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임사장, 첫 출근 무산
By mywank
    2010년 03월 02일 11: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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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신임 MBC 사장이 2일 오전 첫 출근을 시도했지만, 언론노조 MBC 본부 조합원들의 제지에 막혀 20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김 사장은 이날 노조와의 대화를 요구하며 이근행 MBC 본부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이를 거절당했다.

김 사장의 첫 출근은 잘 짜인 ‘각본’을 보는 듯했다. 김 사장은 노조의 반발을 예상이나 한 듯 능숙한 말솜씨로 대화를 요구하면서, 출근을 강행하려고 했다. MBC 본부 조합원 70여명은 이날 오전 6시부터 ‘낙하산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지만, 김 사장은 오전 8시 30분이 되도록 여의도 MBC 본사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차에서 내리고 있는 김재철 사장 (사진=손기영 기자) 
   
  ▲김재철 사장이 MBC 임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른 시간부터 2시간 넘게 MBC 앞을 지킨 조합원들이 잠시 한숨을 돌리고 있을 오전 8시 45분경, 우선 이번에 보궐임원으로 선임된 황희만 MBC 보도본부장과 윤혁 제작본부장이 모습을 드러냈고 MBC 앞을 서성였다.

조합원들의 이목이 잠시 이들에게 쏠린 사이 김 사장은 오전 8시 48분경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MBC 앞에 나타났으며, 대기하고 있던 이 본부장에게 다가가 “제가 위기에 처한 MBC를 구하겠다”며 말을 걸었다. 하지만 김 사장의 ‘위기의식’은 조합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SBS에서 동계올림픽을 (단독)중계했고, 월드컵도 있고…. 그리고 시청률도 떨어지고 있으니….” 김 사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 본부장이 “신뢰회복이 가장 우선이다. 지금 MBC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느냐. 방문진이 사장의 의사를 무시하고 보도, 제작본부장을 낙하산으로 떨어뜨리지 않았느냐”고 몰아지면서, 양측의 설전이 벌어졌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왼쪽) 김재철 사장이 마주보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에 김 사장은 곧바로 “제가 사장이 되기 전에 선임된 게 아니냐”고 받아쳤고, 이 본부장은 “방문진은 엄기영 사장에게 재신임을 묻고, 이후에 수모를 주면서 쫓아냈다. 이런 방문진이 선임한 낙하산 사장을 어떻게 인정하는가”며 항의했다.

김 사장은 “저도 엄기영 사장이 계속 하기를 바랐다. MBC 구성원들의 투표로 뽑히고 싶었다. 방송의 공영성을 지키겠다. 일로써 평가를 받겠다. 일을 하게 해 달라”며 호소하면서 노조 측에 ‘미니 토론회’ 개최를 제안하자, 이 본부장은 “방문진이 개혁되지 않고서는 MBC의 독립성을 지킬 수 없다. 개인의 문제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며 이를 거절했다.

김 사장은 이후 기자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 ‘PD수첩 진상규명위원회’ 설치와 방문진이 선임한 보궐임원 문제에 대해 질문했지만, 즉답을 피했다. 우선 ‘진상규명위’와 관련해, 그는 “후배들의 의견을 충분히 이해한다. 혹시 PD수첩과 관련해 우리의 진심이 오해받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보고 판단하겠다. 깊이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이 노조 제지로 출근하지 못하고, 승용차를 타고 황급히 MBC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보궐임원 문제와 관련해, 김 사장은 “인사는 물론 사장의 권한이지만, 현재 선임절차가 방문진 체제이지 않는가. 제 생각은 (조합원들의) 투표를 통해서 뽑으면 좋겠다. 오늘은 이정도만까지만 하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김 사장은 이날 MBC 본부 조합원들에 제지로 첫 출근을 하지 못했으며, 오전 9시 8분경 승용차를 타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근행 본부장 등 MBC 본부 집행부는 여의도 MBC 1층 로비에서 농성을 이어가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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