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천 적고, 말만 많은 진보대연합?
        2010년 02월 26일 02: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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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일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대패한 야권이 이명박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합종과 연횡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야권의 선거연대는 이명박과 박근혜를 둘러싼 여당 내부의 사투에 밀려 관심권 밖이다.  

    민주당은 연대연합을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광주에서 선거구를 분할하고, 한편으로는 ‘이길 수 있는 연대’, 즉 자당 중심의 연대연합을 주장하면서 ‘알량한’ 기득권을 더욱 움켜쥐며, 연대보다는 분열의 소재를 제공해주고 있다. 더욱 왜소화된 진보정당은 정체성 문제까지 부딪치며 헤매고 있다.

    진보대연합 실종?

    진보정치세력은 그동안 주장해 왔던 진보대연합, 진보대통합과 관련된 논의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지난해 12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각각 진보세력의 연대와 단결을 주장했지만 ‘통합정당’을 놓고 벌어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2010 지방선거 공동승리를 위한 야5당 협상회의’라는 반MB연합 논의가 중심이 되는 모습이다.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진보교수모임)은 이처럼 흩어진 진보정치세력의 단결과 연대를 모색하기 위해 25일 안국동 한국건강연대 건물에서 공식 출범했다. 이날 출범식을 기념해 벌어진 ‘진보대합의 과제와 전망’ 토론회는 이 같은 배경에서 ‘중지된’ 진보대연합 논의의 활로를 뚫을 수 있을지 주목을 받았다.

       
      ▲진보대연합의 과제와 전망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진보 4당(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준비모임(사노준))은 진보대연합의 출발선에서부터 이견을 드러냈다. 현재 논의되는 ‘반MB연대’를 넘어 대안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인식, 이는 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진보적 대안이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었으나 진보연합의 전제조건과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진보정치 대통합을 위해 분당에 대해 국민들에게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하며 지방선거에 앞서 통합을 위한 ‘돌이킬 수 없는’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이 진보연합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당과 사노준은 진보대연합을 위해서는 “진보양당이 반MB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진보양당 공조 안돼"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민심은 ‘반MB’와 함께 ‘새로운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며 “진보정치 대통합과 연대는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위한 유력한 전술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대안에 대한 진보정치의 전략적 전망으로, 따라서 진보정치세력의 통합을 바라는 국민들에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분당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으로 화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방선거가 진보정치 대통합의 촉매 역할을 하고, 진보정치 대통합의 흐름이 지방선거에서의 진보정치세력 총단결에 의한 승리를 담보해야 한다”며 “‘돌이킬 수 없는’ 토대를 구축하고 지역별로 조건과 처지에 맞게 지방선거 공조를 실현하며, 그 성과로 대통합과 새로운 대안의 국민정당으로 도약할 구체적 집행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는 “야5당 협상회의 같은 틀은 형식적으로 진척되고 있는 반면 진보연합 관련 논의는 진척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진보신당은 이러한 방향에서 일을 추진하고 있으나 민주노동당 내부 사정 및 주변 상황으로 인해 속도차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대표는 “진보연합을 위해 3월 초부터 당 대표회담을 포함한 정치협상과 대화를 진척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 부대표는 “문제는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치세력이 우리와 같은 구체적인 진로와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야5당 협상회의에서도 민주노동당과의 공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민주당에 대한 협상과 압박에서도 일정하게 차이를 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대연합과 관련해서는 사회당과 사노준의 비판이 거셌다. 고민택 사노준 정책팀장은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 자체가 갖는 허구와 위선을 정면으로 비판/폭로/부정하는데 까지 나가야 한다”며 “아울러 노동권과 생존권을 그 어떤 유보없이 제기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 등 자유주의 세력과의 현재 진행중인 민주대연합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대연합틀 깨고 나와야"

    고 팀장은 “(진보진영의)공동대응을 위해서는 우선 진보양당이 즉각 협상회의를 박차고 나와 민주대연합을 전면 폐기하고 자본가정당과 분명하고 완전하게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며 “그것이 최소한의 전제이자 최대한의 요구”라고 말했다.

    이어 “공동대응에 합의하는 당사자 모두에게 유보 없는 비판의 자유를 인정하되, 공동의 합의점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집행하고 책임질 것을 모두 승인해야 하며 공동대응을 위해서는 조직통합을 전제하거나 사후적으로라도 강제해서는 안되며,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이에 대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민 사회대안포럼 운영위원장(사회당)은 최근 이명박 정부에 의한 민주주의 역행 조짐은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민주주의의 위기 현상”이라며 “민주주의 위기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곧 1997년 체제와 더불어 시작된 것으로, 민주주의 위기의 극복방향은 87년 민주주의 회복이 아닌 97년 이래로의 신자유주의 극복의 문제와 불가분의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즉 “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대안연합만이 진정한 민주대연합”이란 것으로, “막연한 가치연대에 입각한 감성정치에 대중이 공명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그 수익이 진보신당이나 진보정치세력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며, 현재의 선거연합 논의 자체가 “후보구도의 특성상 민주당 대 국민참여당+a의 구도로 짜이게 될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보대연합에 대해 “진보의 다양성 인정을 연대연합의 출발”이라며 “신자유주의 수탈체제를 넘어서는 ‘대안’으로 ‘사회구성원 모두의 보편적 복지와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이어 “지방선거승리와 ‘진보재구성’을 위한 ‘대안연합’으로 ‘기본소득연합’을 희망하며, 무상급식처럼 큰 파급력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당 "기본소득연합 만들자"

    사회당과 사노준의 지적과 관련, 민주노동당 이수호 위원장은 “원칙은 ‘진보적 가치와 대안정책’으로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로의 단일화’가 아닌 ‘MB를 심판하고 한국사회 대안이 될 진보적 가치와 대안정책으로 연대’가 초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민주당이기 때문에 연대할 수 없다’는 자세도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는 “최근 민주대연합 논의와 관련해 예각화된 쟁점이 시민사회와 지식인 층에 의해 은폐되고 있어 아쉬움을 느낀다”며 “구체적 정책과 방식의 연대는 없이 결국 민주당 중심의 연합으로 선거 후 과실을 나누어 주는 방식이라면 우리는 연합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돈문 카톨릭대 교수는 “이 정도 차이라면 함께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신자유주의 반대, 대안가치 실현 등은 진보정당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이명박 정부에 국민들이 많은 지지를 보내는 것이 대안세력 부재라는 이유 말고도 시민들의 보수화를 현실적 조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사회당과 사노준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반신자유주의적 관점에 맞춰 비판을 해야 하는데 민주당 2중대로 몰아붙이는 것 같아 다소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보신당은 최근 당 보다 사람이 더 많이 보이고 노동계급의 정체성도 떨어져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진보의 가장 큰 정치세력인 만큼 무엇을 할지가 앞에 나와야 하고 진보대연합 파트너에 대한 비판적분석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최갑수 서울대 교수의 진행으로 고민택 사노준 정책팀장, 금민 사회대안포럼 운영위원장,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가 발제자로 참여했으며 손호철 서강대 교수와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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