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요타 사태, 고장난 자본주의 적신호
        2010년 03월 04일 06:54 오후

    Print Friendly

    도요타 리콜 이슈가 3월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 사태는 지난 2월 24일 아키오 도요타 회장이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하여 리콜 사태로 소비자들에게 우려를 끼친 점을 사죄하고, 미 당국과 국회가 이미 리콜이 이루어진 페달 결함 외에 다른 안전 문제들을 밝혀내지 못하며 진정 국면으로 들어서는 듯했다.

    하지만 청문회 이후 도요타가 3월에 21만 대 가량이 추가 리콜될 것이라고 공개하고, 언론들에 의해 도요타가 약 100만 대에 달하는 차량을 당국에 신고 없이 비밀리에 수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도요타 부도덕성에 대한 지탄 여론이 일고 있다.

    리콜로 망한 회사는 없었다

    한편, 대부분의 미국 자동차 전문가들은 도요타가 한두 해 판매 감소를 겪을 수 있지만 다른 자동차 업체들이 그러했듯이 다시 원래 위치로 회복하리라 전망한다. 이들에 따르면 리콜 사태로 망한 자동차 회사는 역사적으로도 없었고, 매년 천만 대 가까운 리콜이 이뤄지는 미국에서 이번 사태는 다소 컸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은 스캔들 정도다.

       
      

    도요타는 2006년에도 급작스럽게 증가한 리콜로 일본과 미국에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지만, 몇 달 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판매를 회복한 경험이 있다. 뉴욕증시에서도 리콜 사태 이후 91달러에서 71달러까지 폭락한 도요타의 주가는 24일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도요타 사태는 한 번의 큰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일까?

    도요타 한 자본만을 놓고 본다면 해프닝 정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자본주의와 자동차 산업 전체를 놓고 생각해보면 도요타 사태가 의미하는 바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70년대 불황 이후 초국적 자본이 주도한 자본의 세계화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파탄이 났다.

    20세기 미국 자본주의를 대표한 지엠(GM)은 정부 지원과 노동자 건강보험 기금 출자로 간신히 파산을 면했고, 1910년대 포드주의 이후 가장 큰 생산 혁신이라고 칭해지던 80~90년대의 도요타 생산 방식은 이 번 리콜 사태를 계기로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역사적으로 보면 금융위기부터 도요타 사태에 이르기까지 2년 동안 일어난 일들은 세계 자본주의가 20세기 후반부터 시도한 혁신들이 붕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도요타 사태가 도요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08~09년 미국 내 리콜 자동차 수 2,160만대

    도요타 리콜 사태로 부각되지 않았지만 2008년, 2009년은 그 어느 해보다 미국 내 리콜 차량이 많았다. 2008년 미국 내에서 리콜된 자동차 수는 860만 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 1,300만 대의 66%에 이른다. 그리고 2009년에는 사상 최초로 한 해 동안 판매된 자동차보다 더 많은 자동차가 리콜되었는데, 한해 동안 1,000만 대가 판매되었고 1,520만 대가 리콜되었다.

    2009년 도요타가 리콜한 차량이 약 500만 대인 것을 고려하면, 미국 자동차 3사도 그에 만만치 않게 리콜을 했다는 이야기다. 사실 2009년 리콜과 관련하여 도요타와 지엠 포드의 차이는 국적 차이밖에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판매하는 차보다 구조적 결함으로 리콜하여 수리하는 차가 많은 것은 도요타만이 아니라 21세기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특히 자동차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80년대 이후 리콜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대표적으로 현재 도요타 리콜에 버금가는 760만 대를 리콜한 1996년 포드의 익스플로러(Explorer)가 있다. 지엠은 도요타 리콜이 시작되기 7개월 전에 자동차 화재 위험이 발생하여 150만 대를 리콜했다. 도요타는 이번 리콜 전에 이미 10년 동안 500만 대 이상을 리콜했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도요타 리콜 사태의 원인을 품질에 대한 오만함, 또는 성장 일변도 정책 속에 해이해진 도요타 정신 등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위와 같은 리콜 규모를 생각해보면 이는 너무 단순한 분석이다. 모든 자동차 기업들이 직면한 품질 관리 문제는 자동차 산업 전반에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죽음의 착취 공장에서 만든 차가 온전할 리 없다

    도요타를 비롯한 자동차 기업들의 품질 문제는 극단적인 비용 절감 정책이 배후에 있다. 과도한 비용 절감이 현장 생산, 부품 조달 등 여러 측면에서 품질 저하를 가져왔다. 도요타는 2000년대 이후 ‘21세기 비용 경쟁력 건설(CCC21)’이라 불리는 30% 비용절감 운동을 근 10년간 펼쳤고, 2009년에만 5조 원이 넘는 비용 절감을 이루었다.

    물론 이러한 비용 절감은 도요타만의 일은 아니다. 지엠은 비용 절감을 위한 공장 이전과 생산 인력 축소로 미국 내 노동자들 9년간 10만 명 가까이 줄여 08년 말에는 총 종업원 수를 9만 명 수준으로 유지했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에서 생산을 확대해 현지 생산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렸다.

    물론 자동차 기업들의 비용 절감이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국외 공장 확대, 아웃소싱 등의 비용 절감 정책은 자동차 산업의 시작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예를 들면 지엠은 1938년에 국외에서 25만 대, 미국 내에서 10만 대를 생산해 국외 생산 비중이 전체 생산의 70%에 육박했다.

    하지만 최근 경향과 달리 1970년대까지 비용절감은 노동비용보다는 판매시장과 관련된 운송 비용, 관세 회피 등이 주된 이유였다. 1910년대 포드가 국외로 진출할 당시에는 포드 생산성 향상에 따라가지 못하는 운송 시스템이 국외 진출의 주된 이유였다. 1,2차 세계 대전 이후 자본주의 황금 시기 미국과 유럽 자동차 기업들은 높은 관세를 회피하고자 국외에 생산 공장을 증설했다.

    세계 자본주의 고성장이 끝나고, 1~2차 오일쇼크를 계기로 70년대 중반부터 신자유주의가 시작되며 상황은 변했다. 매년 성장하는 시장에 대한 판매 정책이 아니라 생산 비용 그 자체를 줄이기 위한 극단적 방법들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 노동자 실질임금 20년간 동결

    자동차 기업들은 판매지에 대한 접근도가 아니라 노동비용 감소를 위해 저임금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했고, 공장 이전 협박을 통해 자국 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다. 물론 임금 역시 크게 하락했다.

    1981년 포드는 50% 임금 삭감안을 노조에 제시하였고, 지엠은 1982년에 25억 달러(현재 달러로 54억 달러, 약 5,600억 원) 규모의 임금 비용 삭감을 노조에 관철했다. 계속된 임금 삭감 요구로 미국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77년 이후 약 20년간 동결되었다.

    산업 내 노동자 수도 급격하게 줄어 79년 110만에 달했던 노동자는 90년대에는 90만 수준으로 줄었고, 2008년에는 73만까지 줄었다. 한편 같은 기간 종업원 일인당 생산성은 2.5배 넘게 상승했다. 노동강도 상승과 고용 축소, 그리고 임금 감소가 함께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노동 강도 강화와 임금 축소를 세계적으로 이끈 것은 도요타였다. 도요타주의라고도 불리는 80년대 이후 도요타 생산 혁신의 중심에는 극한의 노동 비용 절감, 노동 강도 강화, 노동 유연화가 있었다.

    도요타는 작업장에서 부자연한 작업자세, 장시간의 긴장, 부하가 큰 노동 등으로 인한 휴식 시간을 0으로 설정하는 제로 여유율, 작업그룹 간 생산성 경쟁을 시켜 성과급에 반영하는 능률경쟁, 설비가동률을 100%로 설정하여 책정하는 생산 계획, 직간 교대 시간에 잔업을 강제할 수 있는 교대제, 각종 모임을 통한 사생활 관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 강도를 강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노동강도를 통해서 향상된 생산성만큼 인원을 감축시켜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했다.

    도요타 따라하기

    도요타는 이러한 노동강도 혁신을 통해 90년대 초반부터 미국 자동차 업체보다 월등한 노동 비용 감축을 달성했다. 90년대 중반 도요타의 차당 생산 시간은 미국 업체보다 17시간 가까이 짧았을 정도로 월등했다. 그리고 국외 공장들 역시 자동차 노조가 없는 지역으로 이전하여 임금 또한 낮추었다. 도요타 미국 공장은 지엠, 포드보다 시간당 임금이 절반 이하였다.

    90년대 이후 모든 자동차 업체가 도요타 생산성을 기준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도요타 생산 방식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지엠은 1984년에 도요타와 합작 공장(NUMMI)을 프리몬트에 건설해 87년에 당시 다른 공장보다 생산성을 두 배 가까이 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세계 다른 자동차 기업들도 모두 도요타 따라 하기에 열을 올렸고, 2008년에는 미국 자동차 3사는 도요타와의 생산성(Hours Per Vehicle) 격차를 1시간 내로 줄였다.

    그리고 당연히 고강도 노동, 비정규직 확대, 공장 이전 등의 구조조정은 품질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공장의 노동자들은 품질은 고사하고 밀려오는 생산량을 감당하기에도 역부족이었다.

    도요타 따라잡기에 열을 올린 포드는 1996년 가장 큰 규모의 리콜 사태를 겪었다. 추격해오는 미국 자동차 기업들을 따돌리기 위한 도요타의 30% 비용절감 운동은 2000년 이후 매년 리콜 대수가 증가시켜 2000년 10만 대 수준에 불과하던 리콜 대수를 2005년에는 100만 대 수준까지 확대시켰다.

    노동권 개선 없는 품질 개선은 노동자 죽이기

    도요타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 기업들이 모두 품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호들갑이다. 현대차는 회장이 직접 나서 납품 업체 단가 인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지엠 포드는 자사 차는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다분히 이런 언사들은 영업 전략 성격이 강하지만 어찌 되었건 품질의 상징이었던 도요타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 기업들이 좀 더 엄격한 품질 관리를 위해 여러 방법들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자동차 기업들이 과연 어떻게 품질 관리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자동차 기업들이 품질 문제를 만들어 낸 것은 80년대 이후 절대적인 비용 절감 요구가 있었기 때문인데, 현재 이 문제는 전혀 해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자본주의 이윤율 저하 속에서 자동차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비용절감 운동을 했고, 그 과정에서 도요타와 같은 기업들이 노동자를 죽이는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자동차 산업은 1970년대 이후 계속 하락하는 자본주의 이윤율 궤도의 대표적 산업이다. 20세기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들은 세계 자본주의 위기와 함께 큰 수익성 위기를 겪었으며, 최근 경제 위기로 더욱 심각한 사태에 직면해 있다.

    한 산업 또는 기업의 중장기적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산대비수익률(ROA)을 보면 최근 5년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자동차 기업들의 평균은 약 2.8%이다. 이는 제조업 500개 기업 평균 4.8%의 6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는 단기적인 하락이 아니라 80년대 이후 지속적인 하락 결과라는 점에서도 시사적이다.

    물론 산업 내 평균 이윤보다 높은 초과 이윤을 획득하는 선도 기업들의 상황은 좀 더 낫다. 90년대 중반부터 급성장 한 도요타의 100조 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은 유명한 예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 업체의 생산 기술이 보편화한 데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장기간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부 선도 기업들의 초과 이윤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기는 힘을 것 같다. 더군다나 중국, 인도 등 신흥공업국가들이 자동차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가격 인하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상황은 더욱 큰 악조건이다.

    도요타 사태와 고장난 자본주의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기업들의 품질 개선은 무엇을 의미할까? 현재의 품질 문제는 자본주의 위기 국면 속에서 자동차 기업들이 가진 구조적 문제다. 자동차 기업들이 수익성과 직접 연관되는 노동 생산성을 희생하며 품질 개선을 하지는 않는다.

    결국 품질 개선에 필요한 비용은 더 많은 노동의 양보를 통해서 확보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기업들은 품질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노동강도, 임금 등에 대한 더 많은 양보를 노동자에게 요구할 것이다.

    도요타 리콜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 노동자들은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문제들을 사회에 제기할 때가 되었다. 자본의 언론들은 도요타 사태로 한국 자동차 기업들의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환호를 지르고 있지만, 사실 노동자 입장에서 이는 노동자의 피와 소비자의 위험이 뒤섞인 자본주의의 모순을 보여주는 사건일 뿐이다. 비정규직 확대, 인간성까지 말살하는 살인적 노동강도, 하청 업체에 대한 손실 전가 등 자동차 산업은 이제 자본주의의 밝은 미래가 아니라 가장 어두운 그늘이다.

    세계 자본주의 위기 속에 자동차 노동자들이 자신과 전체 노동자의 노동권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결국 더 끔찍한 수탈의 노동 현장이 재생산될 것이다. 도요타 리콜 사태는 고장난 자본주의의 단면이며, 노동자가 싸우지 않는다면 더 끔찍한 착취를 당해야만 할 것이라 알려주는 경고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