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마지막 칸이 그들의 휴게실
By 나난
    2010년 02월 27일 09: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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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이상무)을 중심으로 한 제 정당․노동․시민사회단체가 오는 3월 3일을 기점으로 미화-간병 노동자 등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캠페인을 시작한다.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인한 고용불안, 차별대우, 노동3권의 실질적 제약 등 근로조건 전반이 열악한 것은 물론 제대로 된 휴게공간조차 제공되지 못해 노동에 찌든 다리를 펴 보지도 못하고, 겨울이면 꽁꽁 언 밥을 뜨거운 물에 말아먹어야 하는 그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것.

<레디앙>은 5회에 걸쳐 늘 우리와 함께 있으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 그래서 ‘유령’이라 불리는 미화 노동자를 중심으로, 이들의 근로실태와 휴게공간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를 되찾아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기다리는 점심시간이, 어떤 사람들에게 ‘서러운 시간’이 된다면? 격무와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 일수록 ‘점심시간을 기다릴 권리’와 ‘따뜻한 점심 한 끼 먹을 권리’는 용납되지 않는다. 오물냄새 가득한 창고 같은 공간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밥을 먹는 이들, 이들이 2010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현실이다.

이는 주로 미화 노동자, 간병인 등 여성 고령 비정규직 노동자들. 즉 노동 피라미드 최하층에 있는 사람들에 해당되는 일이다. 이들은 또한 사측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들은 차갑게 식어버린 밥을 먹으면서도 격무와 해고의 불안감까지 늘 안고 살아야 한다.

노동 피라미드의 최하층

   
  ▲ 고려대 병원 미화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인 비트실.(사진=이은영 기자)

고려대학교 병원에서 근무하는 미화 노동자들은 ‘비트실’이라 불리는 일종의 창고에서, 불도 들어오지 않아 문을 열어놓고 모여앉아 식어버린 밥을 먹는다.

김순자(가명) 씨는 어느 날 비트실 열린 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불빛을 형광등 삼아 점심을 먹고 었었다. 그때 현장소장이 들이닥치며 “문을 왜 열어놓느냐”며 “여기서 밥 먹지 마라”고 소리쳤다.

병원에서 유일하게 미화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인 비트실. ‘똥 냄새와 하수구 냄새’ 때문에 머리까지 아픈 공간이지만, 미화 노동자들에겐 소중한 쉼터다. 그런데 소장이 여기에까지 찾아와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한 것. 노동자들은 놀라고 자존심도 상했다.

이미 지나친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그들이다. 업무량은 많은데 병원은 더 이상 미화 노동자를 뽑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원래 6시 출근 4시 퇴근 원칙이 있으나 일이 많아 4시 반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100명이 일해야 할 평수를 72명이 담당하고 있음에도 증원 소식은 없다. 오히려 야간조 신설에 따라 주간조가 전환배치되고 있다. 

6년 째 이 곳에서 근무 중인 김가영(가명)씨는 “대회의실과 중회의실, 소회의실에 있던 사람을 야간으로 뺀 후 혼자서 배선실과 일반 병동, 엘리베이터 앞까지 맡으라고 했어요”라며 “병동 하나 청소하기도 힘든데… 하루 2번 청소하던 곳도 구역이 넓어지면서 1번밖에 못해요. 그래서 결국 그만두겠다고 말했어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들이 숨어든 곳

그런 그들에게 점심시간은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물론 이들에게도 대기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72명이 동시에 들어가 식사를 하고 쉬기에는 턱없이 좁은 공간. 그리고 대기실은 병원 내 단 하나뿐이다. 김순자 씨는 “식사를 위해 20여 명 정도가 둘러앉으면 공간도 없다”며 “대부분은 불도 들어오지 않는 비트실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미화 노동자들은 앉기도, 서 있기도 힘든 좁은 비트실에서 틈틈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고된 노동에 잠시라도 누울 꿈은 생각도 못한다. 더군다나 이곳은 병원이 석면가루 등을 이유로 사용을 금지한 공간이다. 즉 이 공간이나마 노동자들이 찾아 스스로 몸을 뉘인 곳일 뿐, 병원이 제공한 휴게공간도 아니며, 사람이 쉴 만한 공간이 아닌 것. 

   
  ▲ 대기실이 있으나 미화원 72명 중 20여명이 둘어앉으면 꽉 차 버린다.(사진=공공노조 서경지부)

하루 몇 천 원의 점심값을 아까기 위해 이들은 도시락을 싸온다. 남성들은 병원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처리하기 때문에 식사가 무료로 제공되지만 여성노동자들은 그렇지도 않다. 병원식당을 이용할 경우 한 달 식사비만 11만 8천 원이다. 83만 원 정도에 불과한 월급으로는 그야말로 ‘사치’인 셈.

박용자 공공노조 서경지부 고려대분회 사무장은 “우리는 복리휴가나 휴게실 확장을 가장 원한다”며 “휴게실의 경우 조경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허락했음에도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밥을 해 먹을 자리 자체가 없다. 우리가 너무 많을 것을 바라는가”라고 되물었다.

대학의 미화 노동자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성신여대 미화노동자들은 6시 30분이 출근시간이나 8시까지 청소를 마쳐야만 해, 5시부터 일을 시작한다. 더구나 학교에서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화장실 바닥을 하얀색 타일로 바꿨다. 그곳을 오가는 사람에겐 미관상 아름다울지 몰라도 타일을 하얗게 유지해야 하는 미화 노동자들에겐 그야말로 고욕이다.

화장실 타일도 닦고, 피아노도 닦는다

심지어 학교 측은 타일 사이사이의 때까지 말끔히 벗겨낼 것을 지시해 노동자들은 세제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장갑을 끼고 일을 해도 주부습진이나 피부병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뿐만이 아니다. 음대의 경우 하루에 50대의 피아노를 닦아야 하며, 위험한 경사로에서 실외계단 청소도 해야 한다.

문제는 휴게공간이다. 일하다가 복도나 계단에서 잠깐이라도 쉴라치면 눈치가 쏟아진다. 이 때문에 한 사람 정도 겨우 들어가는 화장실 내 물품실에서 등만 기댄 채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문제는 환기가 안되는 것은 물론 비나 물까지 새는 이런 공간에서 식사까지 해결한다는 것.

이 학교 생활관의 경우 신축건물임에도 불구하고 휴게실이 없어 노동자들이 과학관에 휴게실을 만들었다. 남자화장실 변기 위에 판자만 깔고 만들어 놓은 ‘조악한’ 휴게실이다. 심지어 배수구를 막지 않아 아무리 환기를 시켜도 화장실에 있는 것과 똑같은 느낌을 받는다.

   
  ▲ 화장실을 개조한 성신여대 미화노동자들의 휴게공간.(사진=공공노조 서경지부)

이러한 공간에서 성신여대 미화노동자들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밥을 먹고 있다. 식대가 따로 지급되지 않아 도시락을 싸오지만 전자제품 사용마저 금하고 있어 대부분 찬밥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다. 국이나 찌개라도 따끈히 덥혀 먹을라치면 ‘강의실에 냄새 올라간다’는 소리가 뒷따른다.

이화여대 미화 노동자들의 휴게실 역시 다르지 않다. 계단 밑이나 건물의 구석진 곳에 어김없이 미화 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미화 노동자들은 신문지 위에서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식사를 한다. 소화가 잘 될 일 없다.  

늘 벌레와 외풍이 문제다. 체육대 건물의 경우 쥐와 바퀴벌레가 그들의 식사를 방해한다. 화장실로 쓰던 곳을 휴게실로 사용하기에 발생하는 문제다.

이화여대 미화노동자 휴게실에 그나마 전자렌지와 커피포터 사용이 허가된 것은 불과 재작년의 일이다. 이마저도 학교에서 보급된 것이 아니라 미화노동자분들이 자발적으로 구해 쓰고 있으며, 이것마저 없는 곳이 많다. 밥통이나 버너 사용은 위험하다거나 건물에 냄새가 난다는 핑계로 사용할 수 없다.

화장실 마지막 칸이 휴게실

그 밖에, 은행과 병원이 입주해 있는 지방의 한 일반 건물의 미화노동자들은 휴게 공간도 없다. 계단 위나 지하 기계창고에서 돗자리를 펴고 휴식을 취한다. 경북지역의 한 시청 건물 미화 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은 화장실 옆 비품창고이며,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 내 병원은 여자 화장실 마지막 칸이 미화 노동자들의 휴식공간이다.

   
  ▲ 성신여대 미화노동자들의 휴게공간(사진=공공노조 서경지부)

간병노동자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이들은 대부분 본인들이 준비한 밥을 병동의 배선실이나 환자 및 보호자 휴게실에서 먹는다. 24시간 내내 환자 곁에 붙어 있어야 하는 일의 특성상, 이들은 집에서 일주일치 냉동밥을 만들어와 배선실의 전자레인지로 해동해 먹는다. 그런데 식사를 하는 장소가 마땅치 않은 것이 문제이다.

한 간병노동자는 공공노조 설문에 “가장 힘든 건 식사 문제”라고 말했다. “밥을 한 끼씩 싸서 병원 냉동실에 쳐 박아 놨다가 끼니때마다 꺼내서 전자렌즈에 덥혀 먹어요, 그것도 눈치 봐야지, 밥 먹을 장소가 없어요”라고 말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76조(휴게시설)에는 “사업주는 근로자들이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아울러 이 경우 “분진 등을 발산하는 장소나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장소와 격리된 장소에 설치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007년 국가 인권위가 공공부문 청소용역근로자 인권개선을 위한 법령 및 정책 개선에 관해 권고한 안에 따르면 “휴게시설 등 복리후생시설 구비정도가 공공부문이 사적부문보다 더 열악하다”며 “공공부문 청소용역근로자들은 화장실안, 계단 아래, 지하 창고 등에서 식사 및 휴게, 수면을 취하고 있다”고 실상을 전하고 있다.

인권위는 이에 “공공부문 청소용역근로자들이 실제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는 공공기관이므로, 이들의 휴게시설 등 복리후생시설을 개선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도급인 즉, 각 공공기관”이라며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적절한 휴게공간을 마련하고 각 공공기관의 복리후생 시설 이용 보장 등 처우 개선책을 계약조건으로 규정하여 실행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일 뿐이다. 법과 인권위의 권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미화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나몰라라하며, 우리의 무관심 속에 이들의 존엄성과 인권은 묵살되고 있는 것. 그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냄새나고 다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는 공간에서 굳을 대로 굳어 버린 차가운 밥을 힘겹게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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