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심한 오바마, 핵선제공격 전략 유지
        2010년 03월 03일 03: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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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하고 나선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핵선제공격 옵션을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그 파장이 주목된다. <뉴욕타임즈> 등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3월 중으로 발표할 ‘핵태세검토(NPR)’ 보고서에서 핵무기의 대대적인 감축은 추진하는 반면에, 핵선제공격 정책은 유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NPR은 미국의 중단기 핵전략을 담는 핵심 문서로서, 부시 행정부는 2001년 보고서에서 북한, 이란, 이라크 등 당시 비핵국가를 상대로도 핵선제공격 방침을 밝히고, 적대국의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지표 관통형(벙커 버스터)’ 핵탄두 개발을 추진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을 야기한 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당초 작년 12월말에 의회에 2009년 NPT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정부 안팎의 논쟁이 격화되면서 3월로 발표 시기를 연기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오바마의 핵정책이 부시 행정부 때보다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 안보정책에서 핵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는 총론적인 목표 하에 전략 핵무기의 대대적인 감축, ‘벙커 버스터’ 핵무기 개발 취소, 유럽에 배치된 전술 핵무기 철수 고려 등은 긍정적인 조치들이라고 할 수 있다.

    공허해지는 ‘핵무기 없는 세계’

    그러나 오바마 스스로가 강조한 ‘핵무기 없는 세계’ 구상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우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핵선제공격 전략을 계속 유지하기로 한 것이 대단히 유감스럽다.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도 강조한 것처럼 핵무기에 안보를 의존하는 것은 ‘냉전 시대의 사고방식’이다.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갖춘 미국이 필요할 경우 핵무기를 먼저 사용할 수 있다는 핵 일방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상태에서, 과연 당면 과제인 북한과 이란 핵문제를 풀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또한 오바마의 핵선제공격론 유지는 5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올해 3월 5일로 발효 40년을 맞이한 NPT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는 핵무기 선제 사용 금지에 관한 것인데, 미국의 선제공격 유지 방침에 대해 비핵국가들이 강력히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핵선제공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비핵국가와의 유사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특히 비핵국가가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은 핵으로 보복한다는 방침을 유지해왔다. 또 하나는 핵보유국을 상대로 유사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미국은 이에 대해서도 선제공격 옵션을 유지해왔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9.11 테러 이후에 대량살상무기 보유가 의심되는 테러집단에도 핵선제공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참고로 5대 핵보유국들 가운데 중국만이 비핵국가는 물론이고 핵보유국에 대해서도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제 핵무기 불사용(No First Use)’ 정책을 천명해왔다. 국제사회에서는 오바마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하자, ‘중국만큼이라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오바마는 이러한 기대를 저버린 셈이다.

    “1시간 이내에” 전세계 공격 능력 확보

    아울러 오바마 행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핵무기 성능의 신뢰도를 높이기로 한 것이나, 러시아 및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해온 미사일방어체제(MD)를 계속 추진하기로 한 것 역시 ‘핵무기 없는 세계’에 역행하는 방침들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지난 2월 발표한 4개년국방정책검토(QDR) 보고서에서 ‘신속한 전지구적 공격(PGS: Prompt Global Strike)’ 프로그램과 맞물려 미국이 계속 군사패권주의를 추구하려고 한다는 강한 의구심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PGS는 미국 대통령에게 핵무기 공격 옵션은 줄이는 반면에, 1시간 이내에 전세계 어디든 신속하게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군사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즈> 3월 1일자는 PGS가 “파키스탄 산악 지형에 은신하고 있는 알카에다 지도부나 북한의 임박한 미사일 공격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미국 대통령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오바마 행정부의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비전과 NPR에 담길 정책 사이의 모순이 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1일자 사설을 통해 오바마의 신사고에는 ‘핵무기 선제 불사용 정책’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저명한 군비통제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는 “대통령의 정치적 수사에 한참 못 미치는 매우 관례적인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한반도 핵문제에 미칠 영향은?

    관심의 초점은 오바마 행정부의 핵정책이 북핵과 미국 핵우산을 포함한 한반도 핵문제에 미칠 영향이다. 우선 오바마 행정부가 핵선제공격 옵션을 유지할 경우 북한도 그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점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북한은 자신의 “핵 억제력 보유”의 명분으로 “미국 핵위협”을 강조해왔는데, 미국의 핵선제공격 정책 유지는 이러한 인식을 더욱 강화시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오바마의 핵전략이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9.19 공동성명의 약속 위반이라고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핵우산 문제도 새로운 차원으로 올려놓게 될 것이다. 오바마는 동맹국에 대해 “확장 핵 억제”, 즉 핵우산 제공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자신의 핵포기 조건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핵우산 철수 요구와 충돌한다.

    반면 오바마는 전술 핵무기의 대대적인 감축을 암시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의 질적 변화를 수반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보복의 중요 수단은 전술 핵무기였는데, 이를 감축한다는 것은 유사시 핵무기의 실제 사용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오바마 행정부는 토마호크 미사일에서 분리해 관리해오던 핵탄두를 폐기하기로 했다고 작년말에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 유지관리비 절감이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안보정책에서 핵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작년 초에 미국 정부에게 이러한 입장이 검토되자, 일본의 자민당 정권은 반대 로비를 펼쳤다. 토마호크 장착 핵탄두 폐기가 핵우산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새롭게 들어선 민주당의 하토야마 정권은 미국의 방침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민주당 역시 핵무기에 대한 안보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6자회담 재개시 북핵 포기와 핵우산 철수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임을 예고해준다. 미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미국 핵위협’은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북핵 폐기를 종용할 것이다. 이에 반해 북한은 미국이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핵선제공격을 유지하기로 한 것을 강력히 반발하면서, ‘미국 핵위협’의 해소 근거이자 핵폐기의 조건으로 핵우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대목에서 한국의 입장이 중요해진다. 갈수록 빈껍데기가 되고 있는 핵우산에 집착하면서 북핵 폐기만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핵우산을 비핵우산으로 대체하는 탈냉전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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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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