진=이은영 기자)

    여성연맹, 지하철에 전기온돌 휴식 공간 확보

    여성연맹의 경우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참사로 3명의 조합원을 잃은 이후 화재예방차원에서 전기온돌을 갖춘 휴게 공간 확보를 우선 과제로 삼고 투쟁을 벌여왔다. 그 결과 2~3년 만에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모든 지하철역사는 물론 경인선을 제외한 일부 철도까지 휴게 공간을 확보했다.

    전기온돌을 갖춘 휴게 공간에는 싱크대와 선풍기 등이 비치됐으며, 용역업체에서는 월 2만 원씩 정수기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여기에 노사 임금협상을 통해 식비도 지급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여성연맹의 경우 도시철도공사가 용역업체와의 계약에서 휴게 공간과 관련한 조항을 마련해 넣었다”며 “대학이나 병원의 경우도 차기 입찰에서 휴게 공간 조성을 위한 필요 조항을 마련․삽입해 원하청이 공동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노동 제공으로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건 원청”이라며 “공간 확보의 문제나 원하청 계약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원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실장 역시 원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하청에 공간을 만든다 해서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며 “모든 대형 건물에 청소미화 노동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원청이 공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학교 내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휴게 공간 개선 및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은 물론 학생들의 연대가 필요하다.(사진=이은영 기자)

    휴게 공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과 연대도 강조됐다. 김순자 씨는 “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연대가 중요하다”며 “학교의 무기는 학생이기에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인정받고 자유롭게 쉴 수 있도록 학생들이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학교 내에서 문제제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까지만 해도 휴게 공간 내 시설이 열악했던 덕성여대는 2007년 노동조합 결성과 함께 학생들의 꾸준한 관심과 연대로 신축건물에 대한 휴게 공간 마련은 물론 공간 내 에어컨 및 사물함 비치도 확보했다. 

    김 씨는 “혼자서는 할 수 없던 일이 학생들과 함께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능해졌다”며 “이외에도 노동조합 결성이후 2년간 임금도 20만 원 올랐고, 정년도 60세에서 63세로 연장됐다”고 말했다. 결국 사회적 관심과 연대, 지지를 통한 근본적 문제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민주노총과 공공노조, 실태 조사 후 4월 경 대안 제시

    이에 지난 3일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에 참여한 노동․정당․시민사회 단체는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휴게 공간 문제 개선을 위해 올 한 해 동안 캠페인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과 공공노조는 우선 산하 조직을 통해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및 임금, 휴게 공간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 및 면접조사에 착수한다. 4월경에는 산하조직 내 모범사례를 발굴해 이를 토대로 대안 및 개선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캠페인에 참여하는 단위들과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는 물론 중앙․지역 동시다발 선전전 및 사진 전시회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국민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류 실장은 “지난 3일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주간’을 통한 1차 캠페인을 시작으로 정기적으로 매달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며 “6월까지는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선전전 및 이슈화 작업을 실천하고, 6월 이후부터는 전국적으로 캠페인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 찾기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며 “우리와 한 공간에 있으나 보이지 않는 그들이 더 이상 유령으로 살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우리가 손을 내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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