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식당, 미화-간병 노동자에겐 '출입불가'"
    By 나난
        2010년 02월 24일 09: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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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이상무)을 중심으로 한 제 정당․노동․시민사회단체가 오는 3월 3일을 기점으로 미화-간병 노동자 등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캠페인을 시작한다.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인한 고용불안, 차별대우, 노동3권의 실질적 제약 등 근로조건 전반이 열악한 것은 물론 제대로 된 휴게공간조차 제공되지 못해 노동에 찌든 다리를 펴 보지도 못하고, 겨울이면 꽁꽁 언 밥을 뜨거운 물에 말아먹어야 하는 그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것.

    <레디앙>은 5부에 걸쳐 늘 우리와 함께 있으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 그래서 ‘유령’이라 불리는 미화 노동자를 중심으로,  이들의 근로실태와 휴게공간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를 되찾아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여성 노동자. 국내 노동시장의 최하층인 저임금과 비정규직이 집중돼 있는 사람들. 이들은 노동현장에서 남녀 차별은 물론 임금과 근로 조건에서도 차별을 겪고 있으며, 노동자의 권리조차 박탈당하기 일쑤다. 여성 비정규직의 경우 그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다.

    특히나 여성 고령 비정규직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청소미화와 간병인의 경우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공간 확보조차 어려운 상황. 이들이 노동을 제공하는 사업장 중 변변한 휴게공간조차 없는 곳이 태반이다. 그로 인해 저임금과 차별에 시달리는 이들은 더더욱 건물의 구석진 곳으로 깊이 숨어 들어가고 있다.

    지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연구용역한 ‘청소영역 노동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금 노동자 13,661,482명의 3.2%인 432.411명이 청소노동에 종사하는 미화 노동자다. 이는 전체 임금 노동자 중 가장 많은 규모로, 경리사무원과 상점판매원인 각각 3.0%, 2.9%로 뒤를 이었다.

    특히나 미화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77.4%로, 파견/용역 노동자가 38.0%를 차지했다. 또 미화 노동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74.3%, 평균 연령은 57.2세로, 대다수 미화 노동자가 5~60대에 몰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 비정규직, 고령 노동자들의 임금 실태 역시 예상대로다. 2005년 현재 월평균 임금총액은 76만 원으로, 지난 2004년 기준 비농전산업(Nonfarm Business Sector) 임금총액 평균치인 240만 4,385원의 1/3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이다.

    시간당 임금수준이 법정최저임금 미만 수준인 비중만도 36.9%에 달하며, 각종 수당을 포함한 임금총액으로 따져도 법정 최저임금 수준에 미달하는 노동자가 12.4%나 된다. 하지만 용역업체는 그마저도 체납시키기 일쑤다.

    류남미 공공노조 미조직비정규실장은 “2010년 최저임금이 시급 4,110원으로 인상됐지만 미화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에 상응하거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성신여대 미화노동자들의 휴게공간.(사진=공공노조 서울경인지부)

    공공노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대학병원의 경우 일주일의 6일을 새벽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일해야 한다. 일요일에도 3주에 한 번은 빠짐없이 일해야 116만 원을 손에 쥘 수 있다.

    몸이 아파 휴가를 쓰려 해도 일당 3만 원보다 비싼 5만 원의 일당을 주고 대체인력을 쓰지 않으면 단 하루도 쉬지 못한다. 최저임금법을 피하기 위해 시간외 수당을 기본급으로 포함시켜 임금으로 지급하는 등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간병인 노동자들에게서도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간병인의 업무는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사적영역, 비공식 영역으로 취급되며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에서도 제외됐다.

    공공노조에 따르면 간병인의 77.9%가 비정규직이다. 특수고용 비정규직이 대다수다. 임금 역시 지난 2008년 현재 24시간 간병의 경우 5만 원선으로 시급 2,080원에 불과한 상황. 미화 노동자와 동일하게 여성비율이 높으며, 연령 역시 50대가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저임금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로조건에서도 차별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인권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휴게, 수면, 식사를 할 수 있는 별도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경우는 58.0%에 불과하다. 별도의 시설은 없지만 근무하는 장소에 간이시설을 만들어 휴게와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장이 34.2%이며, 7.8%는 아예 별도의 휴게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로부터 받는 식사지원의 유형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식비형태의 지급 방식으로, 전체 미화노동자들의 41.1%를 차지하는 반면, 어떤 방식의 식사지원도 전혀 받지 못하는 경우도 43.2%에 이르고 있다. 식사지원을 전혀 하지 않을 경우는 공공 대학과 공공 건물의 경우가 73~74% 수준으로 매우 높은 반면, 민간 대학병원과 사적건물의 경우 각각 24.9%, 13.1%로, 매우 큰 격차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동자의 대다수가 도시락을 싸오고 있는 상황이다. 용역업체가 식사비를 지원하더라도 점심 한 끼를 구내식당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식권지원이거나, 1인당 쌀 10킬로를 지원한다. 류 실장은 “이 정도면 아주 후한 지원”이라고 말한다.

    고려대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경우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 속에서 학내에서 발생하는 폐지를 공동으로 팔아 그 기금으로 식대를 보조해 오기도 했다. 원청이나 용역회사가 식대비용을 보조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자구책이다.

       
      ▲ 공사가 채 끝나지도 않은 공간에서 고려대 미화 노동자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공공노조 서경지부)

    간병노동자들의 휴게 및 식사 문제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식사 및 휴식시간은 없다. 환자의 식사를 보조하고 잠깐 짬을 내 식사를 해야 한다. 간병인에게 협조적인 환자를 만날 경우 점심을 먹으러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이 허용된다. 물론 환자가 허락하더라도 병동의 간호사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야 가능한 일.

    간병노동자들의 경우 일주일에 6일 24시간을 일하는 그녀들은 일요일 오후 출근할 때면 6일치 밥을 비닐에 담아 온다. 6일치의 밥은 냉동실에 얼려 놓고 매 끼마다 병원 곳곳을 전전하며 전자레인지에 녹이고 환자들과 병원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병실 한 귀퉁이에서 서러운 밥을 삼키고 있는 것. 병원마다 직원식당은 있지만, 병원마다 휴게공간은 있지만 이들을 위한 식당, 휴게공간은 없다.

    학교와 병원에서 노동하고 있는 그들. 간접고용, 특수고용이라는 이유로 유령취급당하는 그들. 류 시장은 “학교와 병원의 직원식당은 교수와 교직원을 위한 것일 뿐 하청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인 그들에게는 ‘관계자 외 출입불가’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남자 화장실 변기 위에 깐 판자와, 석면가루가 날리는 공사장 뒤편, 아무도 찾지 않고, 아무도 볼 수 없는 창고와 건물 지하가 그들만의 공간이 되고 있는 것. 류 실장은 “미화노동자와 간병인들의 저임금과 휴게 공간 미비는 결국 이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자본은 이들에게 찬밥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 간병인 노동자의 말이다.

    “잠깐이라도 쉴 수 있는, 밥 한 끼 맘 놓고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더 바랄 게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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