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레오 탄압은 세계적 추세"
    By 나난
        2010년 02월 25일 02: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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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5년 한국에 들어온 프랑스 국제자본 발레오공조코리아는 지난해 10월 26일 일방적으로 회사청산을 통보하고 180여 명의 노동자들을 11월 30일부로 전원 해고했다. 또한 1999년 발레오만도전장시스템은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어기고 지난 4일 경비직 아웃소싱을 밀어붙였고, 이에 항의하는 노조에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 미셀 듀크렛(Michel DUCRET) CGT 금속연맹 자동차분과장.(사진=금속노조)

    한국 뿐만 아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발레오그룹은 올 초 그룹회장을 바꾼 뒤 주주들의 이익배당금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5천여 명의 인력구조조정과 그룹재편성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만 1천6백여 명이 회사를 떠났고 지금도 프랑스 아미앙 공장 등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발레오 그룹이 벌이고 있는 반사회적인 노동탄압을 폭로하고 그룹정책을 바꾸게 하기 위해 한국의 금속노조와 프랑스노동총동맹(CGT)의 국제연대가 시작되었다. 지난 24일 미셀 듀크렛(Michel DUCRET) CGT 금속연맹 자동차분과장의 방한이 그 시작이다.

    유럽직장평의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미셀 분과장은 발레오그룹의 전 세계적 노동탄압을 “세계 자본의 전반적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특히 발레오코리아의 경우 현재까지의 투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연대의 폭을 넓히고 ‘생산 중단’ 등 한차례 더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셀 분과장은 “프랑스의 경우 직장폐쇄나 해고 등에 대해 노동자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유럽을 넘어 한국에서도 똑같은 제도가 적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CGT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적 협의를 끌어내 모든 나라에서 같은 조건에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셀 분과장과의 인터뷰는 24일 오후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 *

    – 이번 방한의 목적은 무엇이며 체류 중 계획은?

    = 방한의 가장 큰 목적은 발레오 사태와 관련해 프랑스의 노동조합인 CGT의 전폭적 지지와 자동차 산업 전반에 관련된 노동자들의 지지를 보여주고 싶어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관련 업계에서 서명이나 성명 등 여러 가지 행동이 취해져왔다. 현재 (발레오코리아가)처해져 있는 상황이 프랑스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기에 그냥 지나치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 똑같은 상황이라면?

    = 프랑스에 큰 자동차 메이커가 르노, 푸조시트로엔. 2개가 있다. 이 두 업체에서 80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데, 업체가 이들을 ‘경제위기’를 명목으로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있다. 공장을 폐쇄하고 해고하는 상황이다.

    두 업체는 정부로부터 위기를 명목으로 각각 30억 유로의 지원금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3만9천명을 해고시켰고, 2010년에도 5만 명 정도를 해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발레오 역시 전 세계 지사에서 5천 명 정도, 프랑스에서만도 1,500명의 해고가 계획된 상태다. 프랑스의 구조조정 계획이 세계로 뻗어나가며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간과할 수 없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구조조정 광풍

    이번에 CGT가 민주노총과 연대해 자동차 업계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확실하게 얘기하고 싶다. 르노의 경우 95억 유로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부품업체에 가격 압력을 행사해 결국 각 업체들이 싼 곳으로 공장을 옮기거나 공장 폐쇄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은 부품업체들이 이렇게 공장을 옮기고 폐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 계속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거나 공장을 다시 인수할 수 있는 인수자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모든 것들이 주주들의 이익이나 생산성 향상에만 집중할 뿐이다. 이게 아주 큰 문제다.

    – CGT의 투쟁에 대해 프랑스 국민들의 여론은 어떠한가?

    =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들 때문에 일반적 투쟁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해고들이 일어나고 있어 만족스런 상태는 아니다. 다만 하청 부품업체의 경우 노동자들이 노력이 성과를 본 사례가 있다.

    일반 국민들의 경우, 정부에서 (대기업에)이런 (공적자금)지원을 많이 하는데, 국민의 혈세로 나가는 지원금이 주주들, CEO의 이익에 쓰여지거나 오히려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데 쓰이는 것에 대해 상당히 큰 반감을 보이고 있다.

    – 한국은 프랑스에 대해 ‘똘레랑스의 나라’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프랑스 다국적 기업은 낮은 가격에 한국기업을 인수해 세제혜택을 누리고, 정작 신규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 이 문제가 꼭 한국의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왜냐면 세계 자본의 전반적인 추세가 아무리 자본이 많아도 더 큰 이익만을 추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회사 자금에 도움이 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이라면 이런 일들은 어디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세계 자본의 전반적 추세

    예를 들면, 생산비용 절감을 이유로 루마니아에 진출한 르노의 경우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을 점점 개선시키려 하고 높은 임금을 받게 되자 공장을 버리고 터키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자본은)주주와 이익을 내기 위해 움직이기 때문에 세계 어디서든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3만9천명 해고되었지만 그 빈자리는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채워지는 게 아니다. 그 자리는 비워져 있고, 남아있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경우도 많다.

       
      ▲ 미셀 분과장은 발레오그룹의 전 세계적 노동탄압을 “세계 자본의 전반적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사진=금속노조)

    – 발레오공조는 사전 예고 없이 공장을 폐쇄했고 발레오전장시스템은 아웃소싱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한국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 최소한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한국에서는 없다. 프랑스는 어떠한가.

    = 프랑스 같은 경우 만약 공장을 폐쇄하거나 해고할 경우 그에 따른 특별한 절차를 따라야 할 의무가 각 회사에 있다. 예를 들어 회사를 폐쇄할 때 직원들이 따로 위원회를 구성해 전문가를 동원해 상황을 판단하고 다른 사람에게 ‘회사를 넘겨야 할지 재투자할지’ 판단할 수 있다.

    프랑스 고용보장 시스템

    해고할 경우 회사는 해고된 직원들이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일정기간 동안 해고한 회사에서 지원을 해주는 거다. 이는 법적으로 제한이 돼 있어서 회사가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CGT가 원하는 것은 프랑스의 이 같은 절차를 독일이나 포르투갈 등 다른 유럽국가는 물론 한국까지 똑같이 적용되기 바란다는 것이다. 만약 부품업체가 완성차업체로 넘어갈 경우 부품업체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이 아닌 그들을 완성차업체가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 노동계의 국제적 연대 계획은 무엇이며, 그 연대가 의미있는 연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나는 유럽직장평의회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유럽직장평의회는 각 직장평의회에서 2명씩 모여 1년에 2~3차례 회의를 거친다. 나는 발레오를 담당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각 나라마다 같은 노동조건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러시아에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CGT차원에서 이런 규칙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할 노력할 예정이다.

    발레오의 경우 유럽정부와 ‘Charter ethic’라는 일종의 ‘도덕헌장’에 서명했는데, 그 안에는 회사 측이 노동자들과 대화하는 노력을 하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것이 유럽 외 다른 나라에서 적용되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가 좀 더 노력해야 한다.

    – 발레오 러시아의 상황은 어떤가?

    = 발레오 러시아는 차량에 들어가는 조명을 생산하는 작은 회사다. 현재 생산을 계속하고 있지만 다음 제품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고, 근무조건은 굉장히 열악한 데 비해 회사의 지원이 없다. 공장이 폐쇄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해고까지 되지는 않았지만 열악한 근무조건과 함께 미래가 불투명하다.

    – 한국의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이 2차례 원정 투쟁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 (발레오코리아의)두 차례 방문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발레오 노동자들이 회사 측과 대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는데, 프랑스에서는 매니지먼트와 대화를 이끌어 냈고, 무엇보다 매니지먼트에서 ‘왜 이런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투쟁 강도 더 높여라

    현지에 있는 노동조합이나 매체에 많이 알려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도 매우 고무적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렇게 해왔지만 좀 더 긍정적인 결과를 위해서 지금까지의 행동보다 한 단계 높은 투쟁을 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이번 방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여기서 있었던 일들이 기사화될 예정이라서 매우 긍정적이다.

    – 한 단계 더 높은 투쟁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말하는가.

    = 지금까지는 서명이나 성명서 등 조합단위의 참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CGT에 한정되어 있었는데 프랑스의 5개 노조 등 이를 좀 더 확대해야 한다. 또 프랑스 내 발레오 공장에서 하루를 정해 회사 측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동을 취할 때까지 생산을 중단하는 등의 행동을 취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 프랑스나 한국 외에도 발레오 문제로 투쟁하는 국가가 있나.

    = 한국이 직장폐쇄가 된 것처럼 구체적인 케이스는 있지 않다. 하지만 해고는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해당이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발레오 브라질의 경우 5월에 대규모 해고가 계획된 상태다.

    – 한국과 프랑스가 발레오 자본을 향한 국제연대를 시작했다. 국제연대가 발레오 자본에 영향을 미칠 거라 보나.

    = 어느 나라가 더 (인건비가)싸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 세금혜택이 있기 때문에 자본이 그 나라에 진입하고, 거기서 혜택이 없어지면 다른 곳으로 떠나는 구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세계적 협의를 끌어내 모든 나라에서 같은 조건에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각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거나, 어떤 정부가 개별적으로 행동하면서 (자본에)‘우리는 어떤 혜택을 주겠다’고 하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된다. CGT의 목적은 이를 성취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하는 것이다.

    – 한국에서는 발레오 공장 철수가 얘기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프랑스에서도 확인되고 있나.

    = 발레오의 경우 유럽회사평의회에서 그런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 한국 노동자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 많은 업체들에서 경제위기를 이유로 많은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다 같이 연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고 투쟁해야 이길 수 있다. 모든 자본주의 중심 자본들이 이득만을 쫓아가는 상황에서 이기는 길은 연합해서 싸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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