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하시나요? 그녀의 목소리
    By mywank
        2010년 03월 02일 12: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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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부른다. ‘윤선애씨, 어디 가세요?’라고.

       
      ▲ 윤선애씨

    윤선애? 잘 알던 사람이었나, 아니면 잘 알려진 사람이었나? 혹시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하면 윤선애라는 사람은 ‘가수’란다. 대중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시기가 무려 1986년. 이런 가수도 있었던가 가물가물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혹시 당신이 그 시기 독재와 억압에 반대하는 자리에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노래를 들으며 힘을 얻기도 했다면, 그 노래를 함께 부르며 자신과 세상을 추스르기도 했다면 윤선애를 알 수도 있다. 그 사람의 이름, 그 사람의 얼굴, 그 사람의 내력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목소리를.

    윤선애는 80년대 노래운동을 이끌었던 ‘메아리’, ‘새벽’,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로 목소리를 알리기 시작했다. 군사독재 시절, 불의와 폭압에 대해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기 어렵던 시대에 ‘민주’, ‘그날이 오면’, ‘저 평등의 땅에’, ‘벗이여 해방이 온다’, ‘오월의 노래’ 같은 노래들 안에 목소리를 실어 희망과 믿음을 불러 일으켰다.

    ‘민주’, ‘그날이 오면’, ‘저 평등의 땅에’, ‘벗이여 해방이 온다’, ‘오월의 노래’

    노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고, 노래로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윤선애의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힘을 주었다. 그때의 윤선애는 항상 문화운동을 함께 하던 여러 노래꾼들과 함께였다.

    그러다가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세상이 바뀌고, 문화운동을 함께 하던 이들도 제 갈 길로 흩어져갔다. 그러면서 1992년, 대학로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윤선애씨, 어디 가세요?>라는 단독공연을 가졌다. 그후 1993년, 노래모임 ‘새벽’의 <러시아에 관한 명상> 공연을 끝으로 ‘문화운동’이라는 이름을 걸고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윤선애는 노래를 그만 둔 것이 아니었다. 세상을 바꾸고 길을 내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노래로 힘을 보탰던 그이는 자신의 노래로 자기 자신을 찾고, 길을 내고, 그 길로 사람들을 부르기 위한 음악을 해 오고 있었다.

    집회 현장과 광장을 떠나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동안 <하산>,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 <아름다운 이야기> 세 장의 음반을 냈고, 홍대 앞 클럽에서 새로운 곡을 발표하는 무대를 갖기도 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정악’을 공부하며 소리 공부를 더 깊이 파고들기도 했다.

       
      

    변혁을 위한 문화운동의 목소리가 아니라, 오롯이 자기 자신의 목소리로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오랫동안 스스로를 가다듬고 노래를 찾아 왔다. 그런 과정에서 그이를 지켜본 시인 김정환은 "아름다움이 나이를 먹고 서늘하게 깊어지면서 깊어짐 속으로 세상을 따스하게 품는다"고 이야기했다. 그 따스함은 ‘낭만 아줌마’,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 같은 곡에서 배어 나온다.

    서늘하게 깊어진 따스함

    윤선애는 최근 몇 년 동안 ‘불행아(저 하늘의 구름따라)’, ‘군중의 함성’의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 김의철과 함께 소리를 맞춰왔고 그 과정에서 음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발달장애인들의 가족 모임으로 시작된 ‘기쁨터’가 십주년 기념음반으로 김의철과 윤선애를 만나 서로 품고 있던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숱한 사연과 웃음과 눈물 속에서 서로에게 선물과 의미가 될 수 있는, 자신들 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기쁨과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엮어낸 음반이다.

    그리고 이제 성큼 다가선 봄날, <윤선애씨, 어디 가세요? 2>라는 공연을 준비 중이다. 오랫동안 그이의 노래를 아끼고 사랑해온 사람들이 공연추진단이자 기획자이자 중창단으로 함께 하는 이 공연에서 윤선애는 자신이 노래 운동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 이야기와 그 당시 함께 하던 사람들과의 추억, 그동안 노래모임 새벽 출신 작곡가들이나 김의철과 함께 만든 새 노래들, 그리고 예전부터 지금까지 사람들과 함께 부르고 싶은 노래들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요즘 열심히 연습 중이다.

    80년대는 전혀 그리운 시절이 아니지만, 그 시절 억압에 맞섰던 용기와 희망은 아쉽고도 그립고, 그 용기와 희망을 격려하고 위로했던 윤선애의 목소리도 새삼 그립다.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공연에 <윤선애씨, 어디가세요? 2>라는 제목을 내걸었지만, 윤선애는 사람들에게 ‘여러분, 어디 계세요?’라고 물으며 서로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한 번 만나서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리운 목소리와 만날 수 있는 때와 장소는 3월 13일 (토) 오후 3시와 7시 두 차례, 조계사 안에 있는 한국 불교 역사 문화 회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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