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의 미달 학생, 정말 크게 줄었나?
    2010년 03월 07일 01: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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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교과부는 ‘2009년 일제고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제목은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크게 감소”입니다. 그러면서 초 6학년의 미달 비율이 2.3%에서 1.6%로, 중 3학년은 10.2%에서 7.2%로, 일반고 1학년은 8.9%에서 5.9%로 줄었다고 밝힙니다.

이 수치만 보면 감소했습니다. 초 6은 0.7% 포인트, 중 3과 고 1은 모두 3% 포인트 빠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미달 학생 크게 줄어” 등으로 보도한 언론이 몇몇 있습니다.

기저 효과도 생각해봐야

경기가 한창 나쁠 때와 좋아질 때를 비교하면 무조건 후자가 잘 나옵니다. 폭군 다음의 왕은 직전의 폭군 때문에 뭘 해도 괜찮아 보입니다. 비교하는 기준 자체가 낮으면 좋아진 것으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이런 걸 ‘기저 효과’라고 합니다.

교과부는 2009년 일제고사 결과를 2008년하고만 비교합니다. 하지만 학업성취도 평가는 2003년부터 실시되었습니다. 2007년까지는 3만~6만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표집으로, 2008년부터는 모든 학생에게 문제를 풀도록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결과는 어떤 그림일까요? 이명박 정부가 꽤 신경을 쓴 영어 교과의 미달 비율을 보겠습니다.

초 6학년은 2009년 1.8%로, 예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아졌습니다. 중 3은 2009년(5.0%)이 2008년(6.2%)보다 적습니다. 하지만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비율들에 비하면 많습니다. 2008년 수치와 비교하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예전과 견주면 그렇지 않은 겁니다.

따라서 ‘크게 감소’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고 1도 마찬가지입니다. 2009년(3.7%)이 2008년(5.9%)보다 줄었습니다. 하지만 그것 뿐입니다. 2003~2007년에 비하면 미달 비율이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경쟁력’이라는 말을 애용하니, 이번엔 교육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교과인 수학을 보겠습니다(영어가 경쟁력이라구요?). 2009년 초 6(1.3%)은 2008년(1.5%)에 비해 줄었습니다. 하지만 2005년(1.3%), 2006년(1.2%), 2007년(1.2%)보다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중 3과 고 1은 영어와 비슷합니다. 그래프의 높낮이만 봐도, 2008년 수치가 두드러집니다. 2009년에 나아지긴 했지만, 2008년하고 비교할 때만 그렇습니다. 전형적인 기저효과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른 교과의 그림도 수학이나 영어와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정부의 예산 투입, 교육청의 독려, 학교의 갖은 노력

교과부는 2009년 미달 비율이 크게 감소한 건 “평가결과가 공개되어 시도교육청과 학교의 책무성이 강화되고 학교가 노력한 효과”로 해석합니다. 그리고 ‘방과후 교과 프로그램’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평가결과가 공개되어 “어디가 잘 했고 어디가 못했네”라는 말들을 들으면 열심히 해야 합니다. 교육청은 ‘책무성’을 가지고 독려하고, 학교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방법들을 동원합니다.

일제고사를 대비하여 각종 모의고사를 치른다든가, “방과 후에 넌 남아”할 수도 있습니다. 방학중 보충수업이나 시험 직전의 벼락치기도 좋은 방안입니다. 문제 푸는 반복 훈련을 책임있게 시키는 겁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런 노력들로 시끄러웠던 충북과 강원이 이번에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문제풀이에 주력했던 곳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겁니다. 이를 두고 관점에 따라 ‘훌륭한 교육’이나 ‘좋은 학교’로 부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미달 비율 크게 감소’라고 평가하는 건 난처합니다. 2008년 한 해와 비교하면 그렇게 보이지만, 전체적인 추이는 전혀 다른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일제고사를 위해 정부가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고, 교육청은 독려를 아끼지 않고, 학교는 “넌 남아”를 열심히 했는데, 왜 했을까요? 혹 엉뚱한 방향으로 괜히 힘쓴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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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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