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봉순, 마봉춘 힘내라"
    By mywank
        2010년 02월 27일 01: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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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8년 여름 정연주 사장이 해임되자,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에 항의하며 시민들은 KBS 앞에서 밤을 지새며 촛불을 밝혔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목이 베이징 올림픽으로 쏠린 사이, ‘관제 사장’인 이병순 씨가 점령군처럼 KBS에 등장했다.

    2008년 KBS와 2010년 MBC

    그리고 2년이 조금 못돼, MBC에서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엄기영 사장이 사퇴한 이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열기를 틈타 ‘낙하산 사장’ 김재철 씨가 선임되었기 때문이다. 26일 촛불을 다시 켜졌다. ‘이번만은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마음이 사람들을 MBC 앞으로 이끈 것이다.

       
      ▲26일 ‘MBC 지키기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공영방송MBC사수시민행동의 주최로 이날 저녁 6시 30분부터 MBC 본사 남문 앞에서 열린 ‘MBC 지키기 촛불문화제’는, 2008년 여름 KBS 앞을 수놓은 ‘촛불광장’을 떠올리게 했다. 참석자들이 들고 있던 피켓 등에서 KBS라는 글귀가 MBC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주최 측은 당초 이날 촛불문화제에 300여명 정도가 참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물론 집회 전에 현장에서 네티즌 단체들의 행사가 진행된 점도 한 몫을 했지만, 주최 측도 예상하지 못한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에는 ‘트위터’의 역할이 컸다. 

    촛불문화제에 등장한 ‘트위터’

    현장에서 만난 춘천 MBC 기자 박대용 씨(닉네임:biguge)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팔로워(follower, 트위터를 받아보는 사람)’들에게 행사 소식을 알렸으며, 이를 전달 받은 네티즌들 중 20여명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자신과 같이 트위터 공지를 한 사람들이 상당수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주최 측이 언론노조 트위터에 올라온 시민들의 의견을, 집회 현장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촛불문화제에서는 그동안 집회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아고라 깃발 대신, 트위터 깃발을 들고 참석한 ‘트위터 부대’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또 참석자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론노조 트위터에 소감이나 궁금한 점 등을 실시간으로 남겼으며, 사회자는 집회 현장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이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쌍방향 집회’가 이뤄진 셈이다. 

    최근 출범한 KBS ‘새 노조(언론노조 KBS 본부)’도 집회에 함께 했다. 기존의 KBS 노동조합이 2008년 언론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로 전환한 관계로, 그동안 KBS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언론노조 MBC 본부와 연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무대에 오른 엄경철 KBS 본부장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볼 낯이 없다”는 말부터 꺼내들었다.

    고봉순, 마봉춘 함께 촛불 들다

    엄 본부장이 이어 “MBC 구성원과 KBS 구성원들이 함께 가면서, 공영방송을 지켜나가는 싸움을 벌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참석자들은 “고봉순 힘내라, 마봉춘 힘내라”를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앞서 KBS 본부는 특보를 통해 “피할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고봉순과 마봉춘이 공영방송을 지키는 길에서 다시 만났다”며 연대의 뜻을 밝힌바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은 이날도 ‘미신고 불법집회’ 타령을 늘어놓았다. 최근 부임한 것으로 알려진 영등포경찰서 경비과장은 방송차를 통해 “정치 발언을 하는 등 불법집회로 변질되고 있다”는 경고 방송을 수 차례 내보내는 등 제법 만감한 반응을 보였다. 언론노조 각 지본부장의 발언을 앞둔 상황에서, 참다못한 사회자는 즉석 제안을 했다. 발언 대신 이들에게 노래를 시키는 것이었다.

    무대에 오른 이들에게 참석자들이 이목이 쏠렸고, 언론노조 각 지본부장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노래를 시작했다. ‘파업가’였다. 멋들어진 대중가요를 부르는 모습을 상상했기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다소 썰렁해진 분위기는 이후 ‘꽃다지’ 등의 공연으로 이내 복원됐다.  

    민주주의 파괴세력과 투쟁

    ‘MBC 사태’에 대한 당부의 말도 이어졌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로 활동했던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방문진은 87년 대항쟁의 산물이며, MBC를 공영방송으로 운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하지만 MB 정권은 방문진을 공영방송을 파괴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며 "그동안이 투쟁해온 경험을 무기삼아, MBC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MBC 힘내라!’라는 글귀를 촛불로 수놓았다 (사진=손기영 기자)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상임의장인 정진우 목사도 “방송은 정부 혹은 대통령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방송은 ‘사회적 공기’라고 부르는 것이다”며 “MBC를 지키는 것은 MBC만의 싸움이 아니다. 공영방송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과의 싸움이다”고 밝혔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MB 악귀’를 쫓아내기 위해, MBC 본사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지신 밝기 행사로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의 제지로 이마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주최 측은 다음달 4일에도 이곳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이 촛불이 다시 이명박 정부를 깜짝 놀라게 할 촛불이 될 수도 있다.” 이날 이근행 MBC 본부장이 잠시 무대에 올라, MBC 앞을 밝힌 촛불을 바라보며 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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