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서울신문, ‘풀뿌리 진단’ 왜 다를까
        2010년 02월 22일 08: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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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6월2일 지방선거가 2월22일 기준으로 100일 남았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 흐름을 결정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 시선이 동계 올림픽에 쏠려 있는 관계로 여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지는 못하는 상황이지만, 이번 선거의 중요성은 정치권 모두 공감하는 대목이다.

    지방선거 100일을 남겨둔 2월22일은 언론이 기획기사를 준비하기 적당한 시기이다. 지방선거 D-100일의 의미와 전망을 다각도로 짚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D-100을 심층 분석한 언론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다음은 22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불붙는 ‘풀뿌리 자치’ 선거운동>
    국민일보 <MB정부 중도화 때 지지율 상승세 뚜렷>
    동아일보 <2관왕 이정수 4종목 전관왕 꿈꾼다>
    서울신문 <세종시에…무관심에…’풀뿌리’가 말라간다>
    세계일보 <이정수 2관왕 ‘쇼트트랙’ 황제>
    조선일보 <흙집마저 온전한게 드물어 카불은 ‘전쟁 비극’ 전시장>
    중앙일보 <포스텍 ‘노벨상 석학 10명’ 500억 들여 뽑는다>
    한겨레 <지방선거 D-100 "이번에 이겨야 대선 이긴다">
    한국일보 <MB정부 2년 정부조직 개편 점검>

    주요 아침신문 2월22일자 1면을 장식한 다른 이슈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이다. 종합면 역시 동계올림픽 소식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 국민적 관심 대상인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가 경기에 나서는 이번 주는 ‘김연아 뉴스’가 다른 쟁점을 모두 삼켜버릴 수도 있다.

    지방선거 D-100일은 동계올림픽 이슈에 묻혀 조용히 넘어갈 가능성도 있지만, 바람직한 모습으로 보기는 어렵다. 언론은 국민이 신성한 주권을 올바르게 행사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해 줄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D-100일과 관련해 언론 시각을 담은 기획과 분석 기사를 내놓은 신문들도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의 ‘풀뿌리 선거’ 현실 진단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향신문 "풀뿌리 선거, 움직임 활발"…서울신문 "풀뿌리가 말라간다"

       
      ▲ 경향신문 2월22일자 1면.  
     
       
      ▲ 서울신문 2월22일자 1면.  
     

    경향신문은 22일자 1면 <불붙는 ‘풀뿌리 자치’ 선거운동>이라는 기사에서 “6.2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역·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한 ‘풀뿌리 자치’ 선거운동이 불붙고 있다”면서 “벌써 다섯 번째인 지방선거를 정당·정파적 이해관계와 시선을 넘어 지역민의 목소리와 관심을 대변하는 계기로 삼기 위한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22일자 1면 <세종시에…무관심에…‘풀뿌리’가 말라간다>라는 기사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후보 난립과 검증 부재의 ‘묻지마 투표’ 현상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풀뿌리 자치’ 준비 작업이 활발하다고 현실을 진단했는데 서울신문은 ‘풀뿌리’가 말라간다는 상반된 진단을 내놓았다. 서울신문 1면 기사는 후보검증에 소홀한 정치 현실과 묻지마 투표의 위험성을 지적한 내용으로도 볼 수 있다.

    서울신문 "지방선거 정권 중간평가로 몰아선 곤란"

       
      ▲ 서울신문 2월22일자 사설.  
     

    그러나 서울신문의 종합면 기사와 사설을 살펴보면 의문이 남는다. 서울신문은 <지방선거 D-100 당리당략 늪에 빠진 정치권>이라는 사설에서 “이번 지방선거 역시 종전의 당리당략에 매몰된 파행과 일탈로 끝날 게 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언론이 정치 혐오주의와 허무주의를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 텐데 서울신문이 사설에서 이러한 주장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신문은 “이번 지방선거를 정권 중간평가나 뒷 선거의 전초전으로 몰아선 곤란하다. 현 정부에 대한 여론몰이나 차기 대선 정국을 염두에 둔 당리당략 차원으로 비쳐지는 세종시 논란을 수습해야 하는 까닭”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지방선거를 정권 중간평가로 몰아선 곤란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경향신문 시각과 상반된 내용이다. 경향신문은 5면 <MB정권 심판·지방권력 교체여부 최대 관심>이라는 기사에서 “2008년 18대 총선 이후 2년여 만에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6월 지방선거는 자연스럽게 이명박 정권과 현 지방권력에 대한 평가의 마당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MB정부 중간평가론’ 여야 어느 쪽에 득 될까"

       
      ▲ 동아일보 2월22일자 8면.  
     

    한겨레도 1면 <지방선거 D-100 "이번에 이겨야 대선 이긴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서울신문은 뒷 선거의 전초전으로 몰아선 곤란하다고 주장했지만, 정치현실은 이와 다른 상황이다.

    지방선거 운명을 가를 변수는 ‘MB정부 2년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평가이다. 역대 지방선거가 여당에 불리했던 이유는 정권심판론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다른 셈법을 내놓았다.

    동아일보는 8면 <‘MB정부 중간평가론’ 여야 어느 쪽에 득 될까?>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가 평가 성격의 회고적 투표가 아닌 미래지향적 투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기 3년차를 맞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50%대에 육박하는 추세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지방선거 첫째 변수는 MB 대 반MB 전선"

       
      ▲ 한겨레 2월22일자 3면.  
     

    한나라당 희망대로 지방선거가 전개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야권은 이에 맞서 ‘반MB연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겨레는 3면 <‘뭉치느냐’ ‘흩어지느냐’ 승패 가른다>라는 기사에서 “6.2 지방선거의 첫째 변수는 엠비(MB) 대 반엠비 전선이 얼마나 강고하게 형성되느냐 하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신문도 4면 기사에서 “민심의 결집지인 수도권은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로 매김되는 지방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지역”이라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4면 기사에서 “6.2 지방선거에서 ‘현역 프리미엄’이 통할 수 있을지를 놓고 정치 전문가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50% 안팎으로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종전 민선 지방선거의 추세를 볼 때 ‘정권 심판’ 성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진단”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4면 기사 제목을 <세종시 대치 팽팽…인지도 높은 현역 ‘프리미엄’>이라고 뽑았다. 현역 프리미엄은 한나라당에 유리한 변수이다. 서울신문이 현역 프리미엄이 통할 수 있을지 정치 전문가들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해놓고 기사 제목은 <인지도 높은 현역 ‘프리미엄’>으로 뽑으면서 강조한 이유가 궁금하다.

    조중동, 이달곤 장관 경남지사 출마에 주목하는 이유

       
      ▲ 조선일보 2월22일자 6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나란히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남도지사 출마 가능성을 보도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나라당 경남도지사 후보로는 친이명박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과 가까운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18대 총선 공천학살 논란의 주인공인 이방호 전 사무총장은 ‘친박근혜계’ 쪽의 거부감이 큰 인물이라는 점에서 경남도지사 공천 문제는 여당 내분을 증폭시킬 요인으로 꼽히는 사안이다. 조중동은 ‘이달곤 카드’라는 절충안에 주목했다.

    중앙일보는 3면 <이달곤 장관, 경남지사 출마 가능성>이라는 기사를 실었고, 동아일보는 8면에 <이달곤 출마-정종환 불출마에 무게>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6면 <이달곤, 경남 출마/김태호, 장관 입각?>이라는 기사에서 “여권 핵심 관계자는 21일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여권의 경남 지사 후보로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 유력하다’고 말했다”면서 “이 장관은 지난주만 해도 ‘현재 느낌으로는 (장관직을) 오래 할 것 같다’며 출마에 부정적이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제2김상곤이냐 제2 공정택이냐"

       
      ▲ 경향신문 2월22일자 5면.  
     

    한편, 지방선거의 또 다른 축인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서도 서울신문은 경향신문과 시각의 차이를 보였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정치적 중립이 엄정히 지켜져야 할 교육감 선거마저 여야가 보수·진보의 대리전으로 몰아가고 있다니 한심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5면 <제2김상곤이냐, 제2 공정택이냐 교육감 16명 진보-보수 한판승부>라는 기사에서 “6월 지방선거에서 함께 선출하는 시·도 교육감 선거는 경쟁·효율 중심의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을 가름할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교육감 선거 결과는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서울과 경기 등에서 이명박 대통령 교육정책에 비판적인 교육감들이 탄생한다면 MB정부 교육정책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떠오르는 쟁점은 ‘무상급식’ 문제이다. 

    세계일보, 무상급식 이슈에 부정적 인식

       
      ▲ 세계일보 2월22일자 사설.  
     

    ‘묻지마 투표’를 막기 위해서라도 유권자 선택에 도움을 줄 주요 쟁점이 떠오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무상급식 이슈를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했다. 교육감선거 쟁점으로 삼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세계일보는 22일 <포퓰리즘과 눈치작전이 난무하는 6.2 지방선거>라는 사설에서 “무상급식은 지자체 예산에서 보조해야 하는데 열악한 재정여건상 부담스럽다. 무상급식 예산을 늘리다 보면 다른 교육 예산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가능성이 희박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건 책임 있는 정당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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