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교육비 감소" 믿을 수 없는 이유들
        2010년 02월 23일 10: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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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마지막주가 시작되었습니다. 24일(수)과 25일(목)은 김연아 경기일이고, 25일(목)은 MB 정부 출범 2주년입니다. 그리고 ‘2009 사교육비 조사 결과’가 나옵니다.

    나름 중요한 발표입니다. 후보 시절부터 이야기한 “학교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을 슬슬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일제고사, 학교자율화, 자사고, 입학사정관제 등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는데, 그 결과를 사교육비로 알려주어야 하는 겁니다. 더구나 지난 연말 교과부는 올해를 ‘사교육비 절감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작년 사교육비는 어느 정도일까요? 정확한 수치는 공식 발표가 나와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발표될 수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몇 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2009년 사교육비 총액의 증가율 3% 초반일 듯

    첫 번째는 ‘얼마나 늘었나 줄었나’입니다. 최근 관련 보도가 있었습니다. 사교육비 총액의 증가율에 대해 조선일보는 3.3% 안팎, KBS는 3% 초반대라고 기사화하였습니다. 정부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린 것이니만큼 신뢰할만 합니다. 곧 작년 사교육비는 3% 초반대 정도 늘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부분은 이 다음입니다. 정부 쪽 시각은 “증가율이 둔화되었다”이기 때문입니다. 이거 액면만 보면 맞습니다. 2008년 사교육비 총액의 증가율은 4.3%였습니다. 2009년은 3% 초반대입니다. 1% 포인트 정도 빠졌습니다. 그러니 증가세가 한 풀 꺾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함정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액면 비교, 즉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은 비교이기 때문입니다. 물가를 반영하면 달라집니다. 2008년 소비자물가는 4.7% 올랐습니다. 2009년은 2.8%입니다. 이걸 넣어서 살피면 2008년 사교육비 총액의 실질 증가율은 -0.3%이고, 2009년은 0.5% 안팎입니다. 증가율이 꺾인 게 아닙니다.

    그러니 정부가 작년 사교육비를 발표하면서 증가율을 말할 때는 물가상승률도 봐야 합니다. 증가율과 관련하여 하나 더 이야기하면, 사교육비 조사는 2007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작년까지 세 번입니다. 2007년 이전에도 간혹 조사한 적 있지만, 사교육비의 정의나 조사 방법 등이 다릅니다. 따라서 2007년 이전 수치와 이후 수치를 단순 비교하면 곤란합니다. “2000년대 초반 20% 증가하였는데, 2009년 3%대다” 식으로 말하기 어려운 겁니다.

    학생수 감소를 염두에 두어야

    두 번째는 학생수입니다. 2008년 사교육비 총액의 실질 증가율이 -0.3%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2008년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의미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사교육비 총액은 모든 초중고 학생들의 사교육비를 모은 겁니다. 이거 말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2008년 사교육비의 실질 총액은 0.3% 감소한 반면, 학생 1인당 금액은 0.3% 증가하였습니다. 같은 사교육비인데, 왜 증가율이 다를까요? 학생수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2008년 초중고 학생은 11만 6735명이 감소하였습니다. 그래서 사교육비 총액의 증가율이 학생 1인당 사교육비의 증가율보다 적습니다. 1인당 경비가 많이 늘어나는 반면, 총액은 그보다 적게 늘어난 겁니다.
    조만간 발표될 ‘2009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초중고 학생은 17만 637명 줄었습니다. 당연히 1인당 사교육비의 증가율보다 총액 증가율이 적게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액면가(경상가)로 총액 증가율이 3% 초반대이니, 1인당 비용의 증가율은 더 높을 겁니다.

    경기침체도 감안해야

    세 번째 포인트는 경기침체입니다. 2008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우리나라 경기도 좋지 않습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하나, 2009년 한 해 동안 힘들었습니다. 1․2․3분기 가구의 실질 소득은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3.0%, -2.8%, -3.3%를 기록했습니다. 실질 가계지출 또한 -5.6%, -0.8%, -0.1%입니다. 소득과 지출 모두 마이너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교육비가 늘었다면 문제입니다. 집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데도 학원을 보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과외를 시킬 수 밖에 없는 압력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IMF 이후 1998년과 1999년에 가계 소득, 지출, 유사 사교육비가 동반 감소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릅니다. 소득이 줄어도 학원비는 줄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계층별로 다른 모양새를 취합니다. 사교육비의 비중은 저소득층일수록 큽니다. 학원비 30만원이 월소득 100만원 가정에서는 30%이지만, 400만원 가정에서는 10%도 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이 줄어들면, 저소득층일수록 사교육비가 더욱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경기침체로 학원을 끊는 현상은 저소득층부터 벌어집니다.

    그러니 ‘2009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 낮은 소득의 가정은 사교육비를 줄이고, 중간층 이상 가정은 사교육비를 그대로 또는 늘렸으면,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중간층 이상의 사교육비 증가분이 저소득층의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아 전체적으로 사교육비 총액은 증가한 가운데 벌어질 겁니다.
    사교육 공급자들도 비슷합니다. 전통적으로 여름방학은 성수기입니다. 하지만 동네 학원들에게 작년 여름방학은 힘든 시기였습니다. 수강생이 늘어나기는 커녕 현상 유지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상장된 덩치 큰 학원들은 다릅니다. 매출액이 줄어든 곳은 많지 않습니다.

    이상 작년 사교육비 결과를 볼 때 유념해야 할 지점 세 가지입니다. 조만간 정부가 공식 발표할텐데, ‘그런가 보다’ 하기 보다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학생수 감소, 경기침체 등을 염두에 두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 겨울의 신종플루까지 생각할 수 있지만, 사교육비 조사는 6월과 10월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조사결과에서 신종플루의 영향은 미미합니다.

    전체적으로 작년 사교육비는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학생수가 줄고 경기는 나쁘고 소득은 줄었지만 사교육비가 늘었습니다. 상황이 나쁜데도 사교육비 지출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그 힘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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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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