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재활성화 위해 아래부터 시작"
    2010년 02월 21일 03: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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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병호, 그 이름만으로도 대표되는 게 있다. 그가 교육기관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더니 제안서가 나왔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무슨 고민을 가지고,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려하는지를 물었다.

“외상과 내상을 함께 입고 심각한 위기상태에 빠진 노동운동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원기를 북돋아 체력을 강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올바른 의지와 정신, 그리고 변혁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부딪쳐도 자기의 사상과 이상에 따라 역사적 현실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러한 단단한 활동역량을 양성하고 노동자 대중의 올바른 의식을 고취함에 있어서 교육은 가장 유력한 방안이다.” – [교육기관 설립 제안서] 중에서

   
  ▲ 단병호 전 의원

– 요즘 뭐하고 지내시는지 근황이 궁금하다. 

= 한국노동운동연구소에 1주일에 3~4일 정도 출근한다. 그리고 교육기관 설립과 관련해서 주변 동지들이나 지인을 만나러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다. 

– 왜 갑자기 교육에 신경을 쓰게 되신 건지?

= 갑자기가 아니다. 87년 이후 20년 동안 자타가 공인하듯이 한국의 노동운동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선가 성장이 멈추고 운동의 동력이 소멸되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운동을 새롭게 활성화시키기 위해 아래로부터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그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실천이 있을 것이지만 그 중 가장 유력한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 일반의 의식을 고양하고, 노조운동의 중간층을 양성하여 허리를 강화하고, 노동운동을 주도해 나갈 지도그룹의 육성 등을 체계적으로 해 가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고민들을 주변 동료들과 함께 해 나가는 과정에서 의외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몇몇 사람들과 이를 구체적으로 발전시켜서 교육기관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 그런데 평소에 교육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지 않는가? 투쟁만 하신 거 아닌가?

=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체계적인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 무렵에, 즉 90년대 초에 폐교도 막 나오기 시작했다. 돈을 모아 구입하는 것까지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워낙 전노협이 불안정했고, 정권의 탄압도 심했고, 재정적으로 열악해서 그런 교육기관을 만들려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 그럼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에 하시지 왜 지금 와서 어렵게 시작하려 하는지 

= 사실 민주노총이 한 국가의 내셔널 센터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반드시 3~4개의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중의 하나가 교육원이다. 나머지는 연구원과 법률원 등이었다. 이 3가지는 선거공약이기도 했다. 법률원은 있을 때 만들었다.

지금의 권두섭 원장을 당시 월 70만원짜리 쟁의차장으로 일하게 하면서 만들었다. 교육원은 재원이라든가 소프트웨어 등이 전혀 개발된 게 없었기 때문에 우선 학과과정을 시작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이후에 하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민주노총 위원장일 때 노동대학을 처음으로 개설했다. 그러나 2년동안 구속되는 등의 문제로 이후 추진하지 못했다. 

– 현재 민주노총의 교육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기관을 별도로 만들려고 하는 데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 민주노총이 체계화된 교육기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간부들을 재생산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밖에서의 교육기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공조직의 교육과정에서 미처 담지 못하는 교육내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조직이 하다보면 노동조합 중심으로 가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노동운동이라는 큰 차원에서 보면 교육이라는 것이 그렇게 제한적인 것은 아니다. 폭넓게 계급의식을 고양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아무래도 밖의 교육기관이 담고 채워나가기에 용이한 부분이 있다. 현재까지 민주노조운동은 전진과 후퇴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공조직이 가지고 있는 기폭이 워낙 많기 때문에 바깥에서 강화될 필요가 있다. 공조직의 끊임없는 에너지를 밖에서 공급해 주는 역할도 중요하다. 

– 지난 1월 공공운수연맹의 현장간부합동수련회 특강에서 ‘초심’을 강조하셨다. 이와 연관이 있는가? 

= 반드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운동을 하다보면 운동의 동기와 자기가 가졌던 문제의식이 엷어져 가게 된다. 사람이기 때문에 관성화 되기도 한다. 이를 환기시키고, 깨우고, 견지시키는 것은 반복되는 교육이다. 운동의 순수한 열정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내가 말한 ‘초심’과 무관한 것도 아니다.

사족 : 마침 강의 전날인 1월 22일이 전노협창립 20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늦게까지 술을 드신 상태여서 약 300여명의 간부들을 대상으로 ‘음주특강’을 하셨다. 유독 ‘초심’을 강조했다. 처음 파업을 하던 당시 돈이 떨어져 아줌마들이 시장에 가서 시래기 등을 주워 국을 끊여 먹으면서 울면서 싸웠던 얘기, 단식을 하는 데 차마 말은 못하고 청자2갑을 던지고 도망치듯 달아난 동료의 마음 씀씀이 등을 기억하면서 위기일수록 각자 자기가 운동을 시작했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얘기였다. 

– 얼마 전 히구치 도쿠조라는 일본의 노동운동가가 죽으면서 ‘전략정보센터 설립’에 관해 말한 게 있다. 운동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교육기관을 만드는 것이 한국사회의 변화를 위한 전략적인 구상과도 연동되는가? 

   
  

= 솔직히 아직 연관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고민 하는 중이다. 단지 지식의 전달이 아니고 실제 대안들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대안을 만들어가는 교육기관과 정책연구기관의 통합도 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전략적 목표를 만들고, 이행해 나가는 그 정도의 단위는 아직 아니다. 벅차다. 전체적으로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만만치 않다. 교육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성과를 만들면 이후 그런 구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가지지만 아직 계획은 없다. 

– 이미 다른 교육기관들이 있다. 그것과의 차별성은 무엇인지? 

= 기존의 교육운동이 기여한 바 크다. 그런 소중한 경험과 성과는 발전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한계는 적극적으로 극복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87년 이후 20년 동안 달라진 것에 주목해야 한다. 정치사회적 관점, 노동자의 조건이 크게 달라졌다. 수년전부터 제기되는 다양한 가치와 중심 의제들이 있다.

그러나 아직 노동교육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체를 종합하는 교재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교육의 기법과 방법을 탈피하여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지식의 전달에서 벗어나 서로가 참여하면서 내용을 채워가는 교육방식이 필요하다. 참여형 교육기관이 되어야 한다. 교육철학과 교육학을 재정립해 보려고 한다. 기존의 교육과 방식과는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다. 

– 이후 추진계획은? 

= 3월 20일까지는 사업에 동의하는 제안자들을 모집할 예정이다. 150여명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안자가 모여지면 사업전체를 검토하고 확정하여 공동 명의로 제안할 생각이다. 이를 토대로 9월 10일경에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2011년 5월경 준비위원회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리고 내년 10월안에 창립과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기간 동안 일단 정치경제, 철학, 운동사, 운동론, 비정규직 조직운동 등 5~6개의 교재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런 교재 완성에 근거하여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것이다. 대상과 기간에 따른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다.

1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한다. 시연하고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기간 동안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현장 활동가들의 대거 참여를 조직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만들고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교육을 주도적으로 해 나갈 강사로 훈련되고 배치될 것이다. 

– 돈이 많이 들 것 같은 데 재원 마련은? 

= 간단치 않은 문제다. 재원문제도 교육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만들려고 한다.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하려고 한다. 노동자를 재생산하고자 하는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과 함께 하려한다. 방식도 대중적 참여를 통한 책임의식을 가진 결합방식이 될 것이다. 1차적으로는 아까 말한 제안자를 모집하려 한다. 제안자들은 백만원 이상 교육기금을 내도록 제안할 생각이다.

그리고 추진위원은 10만원 이상의 교육기금을 내는 사람들로 대중적으로 모아나갈 것이다. 이후 준비위원회로 넘어가면서 더 대중적으로 모금할 생각이다. 1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 10억원은 기능적으로 소위 중앙이라고 얘기하는 센터만 쓰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도 다양하게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추동하는 예산을 포함하는 것이다. 액수의 일정부분은 지역으로 환급하여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미 두세곳은 지역차원에서 하려는 곳도 있다. 

– 말씀 잘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이 맞고 있는 현재의 위기를 교육으로 타개한다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남는다. 

= 위기적 상황은 여러 가지 중첩된 이유에 의해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한가지로만 돌파할 수는 없다. 하나하나 풀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이 위기를 타개하는 유력한 방안 중의 하나라는 확신은 있다. 운동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가가 재조직화와 운동의 활성화와 연동되어 있다.

그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 교육이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력한 방안이라는 데는 동의할 것이다.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길 당부드린다. 그 이외 교육만으로 풀지 못하는 전략과 전술의 문제도 있다. 운동의 주요한 의제와 정당성, 시민사회 및 국민과의 소통문제 등은 단번에 되는 것이 아니다. 같이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고 고민할 시점이다.

그렇게 인터뷰는 끝났다. 지난 99년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조직실장으로 함께 일한 이래 10여년을 가까이서 보아왔지만 제안문의 초안을 만드는 등 직접 글을 쓴 것을 토대로 논의를 해 본 적은 처음이다. 오늘도 그는 울산으로, 포항으로, 그리고 광주로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이제,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진을 위해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 허물어진 1987년 노동체제를 딛고 일어서서 자주적, 민주적, 변혁적 노동운동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노동자의 절대 다수가 되기에 이른 비정규․여성․이주노동자 등의 주변부 노동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노동운동, 그들을 희망의 주체로 다시 서게 하는 노동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 노동의 가치가 평등․평화․생태의 가치와 부합하도록 만들어나가야 한다.” (제안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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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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