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By 나난
        2010년 03월 04일 04: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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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이상무)을 중심으로 한 제 정당․노동․시민사회단체가 오는 3월 3일을 기점으로 미화-간병 노동자 등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캠페인을 시작한다.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인한 고용불안, 차별대우, 노동3권의 실질적 제약 등 근로조건 전반이 열악한 것은 물론 제대로 된 휴게공간조차 제공되지 못해 노동에 찌든 다리를 펴 보지도 못하고, 겨울이면 꽁꽁 언 밥을 뜨거운 물에 말아먹어야 하는 그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것.

    <레디앙>은 5회에 걸쳐 늘 우리와 함께 있으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 그래서 ‘유령’이라 불리는 미화 노동자를 중심으로, 이들의 근로실태와 휴게공간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를 되찾아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주

    “비밀 하나 알려줄까? 작업복을 입으면 우리는 유령이 돼.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은 것 한 가지는 작업복만 입으면 우리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는 것이야.”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켄 로치 감독의 <빵과 장미>를 본 후 한국의 어느 미화 노동자가 한 말이다. 유령. 우리와 늘 한 공간에 있으나 보이지 않고, 우리의 무관심에 의해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가는 청소미화 노동자.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를 “유령”이라 말한다.

    3일, 102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노동자 권리찾기 Day’ 캠페인이 열렸다. 오는 5일까지 진행되는 권리찾기 Day의 첫째 날 행사로 이날 신촌역 인근에서는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이 진행됐다.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청소미화 노동자들은 꽃샘추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고령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외쳤다.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

    늘 우리 곁에 있는 그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는 그들. 늘 우리보다 허리를 숙이고 묵묵히 빗질을 하는 그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이다. 그래서다. 이날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은 “이제 이 유령들을 이 사회로 불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노조, 사회진보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이 중심이 돼 마련한 이날 캠페인에는 이화여대, 고려대병원, 성신여대, 덕성여대, 연세대 등에서 근무하는 청소미화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이들과 늘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참여하며 그들의 당당한 권리 찾기에 힘을 보탰다.

    이날 캠페인에서는 무엇보다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근로실태와 휴게 공간에 대한 문제지적이 높았다. 이화여대에서 미화노동자로 근무하는 신복기 씨는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좁디좁은 곳이 휴게 공간”이라며 “수도 파이프에서 쥐가 떨어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 3일, 공공노조 등이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 확보를 위해 신촌역 인근에서 캠페인을 진행했다.(사진=이은영 기자)
       
      ▲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휴게공간 실태를 담은 사진을 한 시민이 보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겨울이면 스티로폼으로 바람을 막은 판잣집 같은 휴게 공간에서 이화여대 미화노동자들은 찬밥에 물을 말아 점심을 해결한다. 휴게 공간 마련을 요구했지만 학교의 반응은 겨울철 시린 바람만큼이나 냉담하다. “사치스러운 요구”라는 게 학교의 반응.

    신 씨는 “80만 원도 안 되는 저임금으로 교수식당이나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학교식당은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이어 “엉덩이 붙이고 앉을 수 있는 공간, 최소한 쉴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마련해 달라는 게 어떻게 사치냐”며 “우리는 따뜻한 밥 한 끼를 원한다”고 말했다.

    고려대병원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여성 미화노동자만도 60명인 고려대병원의 경우 이들을 위한 대기실은 존재한다. 하지만 60명의 노동자가 사용하기엔 턱없이 좁은 데다 병원 내 단 하나 뿐인 대기실은 창문도 없이 지하실에 방치돼 있다. 

    김윤희 고려대병원 미화노동자는 “병원 내 대기실이 하나 있는데다 거리가 멀고 좁아 대부분의 미화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없다”며 “24명이 누우면 나머지 사람들은 들어갈 수조차 없어 대부분의 미화노동자들이 각 병동에 있는 비트실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량하고 불쌍하다”고 말한다. 냉난방은 고사하고 불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미화노동자들이 잠시의 휴식을,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병동에 위치하고 있는 비트실은 전기나 가스관이 마치 밀림을 형성하듯 들어차 있어 간이 의자 하나 놓기 힘든 공간이다. 더군다나 비트실은 석면가루가 검출돼 병원에서 사용을 금지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쉴 공간은 비트실 뿐이다. 김 씨는 “석면가루가 있건 없건 몸을 기댈 공간은 비트실 밖에 없다”며 “따뜻한 곳에서 밥 먹을 권리는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캠페인에는 청소노동자들 보다 많이 참여한 학생들이 눈에 띠었다. 학생들은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알리기 위해 유인물을 나눠주는 가하면, 준비한 풍선을 나눠주며 이들의 근로조건을 설명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연세대 학생행진의 지은 양은 “청소노동자들은 꼭 필요한 곳에서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 반면 대우는 형편없는 상황”이라며 “102년 전 여성 노동자들이 주저앉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기에 여성의 날을 생겨났듯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학생들이 함께 연대해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더 많이 알리고 함께 싸우는 여성의 날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이날 캠페인에는 청소미화 노동자들 외에도 학생들이 참여해 학교 내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알리며 거리 선전전을 진행했다.(사진=이은영 기자)
       
      ▲ 시민들은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찬밥을 먹는 이유에 대해 "무관심"과 "시설미비" 등을 이유로 꼽았다.(사진=이은영 기자)
       
      ▲ 이날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은 이화여대까지 행진을 하고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를’이라고 적힌 풍선을 하늘로 날렸다.(사진=이은영 기자)

    한국사회 임금 노동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청소미화원.’ 도시의 빌딩과 거리 곳곳에 약 43만 명의 청소미화 노동자가 있다. 이 사회를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며 필수노동을 제공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권리는 박탈당한지 오래다.

    출근길 그들의 손에 어김없이 들려있는 도시락 가방. 턱없이 부족한 임금에 식당 한 번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끼니를 때우기 위한 유일한 방편이다. 하지만 도시락마저 맘 편히 먹을 공간이 없는 게 이들의 현실.

    건축기술의 발달과 자본의 결합으로 건축물은 나날이 화려해지지만 청소미화 노동자들에게 허락된 공간은 화장실, 계단 아래, 지하창고, 배관실 등이 전부다. 이에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조차 박탈당한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고령, 여성 비정규직이라는 노동 피라미드의 최하층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쾌한 권리찾기’를 시작했다.

    이날 캠페인에서는 청소미화 노동자 휴게실 실태를 담은 사진이 전시됐으며, ‘청소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찬밥을 먹는 이유는 000 때문이다’라는 내용의 시민참여 마당도 열려 신촌 인근을 지나가는 학생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시민들은 청소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찬밥을 먹는 이유에 대해 “열악한 환경”, “(사회의) 무관심)”, “권리를 찾지 못해서”, “학교 당국이 그들을 찬밥 취급하기 때문”, “먹을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남미 공공노조 미조직비정규실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제공된 휴게 공간이 화장실, 창고, 계단 밑”이라며 “사회적 차별에 맞서 청소미화 노동자 스스로 당당히 일어나 ‘우리는 유령이 아니’라고 외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찬밥을 강요하는 비정규직 고용형태, 최저임금에 대해 알리고, 박탈당한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캠페인에 참석한 이들은 최근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화여대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이들의 근로조건 등을 알리기 위해 이화여대까지 행진한 뒤 모든 행사를 마무리했다.

    다음은 이날 캠페인에 참석한 이들이 동요 ‘나비야 나비야’를 개사해 부른 노래다.

    “밥이야 밥이야 어디에서 먹을까. 계단 아래 화장실 먹을 곳이 아니네
    다리야 허리야 어디 앉아 쉴까나 하늘 아래 옥상 위 쉬는 곳이 아니네
    걸레질 빗자루질 우리 없음 누가해 우리 유령 아니다 청소노동 당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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