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 부족한 기후변화에너지부 논란
        2010년 02월 18일 03: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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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이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3월까지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와중에 지식경제부와 환경부는 기후변화사업의 주무부처가 되기 위해서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시행령에는 인벤토리(온실가스 배출정보 데이터) 작성 및 배출권거래제 담당 등 기후정책을 총괄하는 부서가 명시되기 때문이다.(현재까지 공개된 시행령안(그린데일리, 2월 10일자)에는 환경부의 대외적인 국가 온실가스 종합정보관리기관으로서의 지위와 국무총리 소속의 ‘기후변화에너지센터’의 역할이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시행령을 두고 벌어지는 부처간 갈등은 단지 행정기관 사이의 영역다툼으로 한정되지 않고,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고 있는 모양이다. 이미 2009년 11월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지식경제부는 정부조직 개편 이후 지나치게 비대해져 기후변화와 녹색성장 및 에너지자원과 관련한 국정 운영이 계획만 요란하고 실제 사업은 치밀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기후변화와 녹색성장 및 에너지자원 사업을 총괄하는 ‘기후변화에너지부’를 신설․독립시킬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올해 들어 몇몇 토론회 자리에서도 기후정책을 전담하는 주무부처를 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면서 영국, 호주, 덴마크와 같은 ‘에너지기후변화부’와 같은 별도의 전담 모델, ‘에너지기후변화청’ 혹은 ‘녹색성장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구가 제안됐다. 대부분이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수립․집행․보고․평가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맞는 말이다.

    전담부서 전에 따져야 할 것

    그런데 두 중앙부처의 영역다툼을 부처이기주의 등의 관료정치 관점으로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가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 돼버렸다. 특히 하나의 법안과 하나의 전담기구 설치를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대단히 협소한 행정적 발상이다. 노동부, 환경부, 여성부가 만들어졌다고 친환경적, 친노동적, 친여성적 정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에너지를 전담하는 부서 형태를 논하기 앞서 그 원칙과 성공조건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특히 현정권의 녹색성장 국가전략과 녹색성장위원회의 현재 역할을 고려하면 더욱 필수적인 수순이다.

    현정부의 폭정에 가까운 정책추진 덕에 조금 과장하면 참여정부가 상대적으로 미화되는 현상이 발견되곤 한다. 그런데 환경 혹은 생태문제만을 보자면, 참여정부가 밝힌 국가 비전에는 환경 부문의 위상은 극히 낮았으며, 실제 정책들은 한국의 신개발주의의 포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반면 현정부는 녹색성장을 국가전략으로 선정하고 외형적으로는 녹색국가를 제시한 첫 정권이다. 그러나 참여정부에 비하면 노골적으로 ‘녹색분칠’을 자행하고 있고, 사업규모 면에서 역대 정권을 초월하며 신개발주의를 추진하고 있어 핵심 정치의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나 현정부나 공히 ‘녹색’과 ‘녹색국가’에 대한 진정성 있는 비전과 기획이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최근 일각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가치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녹색화 담론과 전략을 제기하고 있다. 녹색국가의 이념형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그 위상과 역할이 설정되기는 하지만, 그 중간에는 국가에 대한 성찰과 재구성을 통한 녹색화를 추구하는 ‘생태민주주의적 성찰적 국가론’이 있다.

    이것은 정치적 약자, 사회경제적 약자, 생태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모두 포괄하면서 체제의 총체적인 재구성을 목표로 한다. 그 목표에 따라서는 약한 혹은 강한 녹색 자본주의 국가, 나아가 녹색 탈자본주의 국가로 유형화되기도 한다.

    어느 유형이든 녹색국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조건들이 녹색화 되어야 한다. 녹색국가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녹색정부에 초점을 맞추면, 가장 초보적인 녹색정부형태로 ‘환경관리주의 정부’ 혹은 ‘환경친화적 정부’를 들 수 있다. 정부 조직체계에서 환경부가, 정책운영에서 환경행정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위상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163개국 중 147위인 현실

    그럼 한국은 이러한 약한 녹색정부에 포함된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최근 발표된 국가별 환경성과지수는 ‘아니오’라고 말한다. 2008년 자료를 근거로 평가한 163개국 중 94위이고, 특히 기후변화지표는 147위에 불과하다.

    서니 기든스는 『기후변화의 정치학』을 통해,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다른 정치 부문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며, 정부의 모든 부처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정부는 변화를 촉구하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정부 자체가 변화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정부 전반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에너지기후정책통합’이라는 틀을 통한 ‘녹색정부’로의 전환을 기획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학자들이 정부정책과 업무가 개별부처를 넘어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에너지와 기후변화정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논의는 기후변화에너지를 전담하는 조직개편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정책통합’은 “각 부문 정책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개별 정책을 같은 방향으로 재배열하거나 전체 목표에 부합되도록 유도하는 일련의 정책적 노력”으로 정의되는데, 기후변화 문제와 같이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정책 상황’에서 사회경제적인 시스템을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특히 정책통합이 요구된다. 이미 ‘환경정책통합’은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새롭게 개념화된 ‘기후정책통합’ 역시 기후변화 이슈를 기존의 정책 영역에 어떻게 고려하고 얼마나 통합하는 문제가 미래에 해결해야할 핵심적인 과제라고 강조한다. 그 수단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정책들의 통합, 환경과 지속가능한 발전전략, 성과보고의 의무, 외부의 독립적인 성과 평가 등의 의사소통적 수단이다. 둘째, 부서통합, 녹색내각, 부문 부서 안에 환경부서 설치, 독립적인 작업팀 등 조직적 수단이다.

    셋째, 환경부서의 거부권 혹은 의무적 자문권, 녹색예산, 영향평가 등 절차적 수단이다. 이러한 기준을 들어 덴마크, 네덜란드, 핀란드, 독일, 스페인, 영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후정책통합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살펴보면,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환경부처에 자문권과 거부권 부여

    이들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정책들의 통합을 구현하는 의사소통과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그런데 실제 정책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심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단지 정부조직 형태의 개선과 변화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저탄소 사회라는 공동의 비전과 의제에 대한 장기적인 청사진과 중단기적인 계획을 세우는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환경부와 대척점에 서기 마련인 경제부의 보수적인 입장과 행태, 그리고 사회적 합의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존 사회․기술시스템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분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한국의 지식경제부와 환경부간의 영역다툼과 기후변화에너지부 논란을 접하면서, 우리는 이런 외부의 경험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의 기후정책통합을 적용하여 기후변화와 에너지정책을 평가하면, 낙제점에 가깝다. 따라서 기후정책통합의 세 가지 수단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적용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직통합이 자동적으로 기후정책통합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어떻게 제어하고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확고한 기획없는 기후변화에너지부가 무슨 소용 있을까. 토건국가 지향적이고 원자력수출과 해외석유가스개발 중심의 녹색성장위원회에게서 녹색정부에 대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이것이 바로 그 조직개편을 둘러싼 토대와 구조에 대한 성찰과 개혁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이다. 기후변화에너지부가 한국형 녹색정부의 최상의 외피가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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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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