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 다툼에 등터진 녹색성장
        2010년 03월 07일 11: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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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무지 통합의 미덕을 모르는 정부다. 한반도 대운하를 뚫어 국토를 둘로 나눠놓겠다는 때부터 의뭉스러웠다. 집권하자마자 수도권 종합선물세트를 통해 국민을 수도권에 사는 A급 선민(選民)과 수도권에 살지 않는 B급 양민으로 구분하더니, 지금은 이제 국정조차 둘로 구분하겠다는 심보를 보인다.

    ‘불구경과 싸움구경만한 구경은 없다’는 게 3년차 국정 기조인진 모르겠지만 같은 내용을 두 부처가 관리하라는 건 어떤 자신감일까? 이명박 정부가 자신있게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녹색성장법 시행령안의 문제점

    지난 2월 22일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이하 ’녹색성장법‘)’ 시행령(안)이 발표됐다. 지난해 말 소리 소문도 없이 기본법을 통과시킨 후 2개월 만이다. 당시에도 ‘녹색성장법’은 기후변화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법안의 취지와는 달리 개발 사업을 통한 경제성장에 무게를 둬 녹색덧칠(“Greenwash”)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그 이전의 ‘녹색성장 5개년 계획’ 때부터 본심은 4대강과 경기부양 쪽에 있다는 걸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 그런 법안의 방향이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금번 발표된 시행령은 정부의 기후변화대응 의지가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시행령(안)에 따르면 앞으로 우리나라 기후변화대응은 환경부와 지식경제부가 공동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목표관리 주무를 맡게 된다. 또한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기후변화에너지센터를 만들어 두 부처를 관장하게 할 요량이다. 하지만 문제는 똑같은 내용을 두 부처가 관장하는 게 맞는가 하는 것이다.

    2007년 현재,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91%가 에너지부문에서 배출되고 있다. 나머지를 산업공정과 토지이용변경, 폐기물 등에서 배출되는데, 세 분야의 감축잠재량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온실가스 대책은 에너지전환이나 효율성 재고 등 에너지수요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에게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말은 에너지 사용량에 대해 목표를 세우고 관리하자는 것과 이음동의어나 마찬가지다. 그런 와중에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에너지목표관리를 두 부처에서 공동 관리하겠다는 것은 녹색 이니셔티브를 강화하는 것과는 반대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

    산업계도 행정혼란 들어 반발

    산업계에서는 이중규제가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눈치다. 몇 해 전부터 기후변화정책에 어깃장을 놓는 산업계를 편들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똑같은 상황을 입장이 다른 두 부처가 관리한다는 건 이중규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종합정보관리시스템을 만들어 한 번 입력하면 지경부와 환경부에 동시 제출되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며 ‘IT강국’다운 해결책을 내놨지만 아쉽게도 기업이 반발하는 건 보고의 의무 때문이 아니다.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두고 두 부처간 지금까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대립을 보일 것이 분명하고, 그 경우 기업으로서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소비량의 간극에서 길을 잃게 된다. 환경부는 직접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원하겠지만 지경부는 연료효율이 좋은 에너지원을 선호하면서 장기적인 에너지원의 전환자체가 표류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경부가 경제성장법이 분명한 ‘녹색성장기본법’의 정신에 집착한다면 더욱 그렇다.

    시행령에 맞춰 ‘지방녹색성장위원회’를 만들고 조례를 제정해야 하는 지자체 역시 혼동스럽긴 마찬가지다. 시행령은 각 시․도에서도 매 5년마다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체계를 둘로 나눴으니 지방정부 역시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중앙부처처럼 인적 자원도 많지 않고 대응 인프라까지도 부족한 지방정부가 과연 중앙행정체계를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결국은 관리행정체계만 둘로 나눠진 상태에서 진전 없는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높다. 지방정부의 기후변화대응 역량 증진이 시급한 상황에서 왜 정부는 억지스런 체계를 고집하는 것일까?

    오염물질이냐 불가피한 부가물이냐

    이제는 비밀도 아니지만 사실 기후변화대응의 주도권을 둘러싼 정부부처 간의 갈등은 내력이 깊다. 온실가스를 대기오염물질로 볼 것이냐 에너지 소비의 결과물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이 다툼의 시작이었다. 환경부는 지구온난화는 명백한 환경오염 현상이고, 따라서 환경부가 주무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경부는 온실가스 배출은 에너지 사용에 따른 부가적 현상이므로 에너지를 담당하고 있는 자신들이 관리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한다.

    이 정도로만 보면 참 아름다운 현상이다. 인류가 직면한 최대 난제라고 불리는 지구온난화를 서로 자신들이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내까지 그럴까? 지경부로서는 환경부로 대응의 주도권이 넘어가면 지경부 업무의 한축인 에너지 업무에 대한 영향력을 잃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환경부는 그간 마이너리티였던 자신들의 위상을 단숨에 올려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환경부와 지경부의 갈등은 여러 분야에서 발견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둘러싼 경쟁이다. 환경부는 우리나라의 의무감축국가 편입 문제와는 별도로 어떻게든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될 거라는 확신 하에 2008년 10월 한국거래소(당시 ‘한국증권선물거래소’)와 MOU를 체결하고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그러자 지경부는 전력거래소와 함께 행보를 같이 하며 2009년 8월부터 모의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했고, 미국의 배출권 시장인 시카고 기후거래소(CCX)와도 협력체계를 만들었다.

    온실가스 감축 관리 역시 마찬가지다. 환경부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해 온실가스를 대기오염물질로 규정해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사회적 여론이 이에 수긍하는 태도를 보이자 지경부는 에너지관리목표제라는 것을 내세웠다. 온실가스 관리 업무를 차지하려다가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자 급하게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그런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져 시행령에 환경부와 지경부가 공동 주무부처로 기록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정책부터 통합하라

    이에 대해 정부는 대통령 산하에 녹색성장위원회가 있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기후변화에너지센터를 설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애써 주무부처 위에 정책 통합기구를 두 개나 만든 것 자체가 통합관리에 자신이 없다는 증거다. 두 기구의 위상과 역할이 다르다고 하지만 그건 두 부처의 갈등을 미봉하거나 법적인 문제를 회피하긴 위한 술책에 불과해 보인다.

    정말로 정부가 기후변화정책을 통합적으로 가져가겠다면 단순히 통합행정기구를 여러 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책원리부터 통합시키는 게 중요하다. 주무부처끼리의 갈등 원인조차 중재 못하는 통합기구가 앞으로 어떻게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것인가.

    지난해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민주당 이성남 의원실의 의뢰로 기후변화정책의 통합성 고취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정책통합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포괄성과 정합성이다. 4대강이니 해외에너지자원개발이니 하는 불필요한 내용까지 삽입해가며 무리하게 포괄성은 확보했을진 몰라도 금번 시행령(안)을 보면 정합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정합성이 부처 간 업무 통합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불순한 의도로 밥그릇 챙기기에 동조하는 게 통합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입장이 다른 NGO나 산업계 모두가 난감해 하고 있다는 게 명명백백한 증거다.

    더 우울한 건 그간 ‘녹색성장기본법’이나 ‘녹색성장 5개년계획’에서 정부가 보여준 방향성을 감안하면 ‘기후변화대응도 중요하지만 경제성장이 화두’라는 게 이명박 정부의 시각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환경부의 온실가스 감축관리에 대응해 지경부가 제시한 바 있는 에너지목표관리제는 목표 달성이 불확실한 산업계의 자발적 협약이 중심이다.

    굳이 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경부까지 공동관리 부처로 설정하는 건 녹색정책의 통합을 이루려는 게 아니라 성장정책의 통합을 이루겠다는 의도는 아닌지 우려스럽다. 토대를 바꾸지 않고 추진되는 통합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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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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