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노조 총파업 '신중'한 이유
    By mywank
        2010년 02월 19일 12: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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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본부장 이근행)의 총파업 투표가 예상대로 가결되었다. 재적 조합원 1,911명 중 1,847명이 참여해 96.7%의 투표율을 보였고, 이중 1,402명이 찬성표를 던져 75.9%의 찬성률(반대 439표, 무효 6표)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미디어법 반대 총파업 투표(투표율 94.8%, 찬성률 87.6%)와 비교하더라도 적지 않은 찬성률로써, 보궐임원을 일방적으로 선임하고, 사실상 엄기영 사장을 쫓아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MBC 장악’에 대한 구성원들의 절박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총파업을 위한 내부적인 투쟁 동력도 어느 정도 마련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총파업 결의…돌입시기는 ‘신중’ 

    연보흠 MBC 본부 홍보국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이번 총파업 투표는 유례가 없는 투표였다. 보통 총파업 투표는 ‘낙하산 사장’이 내려오거나, 그 전횡이 벌어진 이후에 벌어졌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아직 누가 사장으로 올지, 전횡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 투표율과 찬성률이 나온 건, MB정부에 대한 구성원의 투쟁 열기가 여전히 높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 본부의 ‘미디어법 저지’ 총파업 출정식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이제 ‘MBC 장악’ 움직임에 맞서 실탄을 장전한 MBC 본부는 이를 사용할 ‘결전의 날’을 결정해야 한다. 앞서 ‘공영방송 MBC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 조직을 전환한 MBC 본부는 18일 저녁 개표가 마무리되자 곧바로 회의를 열고 ‘ 4대 총파업 투쟁 방침’(☞내용 보기)을 결의했다.

    이중 ‘총파업 실행의 권한은 방문진의 도발을 분쇄하고, 투쟁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행사한다’는 방침은 이들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미디어법 총파업 때와는 달리, 이번 파업은 돌입하게 되면 그 기간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에, MBC 본부는 정면 대응보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총파업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임금문제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정부여당이나 보수진영에서 정치적인 ‘불법 파업’으로 여론을 몰고 갈 수 있다는 점 △지난해 철도노조 파업 이후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강도 높은 탄압이 예고되는 점 △MBC 내부 문제에 외부적인 투쟁동력을 끌어들이기 힘든 점 등은 집행부의 결단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탄압 예고, 대중적 관심 다른 곳으로

    또 총파업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국민들의 집중적인 관심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최근 국회에서 여여가 앞다투어 세종시 문제에 ‘올인’하고 있는 점과 우리나라 선수들의 잇따른 메달 소식으로 국민들의 관심사가 ‘벤쿠버 동계올림픽’으로 쏠려있는 점도 악제로 작용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들만의 투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언론계 관계자들은 3월초에 예정된 신임 사장 취임식에 즈음해, MBC 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전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집행부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오는 26일) 신임 사장의 확정과 동시에 총파업이 진행되진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단 상황을 지켜본 뒤, 신임 사장 취임식에 즈음해 총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며 “왜냐하면 신임 사장이 취임식을 한 뒤에 총파업을 해봐야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일단 신임 사장이 회사 안으로 들어가 일단 직무를 시작하게 되면, 이를 막는 것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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