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비정규직의 소중한 100만원
        2010년 02월 26일 11: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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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잖아요. 감옥에 있는 김수억 동지가 우리 기륭 조합원들에게 투쟁기금 100만원을 전달했어요.”
    “돈이 어디 있어서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설날 모아준 돈을 저희에게 보낸 거래요. 안 받겠다고 했는데도 간절한 부탁이라고 해서…”
    금속노조 기륭전자 김소연 분회장의 목소리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함께 묻어난다.

    어찌 된 일인지 알아봤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구속노동자 대책위원회’가 설 연휴에 구속 노동자를 위한 모금운동과 재정사업을 벌였다. 비정규직의 권리를 위해 가장 앞장서서 싸우다 구속된 노동자들을 위해 양말과 김, 전병 등을 팔았고, 1천5백여만원을 모았다.

    이들은 1년 이상 구속되어 있는 김수억, 이동우에게 350만원씩을 보냈고, 최근에 구속된 정규직 노동자 3명에게도 각각 250만원 가량을 전달했다.

    설날 양말-김 팔아 1,500만원 모으다

    김수억 조합원은 설 연휴가 지난 후 동료인 신성원 조합원에게 옥중편지를 보내 감사의 뜻을 전하고, 받은 돈 모두를 더 어렵게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그의 뜻대로 100만원은 기륭전자 조합원들에게, 100만원은 쌍용차 정리해고투쟁위원회에, 나머지는 노동운동단체에 모두 보냈다.

       
      ▲ 김수억 씨 (사진=금속노조)

    이동우 조합원 역시 가까운 동료에게 “가장 어렵게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안양교도소 수번 1187 이름 김수억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인 그는 이동우 조합원과 함께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월이 확정돼 현재 1년 2개월 째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2003년 기아차 화성공장에 입사한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과 억압에 맞서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를 만들고, 1기 조직국장을 거쳐 2기 지회장으로 2005~2007년 파업을 이끌었다.

    식당노동자까지 비정규직을 위해 싸우다

    김수억 전 지회장은 ‘현대푸드’ 식당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에 받아들였다. 기아차 화성공장 2,5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 1,200명이 노동조합으로 뭉쳐 함께 싸워 공장을 멈췄고, 잃어버린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았다.

    그의 실천은 공장 울타리에 갇혀 있지 않았다. 2007년 한-미FTA 저지를 위한 연대파업도, 이랜드 여성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도 함께 했다.

    기아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빛나는 투쟁은 결국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의 통합으로 이어졌고, 기아차 광주공장과 소하공장까지 2,4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조와 같은 조합원, 같은 식구가 될 수 있었다.

    역사적인 비정규직 투쟁을 이끈 그에게는 가혹한 탄압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아차 자본에게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가장 두려운 존재였고, 그는 공장 안에서 1년의 수배생활을 거쳐 5가지 죄목으로 기소돼 2년6월의 실형을 살게 된 것이다.

    1년 넘게 감옥살이를 했지만 그는 아직도 1년 6월을 갇힌 몸으로 살아야 한다. 너무도 보고 싶어하는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만날 수도 없다. 기결수가 되었기 때문에 면회도 이제는 한 달에 네 번 뿐이다.

    감옥에 있는데 복직하라고?

    그런데 최근 회사는 설 연휴 전에 감옥에 있는 그에게 회사에 복직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비정규직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에 ‘형사상 소추로 인하여 구속되었을 때 형 확정시까지’ 휴직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었으니 복직하라는 것이다. 

    사망한 전교조 조합원에게 출두요구서를 보내고, 감옥에 있는 노동자에게 복직하라는 참으로 무서운 자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자신의 온 몸을 던져 싸운 김수억 그는 ‘영혼있는 노동자’다. 자신을 위해 모아 준 350만원 모두를 아낌없이 ‘동지’들에게 나눠주는 그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노동자’다. 기아자동차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를 꼭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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