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PC방에서 서버 검증”
        2010년 02월 24일 12: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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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1일 경찰은 민주노동당 투표사이트에 대한 검증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선 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의 당원가입여부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이 검증영장을 집행한 곳이 경찰서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PC방인 것으로 드러났다. 

    "왜 PC 방에서 했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당시 검증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곳이 PC방”이라며 “경찰이 영장의 범위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흔적이 남는 경찰서 대신 한 시간에 1,000원 내고 PC방을 이용한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경찰의 검증영장 집행과정에서의 해킹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민주노동당은 <동아일보>가 지난 1월 27일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민주노동당 선거에 투표했다고 보도한 직후부터 ‘해킹’의혹을 제기해왔다. 서버 압수수색도 없이 당원가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한데, 경찰이 압수수색 전부터 이미 수사 대상자들의 당원 가입이 확인되고 투표까지 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이 의원이 지난해 12월 30일 부터 당 투표 사이트에 대한 모든 접속 기록을 분석한 결과 12월 31일 영등포구 당산동 4가의 한 PC방에서 2개의 IP주소로 15시 11분 30초 부터 15시 46분 11초 사이에 주민등록번호 89개로 로그인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의원은 “특정 IP에서 시기적으로 집중된 로그인 시도는 위 기간 중 이 건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 의원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대상자들의 주민등록번호를 해킹해 민주노동당 투표사이트에 접근했고 이 정황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영등포 경찰서가 아닌 영등포의 한 PC방을 ‘검증영장’ 집행장소로 이용한 셈이 된다. 이 경우 검증영장 집행에 규정된 법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확인될 수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219조, 114조에 따르면 압수수색검증영장에 집행할 장소를 기재토록 하고 있다. 또한 219조, 118조는 수사기관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압수 수색 검증영장을 반드시 제시하여야 하도록 정하고 123조 2항에는 영장 집행 과정에서 타인의 주거, 건조물 내에서 집행할 때 주인, 간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자를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 하드디스크 교체 불가피한 조치

    이정희 의원은 “경찰은 PC방 업주에게 영장을 제시했는지, PC방 업주를 영장집행에 참여시켰는지, 왜 민주노동당 관계자를 PC방으로 부르지 않았는지, 압수수색 검증영장에 ‘PC방에서 이용료를 내고 집행했다’고 기재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영장 집행의 외관조차 갖추지 못한 행위이자 영장의 범위를 넘어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타인의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48조, 72조 1항 1호 불법침입죄(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자, 같은 법 49조 비밀침해죄(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한다.

    이 의원은 “민주노동당은 이렇듯 해킹으로 의심되는 비정상적 접근이 일어남에 따라 당원들의 투표 기록을 비롯한 당의 주요 정보와 당원들의 개인 정보 보호, 데이터의 위변조를 막기 위해 사이트를 폐쇄하고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며 “누가 어떤 권한으로 정보를 빼내갔는지 통보조차 받지 못한 당으로서는 정상적이고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증거인멸이라 할 수도 없고, 공당의 사무총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할 사안도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 의원은 “검찰이 지금 수사해야 할 것은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경찰의 범죄행위”라며 “수사의 위법성과 편파성을 고발당하지 않으려면, 검찰 스스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찰, 위법 수사 바로잡아야

    이 의원은 “이 사건을 통해 무너지는 민주주의, 파괴되는 기본권의 처참한 실상을 본다”며 “정당에 대해서도 이렇게 하는데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과연 무엇을 두려워했을 것인가 개탄스럽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이 위법수사의 실상과 이를 기획 조종한 세력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위법수사의 잘못을 바로잡고 수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민주노동당이 밝혀낼 권력 내부의 치부도 더욱 뼈아픈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이날 법률지원단을 통해 검찰, 경찰의 피의사실공표와 언론의 허위, 왜곡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수사기관의 불법해킹에 대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형사고소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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