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5당 합의, 소수당 후보 문호 열어
    민주당 독식 흐름, 진보신당이 제동"
        2010년 03월 05일 09: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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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부터 시작된 ‘5+4회의’가 4일 합의문을 통해 원칙적 선거연합에 대한 접근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이번 합의문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유권자의 의사를 반영한다”, “경쟁방식을 정한다” 등 연합의 핵심적인 내용들이 명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애매함’은 야권 연대를 강조하는 다양한 수준의 요구를 협상 주체들이 더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과, 복잡하게 얽힌 야권과 시민단체들의 이해 관계가 구체적인 수준으로 합의를 끌어낼 수 없다는 현실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진보신당을 대표해 이번 ‘5+4회의’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온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는 이번 합의문의 핵심적인 의미는 “민주당이 아닌 다른 당의 후보가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대표는 “광역단체장의 경우 최소한 수도권 1곳, 호남 1곳에서 소수정당의 후보가 출마할 수 있어야 하며, 기초단체장의 경우에도 ”최소 50%에서 정당 지지율에 근거해 야당이 선거구를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대표와의 인터뷰는 4일 오후 진보신당 당사에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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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10일 합의가 나온 이후 한 달여가 지난 후 ‘5+4’합의문이 나왔다. 지금까지 회의의 진행경과는?

    = 초기 합의로 협상개시를 선언한 이후 7차례 회의가 있었다. 그동안 회의는 ‘선거연합의 형식과 틀’, ‘정책연대’ 이렇게 두 축으로 진행되었다. 여기서 정책연대와 관련된 내용을 제외하고, 선거연합 협상과 관련된 회의의 경우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이렇게 세 축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사진=정상근 기자)

    이중 민주당과 진보신당은 연합공천에 대해 공감대가 있었다. 연합공천이라는 것은, 야5당이 어느 지역에 어느 당 후보를 낼지 합의해 결정하자는 것인데 진보신당도 이에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은 뭐냐는 문제가 있었다. 민주당은 종합경쟁력을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는 야당의 후보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합경쟁력의 비교 대상이 ‘정당’인지, ‘후보’인지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민주당은 ‘유력후보’라는 표현을 썼지만, 우리가 볼 때 그 역시 모호하고, 논리적 충돌지점도 있다고 봤다. 

    우리는 (연합공천이 가능한 선거구를)확정하려면 그 기준이 ‘정당지지율+α’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수도권을 기준으로 정당지지율은 민주당 대 비민주당이 2대 1 정도가 나온다.

    이 비율을 16개 광역단체장 기준에 적용하면 11대 5가 나온다. (연합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영남 5곳을 제외할 경우 8대 3이나 7대 4 정도다.(3~4곳이 민주당을 제외한 야 4당 몫이 된다는 뜻)

    민주당은 우리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수도권 1곳과 호남 1곳은 ‘국민경선 방식’으로 선출할 수 있고, 나머지 9개 지역은 민주당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는 야당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9대 2가 아닌 ‘9대 0대 2’다.(2개 지역을 민주당이 주장하는 경선을 거친다면 민주당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11대 0이 된다는 의미) 그 두 곳도 경선을 통해 후보를 가리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기초단체장 문제 역시 위와 같은 기준으로 비율을 정해 나눠야 한다. 권역별 지지율을 반영하거나 2대 1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계속 ‘경쟁력 비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최소한 기초단체장 230개 중 50%에 대해서는 정당 지지율에 따라 분할하고,(115개 중 민주당 대 비민주당이 2대1의 비율로 나누자는 것) 나머지는 50%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경쟁력 비교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야4당이 모두 동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광역이 해결 안 되면 기초도 분할하기 힘들다고 해 논의가 공전 된 바 있다.

    – 어쨌건 산고 끝에 단일화 원칙 합의문이 나왔다. 이번 합의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내리는가?

    = 3월 3일 합의한 문건이 이번에 발표된 것인데, 이에 앞서 ‘3월 2일 합의문’이란 것이 있었다. 이 3.2합의문과 3.3합의문의 문구가 바뀌었다. 우리는 3.2합의문에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그와 같은 합의문에는 참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번 3.3합의문에 대해서는 우리도 서명을 하고, 동의를 했다.

    그 차이가 무엇이냐면, 3.2합의문은 광역단체장의 경우 정당 지지율 등을 고려한 정치적 합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경쟁을 통해서 선출하는, 즉 민주당의 독식을 인정하자는 기조였다. 반면 3.3합의문은 기초단체장뿐 아니라 광역단체장도 정당지지율을 고려한 정당간 합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것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아닌 다른 당 후보가 단일후보로 출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3.2합의문이 협상의 여지를 없앴다면 3.3합의문은 협상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앞으로 수도권과 호남이 논의의 쟁점이 될 것이다. 이 6개 지역에 대해 정당지지율에 근거한 합의방식을 협상의제로 설정한 것이란 측면에서 민주당의 태도가 변화했고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 공동후보 합의 가능한 장소에 대해 논의된 것이 있는가? 서울, 경기, 부산 등 주요 지역에서는?

    = 우리가 최소한으로 얘기한 곳은 수도권 1곳, 호남권 1곳이다. 여기에 진보신당이 아니더라도 야4당의 후보가 나갈 수 있도록 합의해야 한다. 기초단체장은 최소한 50%에 대해서는 2대 1 비율을 적용해야 한다. 부산을 포함한 영남 5개 지역은 좀 더 다른 방식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민주당이 이 지역에서 보장될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 지역들은 협의를 통해 논의를 진척시킬 수 있을 것이다.

    – 15일을 마감으로 경쟁방식까지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 논의가 오간 것이 있나? ‘유권자의 의사가 반영되는 방안’은 무슨 의미인가?

    = 경쟁방식에 대해서는 상상 가능한 방법이 몇 가지 없다. 국민참여 경선이나 여론조사, 시민공천배심원제 등을 어떻게 적절하게 조정하느냐의 문제다. 아마 획기적인 안은 없을 것 같다. 그보다 연합에 있어 선과 후를 분명히 지정했다는 것이 이번 합의문의 의의다.

    우선 정당간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합의가 이루어지기 힘든 지역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는 후의 문제다. 오늘 합의의 핵심은 광역단체장에 대한 합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 합의 여지를 열어둔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민주당의 입장이 변화된 것은 없다.

    = 이후 협상과정에서는 민주당의 구체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만약 민주당이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상당히 어려운 협상과정이 될 것이다. 변화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변화가 없으면 결과는 낙관적이지 않다.

    – 중앙에서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조정을 합의했다. 지역에서 수많은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데 중앙차원의 조정이 가능한 것인가?

    = 광역단체장은 16곳, 기초단체장은 230곳, 광역의원은 1천 곳이 넘고, 기초의원은 수천 곳이다. 이를 모두 ‘케이스 바이 케이스’할 수는 없다. 다만 야5당이 기본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는 있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있어야 조정을 할 수 있다. 그게 안 되면 현실적으로도 힘들다.

    – 구체적 경쟁방식을 이제 부터 논의하더라도 15일이라는 시한은 촉박해 보인다.

    = 시한을 정한 것은 우리가 아닌 민주당 등이었다. 우린 최선을 다해 이에 응해야 한다. 다만 그 선을 마지노선으로 보지는 않는다.

    – 이번 합의에 있어 가장 걸림돌이 될 것은 무엇인가?

    = 민주당이 야당 내 제1당이고, 다수당이다. 문구에 나와 있는데로 그 지위를 무소불위의 힘과 자의적 기준으로 적용하려고 한다면, 이는 연합이 아닌 민주당에 의한 일방적인 전면적 지지 선언을 하라는 것이다. 이는 많은 사람이 말하는 연합정치의 근본을 훼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선거구, 한 선거구를 보면 예외적 경우가 아니라면 민주당이 앞설 수 있다. 기초의원, 광역의원, 단체장 모두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다. 그렇게 경쟁력 위주로 가면 ‘독식’에 다름아니다. 선거단위별, 광역별, 기초별로 분할하는 것이 연합의 핵심이다.

    – 광주에서 민주당이 기초의원 선거구를 분할 한 것에 대해 다른 야4당이 문제를 제기했었다. 이것이 합의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는가?

    = 그 문제는 사전에 얘기했었고, 분명히 연합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경고를 한 바 있다. 그 일이 발생한 이후 야4당은 회의자료에 문제제기를 했고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에 대한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야5당은 이 문제가 협상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자체로 판을 깨지 않으려 노력했다. 일을 진척시켜 나가는데 민주당이 많은 잘못을 했고 이것이 논의를 불편하게 하지만 대승적으로 선거관련 협상에서 상쇄할 수 있는 태도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보이고 있지 않아.

    – 이번 5+4회의에서 진보신당이 ‘표류’하는 느낌을 받아왔다.

       
      ▲(사진=정상근 기자) 

    = 정확하게 논점의 구도를 보면, 광역단체장에서는 진보신당 대 민주당이 맞다. 나머지 3당은 이에 대해 관망자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기초단체장의 경우에는 야4당 대 민주당의 구도였다. 때문에 다른 정당들은 현실적으로 민주당의 힘의 우위를 인정하지만 명분은 진보신당의 명분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 정책연대의 진행상황은?

    = 모두들 정책연합 중심의, 가치를 앞세우는 선거연합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정책연합은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이 이루어진 상태다.

    그러나 핵심적 정치 의제인 비정규직, 사회복지세 신설, 그리고 과거부터 미래까지 중요한 쟁점인 한미 FTA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이 부분은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도 않았다. 이 문제는 선거연합의 중요한 축으로 힘을 쏟아야 할 지점이다.

    – 합의문에 따르면 ‘연합의 취지에 부합하는 후보’를 선출한다고 되어 있다. 연합의 취지가 반MB도 있지만 정책적으로 야5당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후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경우 야5당이 동의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단적으로 이번에 민주당 지도부가 영입한 우근민 전 제주지사는 성추행 전력이 있다.

    = 그에 대한 최소한의 장치가 있어야 한다. 반민주 반인권, 상식에 파괴한 행위를 한 사람 같은 경우를 당 자체에서 걸러 달라 요청해야 한다. 그런 요인들이 연합의 장애물이 된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공학의 논리에 매몰되면 부작용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만약 5공 출신 인사를 영입해 광주시장 후보로 내면 광주시민들이 그를 인정하겠는가?

    – 반MB연대와 다른 경로로 진보대연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 출발선에서 움직이지 않은 모습이다. 진보대연합의 경과는?

    = 양당 대표회담의 일정을 조정하는 문제만 남았다. 이번에 만나면 단순한 만남이 아닌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진보대연합은 최근 민주노동당 탄압이라는 국면과 맞물려 진척이 안 되었을 뿐, 대표 간 회동은 3월 초순에 진행될 것이다. 지금 만났을 때 진전된 얘기가 나올 수 있도록 조율 중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조금 규모가 큰 당과 중소 규모의 당들이 서로 연합을 통한 정치적 성장을 해왔다. 상호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이 연합의 핵심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큰 당이라는 이유로, 일방 독식, 일방주의를 얘기하고 우리에게 단순히 따르라는 식이라면 이는 연합정치의 탈을 쓴, 소수정당에 대한 정치적 압박에 다름 아니다.

    이번 선거연합 과정에서 특히 민주당이 그런 태도를 취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승적으로 상호 승리할 수 있는 연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직전 5년, 민주당이 집권을 하면서 오히려 이명박 정권 탄생의 요인을 제공했었다는 성찰적 자세로 연합논의에 임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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