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 이승훈에 묻힌 MB 2주년 '불통'
        2010년 02월 25일 09: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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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훈과 김연아가 아침신문 1면을 차지했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이승훈이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고, 김연아는 여자 싱글 1차 쇼트프로그램에서 자신이 가진 세계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며 1위를 차지했다. 24일 현재 한국은 금 5 은 4 동 1개로 종합 6위.

    그러나 이승훈 김연아 뉴스에 묻힌 25일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권력기관이 사유화로 민주주의 질식"(한겨레), "일방질주 위험"(한국일보) 등의 우려도 제기됐다. 또 상당수 신문에서 다뤄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언론을 동원한 일방적인 여론몰이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드러났다. ‘불통의 시대’에 김연아 이승훈 뉴스에 가려진 아침신문 뉴스를 주목하는 이유다.

    다음은 25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각 신문은 이승훈 김연아 선수에 감탄을 쏟아냈다

    경향신문 <이승훈 ‘금 질주’에 놀라고/김연아 ‘신 연기’에 넋잃다>
    국민일보 <뷰티풀! 연아/ 원더풀! 승훈>
    동아일보 <출근길 이승훈에 "오!"/ 점심시간 김연아에 "와!">
    서울신문 <승훈에 환호…연아에 열광…>
    세계일보 <이승훈 ‘무한질주’…세계가 놀랐다>
    조선일보 <아시아인이 못가본 길을 가다>
    중앙일보 <"퍼펙트">
    한겨레 <‘벽’을 깼다>
    한국일보 <밴쿠버 드라마! 코리아 웃다>

       
      ▲ 2월25일자 중앙일보 1면.  
     

    상당수 신문이 김연아 이승훈의 우승 소식을 몇 개 면에 걸쳐 전했다. 그런데 주목되는 점은 일부 신문에선 두 선수의 응원을 "선진사회 도약"과 연결시켰다.

    중앙일보는 이날 김연아 이승훈으로만 1면 뉴스를 채웠다. 중앙은 사설<이제 우리에게 넘지 못할 장벽은 없다>에서 "피겨의 김연아 선수가 세계신기록으로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올라 금메달을 예고했다. 대한민국 만세"라고 전했다.

    특히 중앙은 "스포츠뿐만인가. 도전과 성취를 경험한 이들 세대가 우리 사회 각 방면의 중추로 자라나 약진한다면 선진사회로의 도약 역시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출 수 없다"고 전했다. 중앙일보에선 이날 이명박 대통령 취임 2주년 관련 분석기사를 찾기 힘들었다. 

       
      ▲ 2월25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이 김연아에 홀려 있을 때, 또 정부의 세종시 ‘여론몰이’ 정황이 포착됐다. 경향은 1면 기사 <‘세종시 여론몰이’ 건설청 문건 확인>에서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제출을 앞두고 수정안에 대한 충청권 지지도를 ‘50% 이상 확보’하기 위해 행정조직을 총동원해 홍보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정부의 무차별적 세종시 수정안 여론몰이의 실체가 문서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경향은 "24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행정도시건설청 2010년 업무목표 실천계획서’에 따르면 행복도시건설청(건설청)은 “세종시 발전안(수정안)의 충청권 내 지지도 50% 이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세부 실천계획을 세웠다"며 "이 문건은 지난 22일 세종시기획단 서종대 부단장이 주관해 16개 부서장이 참석한 간부회의에서 보고됐다"고 전했다.

    특히 경향이 전한 언론에 대한 홍보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 2월25일자 경향신문 1면.  
     

    문건은 건설청이 우호적 여론 형성을 위해 지역언론사 사장단, 편집국장단과의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충청권 14개 매체(6회)와 전국의 주요 지방지(2회), 16개 온라인 매체(1회) 등에 수정안 광고를 집중 게재했다고 보고했다. 건설청은 이를 위해 올 홍보예산 10억7000여만원 가운데 벌써 5억여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수정안 홍보물이 충남·충북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뿌려진 실태도 문건에서 확인됐다. 우선 전단지, 홍보CD, ‘공감’ 등 각종 정부 홍보물 24만5000여부를 제작해 22만500부를 전국에 뿌렸다. 전단지는 연기군(5만부)·공주시(3만3000부)·대전 및 충남북(2만2000부)뿐 아니라 서울·부산·인천·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도 8만부 이상 배포했다. 홍보CD도 1만7000여개를 전국에 배포했다. 문건은 이 밖에도 수정안 홍보를 위해 건설청 각 부서와 연기·공주지역 마을이 ‘1과1촌’ 행사를 열도록 독려하고 있다.

    홍보를 위해 건설청 홈페이지(www.macc.go.kr)도 전면 개편됐다.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는 ‘세계적인 명품 행정도시를 건설하겠습니다’라는 문구 대신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 세종’ 등 세종시 수정안을 홍보하는 안내 문구와 동영상 등으로 대체됐다. 문건에는 대학생 블로그 기자단 선발 및 운영계획도 적혀 있었다.

       
      ▲ 2월25일자 한겨레 6면.  
     

    한겨레는 1면 기사<권력기관 사유화 ‘민주주의 질식’>에서 "‘세계 언론자유지수 47→69위로 추락’(국경없는 기자회), ‘법률가 58% “법치주의 퇴보”’(<법률신문> 여론조사), ‘유엔사회권위원회의 사회권 개선 권고 83건’,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등 양심수 112명’(3년 전보다 2배 증가)…. 25일 출범 2돌을 맞는 이명박 정부가 받아 든 ‘민주주의 역주행 성적표’"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6면 기사<MB 2년 ‘최악 공직자’ 유인촌·강희락>에 따르면, 참여연대는 24일 ‘이명박 정부 2년, 기억해야 할 고위 공직자 40인’을 선정하고 “이명박 정부 2년의 인사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최악의 인사”라고 평가했다. 대상은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 부처 등 차관급 고위 공직자 154명이었다. △도덕성 △정책실패 △권한남용(직권남용-직무유기) △부적절 언행 등 4가지 검증 잣대가 적용됐다.

    기억해야 할 고위 공직자라는 ‘불명예’를 얻은 40인 중 4가지 검증 기준에 모두 걸린 인물은 유인촌 문화부 장관과 강희락 경찰청장 등 9명이었고, 유인촌 장관은 다음과 같은 사항이 문제가 됐다.

    검증 결과: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 등 임기가 보장된 산하 단체 기관장 사퇴 종용해 졸속·불법 교체, 국회에서 “사진찍지마 xx” 기자에게 욕설, 연예인 응원단에 예산 낭비,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전용관·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조작 의혹 등 문화계 파행행정….

       
      ▲ 2월25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이 대통령의 겸허한 성찰을 기대한다>에서 "문제는 이 대통령의 현실인식과 국정운영 방식이 얼마나 바뀌느냐다. 그 출발점은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돼온 오만과 독선, 아집과 편협, 자기도취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취임 두 돌을 맞으면서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겸허한 성찰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향은 사설<우편향 사회, 사람이 문제다>에서 "지금의 대통령 주변 인사들을 갖고 합리적이고 균형잡힌 정책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방법은 다른 사람을 기용하는 것이다. 계층갈등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절한 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새 인물이 필요하다"며 "정부·여당이 정권교체를 ‘자리 나눠먹기’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파격적 인사부터 단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준희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MB 2년 평가에 담긴 의미>에서 "결국 MB는 지금까지 그랬듯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와 정책들을 제시하고, 또한 거침없이 추진할 것이다. 일방질주에 대한 비판과 반발도 커질 테지만 그렇다고 그의 스타일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도리어 정치적ㆍ이념적 반대세력들은 이 익숙하지 않은 방식과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헤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그래서 위험하다. MB가 자신의 판단과 선택을 언제나 최선의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도 소통을 강조했지만 우선순위가 달랐다. 동아일보도 사설<MB정부 ‘남은 3년’ 과제도 소통과 경제 살리기>에서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분야는 역시 경제"라며 "한국이 세계 경제위기에서 가장 빨리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동아는 "정부는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 및 국민과의 소통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에서 보듯 아무리 좋은 의도의 정책 어젠다라고 해도 치밀한 계획과 준비, 추진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며 "지역 이념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고 그런 것들이 주요 정책 추진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소통의 강화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조선은 <청와대 참모 4인 ‘되돌아 본 이명박 정부 2년’>에서 박형준 정무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이동관 홍보수석, 김두우 메시지기획관의 평가를 전했다.

       
      ▲ 2월25일자 조선일보 6면.  
     

    조선은 "취임 2주년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참모 4명은 지난 2년의 최대 성과로 선진화의 기틀을 다짐으로써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한 점을 꼽았다"며 "이들은 그간 아쉬웠던 점과 향후 난관의 제1순위로 모두 과도한 정쟁(政爭)을 지목했다. 이명박 정부의 아킬레스건은 역시 ‘정치’인 셈"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당부는 달랐다. 소통이 아닌 ‘일’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은 사설<대통령 임기 3년차 이제 우선순위 정해야 한다>에서 "지난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은 0.2%였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가운데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나라는 한국·호주·폴란드 3개국뿐이다.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서울로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정부와 국민 모두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들"이라고 전했다.

    조선은 "대통령은 2007년 12월 대선에서 자신을 2위 후보와 531만표라는 사상 최다(最多) 표차로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의 뜻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국민은 왜 10년 만에 보수 세력에게 다시 집권의 기회를 주었고, 국민의 그런 뜻을 받들려면 일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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