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교육비 감소? 액면은 그렇겠죠"
        2010년 02월 24일 09: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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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23일 오후 2시를 기해 교과부와 통계청이 동시에 내놓습니다. 작년 사교육비 총액은 약 21조 6259억원으로 재작년보다 3.4% 늘었습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 2천원으로 3.9% 증가하였습니다. 사교육비 총액 증가율 3.4%, 이를 두고 교과부는 “전국단위 조사 이래 최저 증가율”이라고 밝힙니다.

    그리고 작년 하반기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 16백원으로, 상반기 24만 22백원보다 0.25% 감소합니다. 조사가 2번 이루어졌는데, 3~5월에 비해 7~9월 사교육비가 적게 나온 겁니다. 그래서 교과부는 “2009년 하반기, 사교육비 드디어 감소”라고 제목을 답니다.

    이제 살펴보겠습니다. 그 전에 두 가지만 먼저 이야기하면, 첫째 발표시점입니다. 작년에는 MB 정부 출범 1주년이 지나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25일의 2주년을 앞두고 발표합니다. 뭔가를 알린 다음, 즐거운 분위기에서 2주년을 맞이하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둘째, 물가상승률입니다. 작년 소비자물가는 2.8% 올랐습니다. 재작년 4.7%의 절반을 웃돕니다. 교육물가 상승률은 작년 2.5%로, 재작년 5.4%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작년의 소비자물가와 교육물가는 재작년에 비해 반토막 수준입니다. 이렇게 물가가 적게 오르면 학원비나 과외비 단가도 소폭 인상됩니다. 당연히 사교육비 총액이나 1인당 비용의 증가율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교육비 총액의 증가세가 둔화되었나?

    작년 사교육비 총액은 3.4%,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9% 늘었습니다. 두 수치가 다른 이유는 학생수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총액 증가율 3.4%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교과부는 “증가세가 확연하게 둔화”되었다고 평가합니다. 2001~2006년까지는 연평균 12.1%, 재작년 2008년에는 4.3% 늘었는데, 이번에는 3.4%로 ‘최저 증가율’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2006년 이전 수치와 이후 수치를 단순 비교하면 곤란합니다. 조사 기관이 다른 걸 떠나, 무엇보다 사교육비의 정의와 조사 방식이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07년 통계청과 당시 교육부가 함께 사교육비 조사에 착수한 이유는 이전까지의 조사가 비정기적이고 부정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006년 이전까지의 12.1%와 작년의 3.4%를 그냥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증가율을 비교할 수 있는 수치는 2008년의 4.3%와 작년의 3.4%입니다. 일단 액면으로 보면, 0.9% 포인트가 줄었습니다. “증가율 둔화”로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은 경상가일 뿐입니다. 이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건 “예전과 지금 만원의 가치는 같다”라고 이야기하는 격입니다. 보다 정확하게 보려면 물가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2008년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도에 비해 0.3% 감소하였습니다. 하지만 작년 2009년은 0.6% 늘었습니다. 명목금액으로는 증가율이 0.9% 포인트 줄었지만, 실질금액으로는 0.9% 포인트 증가하였습니다.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이유는 작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재작년의 반토막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작년 사교육비 총액의 증가세가 둔화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신장되었습니다. 교과부는 “전국 단위 조사 이래 최저 증가율”이라고 하지만, 생각해봐야 합니다.

    2009년 하반기, 사교육비 드디어 감소?

    작년 하반기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 16백원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상반기 24만 22백원보다 6백원 정도 적습니다. 감소율은 0.25%입니다. 이를 두고 교과부는 “사교육비 드디어 감소”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역시 경상가일 뿐입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감안한 불변가로 보면, 작년이나 재작년 모두 하반기 수치가 상반기보다 적습니다. 2008년 하반기에는 1.66%, 2009년 하반기에는 1.39% 줄었습니다. 2009년 하반기의 감소가 특별한 현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교과부의 주장처럼 “2009년 하반기, 사교육비 드디어 감소”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좀 더 들어가서, 교과부처럼 하면 안 됩니다. 3~5월와 7~9월 데이터를 비교했는데, 사교육비는 이러면 곤란합니다. 한 해 동안 꾸준한 게 아니라 성수기와 비수기가 갈리는 ‘계절요인’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교육비는 전년도 같은 기간과 견줘봐야 합니다. 이렇게 비교하면 조금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2009년 상반기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명목금액으로 보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4.4% 늘었습니다. 하반기 증가율은 3.5%입니다. 모두 늘어났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세가 둔화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액으로 보면, 상반기와 하반기 증가율은 각각 1.0%와 1.3%입니다. 모두 늘어났는데, 하반기에 더 증가하였습니다.

    서울의 사교육비 많이 늘었네

    한편, 서울이 특이합니다. 작년까지 지역별 사교육비는 서울, 광역시, 중소도시, 읍면지역 등 4개 권역으로만 나왔는데, 올해부터는 16개 시도별로 나옵니다. 그래서 앞으로 조사가 더 이루어지면 16개 시도의 사교육비 추이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은 이번 발표로 도합 3개의 데이터가 확보됩니다.

       
      

    작년 서울 전체 학생들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 1천원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습니다. 그런데 증가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2008년의 29만 6천원에 비해 11.8% 늘었습니다. 전국 평균 증가율 3.9%의 3배 수준입니다. 사교육비 수준도 높고, 증가세도 큰 겁니다. 도대체 서울 학생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하나는 경기침체 이전의 수치, 또 다른 하나는 경기침체 와중의 수치인데…

    전체적으로 사교육비는 늘었습니다. 교과부는 둔화 또는 감소되었다고 하나, 그렇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물가 오름새를 감안하지 않은 착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재밌습니다. 작년 발표에서 교과부는 스스로 물가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와 반영한 수치 모두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가를 반영하지 않은 것만 알려줍니다. 왜 그랬을까요? 궁금합니다.

    더구나 작년 사교육비와 재작년 사교육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교과부는 재작년 사교육비를 발표하면서 “이번 조사에서는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08년 4/4분기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음”이라고 밝힙니다. 2008년 사교육비가 경기침체 이전 수치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작년 2009년 사교육비는 경기침체 때의 데이터입니다.

    그 외 학생수도 줄었습니다. 일반고생은 6만 5천명 늘었지만, 초등학생 19만 7천명, 중학생 3만 1천명, 전문고생 6천명이 줄어 도합 17만명의 학생이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은 학원 규제가 강하게 추진한 해입니다.

    하지만 사교육비는 늘었습니다. 총액은 명목 금액으로 3.4%, 실질 금액으로 0.6% 증가했습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금액은 경상가와 불변가 모두 3.9%와 1.0% 신장되었습니다. 증가율로만 보면, 재작년에 비해 더 안 좋아졌습니다. 경기침체, 학생수 감소, 학원 규제 등이 있었지만, 사교육비는 꿈쩍하지 않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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