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또 다시 ‘사형제도 합헌’
“시대적 변화 감지 못한 결정”
By mywank
    2010년 02월 25일 04: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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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헌재)가 25일 오후 재판관 9명 중 합헌 5명, 위헌 4명의 의견으로, 또 다시 사형제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이에 앞서 헌재는 지난 1996년에도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바 있다.

헌재는 이날 판결문을 통해 “형법 제41조 제1호 규정의 사형제도는 우리의 현행 헌법이 스스로 예상하고 있는 형벌의 한 종류이고, 생명권 제한에 있어서의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할 수 없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 "헌법이 예상하고 있는 형벌의 한 종류"

헌재의 이번 결정은 지난 2008년 전라남도 보성 앞바다에서 여행객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어부 오 아무개 씨의 신청을 받아들인 광주고등법원이 사형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데 따른 것이다.

   
  ▲헌재 판결과 관련해 열린 종교 인권 시민단체 기자회견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헌재의 판결이 나온 뒤, 사형폐지범종교연합, 인권단체연석회의,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종교·인권·시민단체들은 이날 2시 30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유엔 인권 이사회 이사국인 한국의 위상에 먹칠을 하는 결정이다”며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이어 “헌재가 사형제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이것이 사형제도의 정당성을 가져다는 걸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또 이는 사형집행 재개와 무관한 것이므로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서 그 위상을 지켜나가야 한다”며 “우리는 국회가 올바른 법을 만들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을 자각하고 사형제 폐지에 앞장서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형태 변호사는 “지난 96년 헌재에서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사형제도가 합헌결정이 나온 지 14년 만에 다시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합헌 결정을 내린 재판관 5명의 의견은 지난 96년의 의견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며 “그동안의 시대적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대착오적인 결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96년과 똑같아… 시대착오적 결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장인 정상복 목사는 “이번 헌재 판결에 대해, 생명을 가장 중요시하는 종교인으로써 납득할 수 없다. 세계가 사형제도 폐지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적인 흐름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결정이다”며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사형제도가 폐지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사형제도폐지위원장인 진관 스님은 “오늘 날 수 많은 사람들이 ‘종교인의 탈’을 쓰고 살아가지만 사형제도가 계속 존재하는 것에 대해, 종교인으로서 참회하고 반성해야한다”며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것처럼, 이명박 정부가 끝날 때까지 사형이 집행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태 국제엠네스티 국제집행위원은 “사형제도 없는 세상을 만들고 있는 국제적인 흐름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결정이다. 지금 대다수 국가들이 사형제도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며 “오늘 헌재의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지만, 엠네스티는 이제 대한민국 국회가 사형제도 폐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헌재의 결정이 사형제도의 정당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도 반인권적인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을 계속될 것이다. 국회도 국제사회의 변화를 인식해, 입법적으로 사형제 폐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문민정부 시절인 지난 1997년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이후 12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돼 있지만, 현재 50여 명의 사형수들이 사형집행에 대한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18대 국회에서도 2개의 사형폐지특별법안이 발의되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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