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질-부자감세 재정적자는 위험"
        2010년 02월 18일 12: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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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조세연구원(KIPF)은 ‘재정동향(2010.2.1)’에서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국가채무관리계획을 분석한 결과 이명박 정부 집권 1년차인 2008년 309조 원이던 국가채무가 2013년에는 493조 4000억 원으로 184조 4000억 원이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2014년에는 5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였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 만에 국가부채를 309조 원(2008년)에서 407조 원(2010년)으로 100조 원이나 증가시켰다. 이것은 국내 총생산(GDP)대비 36.1% 수준에 이르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재정적자 GDP 대비 69%

    더 놀라운 것은 이 수치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채무만을 합한 것으로, 4대강 개발을 담당 중인 수자원공사 등의 공기업과 공적 보장기관 들의 부채를 합할 경우 총 부채는 710조 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는 GDP 대비 69% 수준이다. 여기에 국가직접부채와 보증채무, 4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 통화안정증권 잔액, 공기업 부채 등 광의의 국가부채를 모두 합친 ‘사실상의 국가부채’는 약 1천 439조 원으로 사상최대 규모라는 주장도 있다(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이한구 의원, 2009. 10.)

    2006년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재정파탄의 원인분석과 대책’이라는 자료를 통해 참여정부 4년간 큰 정부 만들기, 기금 미정비, 혈세 낭비 등으로 국가부채 규모가 국민의 정부 말기에 비하여 85.6%가 증가(248조 원)하여 심각한 위기상황이므로 국회 내에 재정파탄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었다(한나라당 공공부문개혁 특위, 2006. 9). 참여정부 시기에 한나라당이 주장하던 국가재정건전법 제정, 국회의 예산결산 심의과정 강화, 연도별 재정규모에 맞춘 국책사업 실시 등의 주장을 하던 의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해진다.

    기획재정부는 국가부채를 GDP의 40%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며, 2013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하였지만, 이와 같은 추정과 계산은 실질성장률 4∼5%, 연평균 재정수입 증가율 5∼6% 등의 실현하기 어려운 가정들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국제통화기금(IMF)은 2014년에 우리나라의 국가채무가 GDP의 51.8%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재정적자와 부채규모에 대한 통계수치만 단순비교를 해보면,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여 심각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올해 예상되는 국가채무 407조 2,000억 원은 국내총생산(GDP)의 36.1%로 일본(227%), 미국(94%), 영국(82%) 등과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다. GDP의 5% 수준에 이르는 재정적자의 규모도 선진국들 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추세다. 다수의 학자들과 민간연구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재의 국가채무 증가속도가 지속되면 진짜 재앙이 될 수 있다(삼성경제연구소, 2010. 2)고 우려하고 있다.

    재정건전성 악화, 삽질 예산이 원인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재정건전성 악화가 국가복지의 확대 때문이 아니라 부자감세와 토건사업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원(KDI)이 기획재정부의 요청으로 실시한 연구(문형표 등, 우리나라 SOC 스톡 진단연구, 2004. 4)에 따르면, 한국은 GDP 대비 일반정부 재정지출 중 경제사업(에너지, 수송, 통신 등)의 비중이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10년에 이미 적정 수요의 120%나 과잉 투자될 것으로 전망되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바 있었다(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2004). 이것은 비단 중앙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흔히 삽질예산으로 불리는 토목과 건설 부분에 대한 과도한 예산 배정은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현재도 연간 전체 지방정부 재정의 28% 이상이 건설 및 토목 관련 예산으로 투입되고 있다.

    삽질 예산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자, 이명박 정부는 4대강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2010년 예산안에서 4대강 예산 중 많은 부분을 수자원공사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다. 준정부기관의 부채에 대해 과장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와 같은 명백한 부채 떠넘기기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선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종부세 폐지 등으로 매년 엄청난 규모의 부자감세를 단행하고, 토목 중심의 각종 개발 부담을 공기업들의 부채로 떠넘긴 현 정부의 결정에 대한 부정적 결과는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우리 국민들의 민생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다음 정부 돈 끌어다 쓴 MB

    그리고 이렇게 되면 차기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현 정부가 부유층에게 베풀어준 부자감세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미래의 정부가 훗날 쓸 돈들을 현 정부가 미리 당겨쓰는 것과 같다.

    이명박 정부 시기 동안에는 국가부채로 인한 경제위기가 도래하지는 않겠지만, 다음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고 어떠한 정권이 집권하든 현재와 같은 재정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부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으로 될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정부정책을 펼 수 있는 여력이 고갈된 상황에서, 집권기간 내내 국가부채 상환에 매달리다가 정권을 마감하는 사태가 되풀이 될 수도 있다.

    최근 PIIGS 국가(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첫 글자)들의 과도한 국가부채로 경제위기가 심화되어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조성된 바 있다. 이들 국가들의 과도한 재정적자와 경상수지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선을 상회하고,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국가부채가 각각 GDP의 125%와 120%이다. 물론 이 나라들이 국가적인 파산위기를 맞게 된 것은 미국 발 금융 위기 때문이다.

    즉, PIIGS 국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침체를 극복하려고 나랏돈을 쏟아 붓다가 곳간이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들의 경제위기는 높은 규모의 국가부채 때문에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국가채무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수 세력의 시각은 이와 같은 현상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그리스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재정구조는 1980년대에 사회당이 집권하던 시절 도입한 사회주의 정책들로 인해 굳어진 것이다(조선일보, 2월 13일)”, “높은 복지지출로 인해 유럽 국가들의 재정구조가 취약한 것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한국일보, 2월 9일)” 등의 기사에서 보듯이, 한국의 보수 언론들은 유럽 국가들이 위기에 빠진 원인이 마치 과도한 사회복지 지출 때문인 듯 그릇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과도한 복지제도가 오늘의 재정적자를 초래하고 급기야 경제위기까지 초래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부자 감세 철회-복지지출 확대

    그런데 이러한 주장들에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진실의 왜곡’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사회복지비를 지출하고 있는 북유럽의 국가들은 2008년 이후 밀어닥친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건재하였고, 오히려 위기대응 능력이 탁월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부 유럽국가들 보다 더 높은 사회보장을 하고 있는 중부 유럽의 국가들도 국가부채가 경제위기로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즉, 사회복지 지출을 많이 하는 것이 재정적자와 경제위기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왜곡이자 억측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지금까지의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한국이 세계적 경제위기를 큰 피해 없이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정부들에서 지켜진 재정건전성으로 높은 외환보유고를 확보함으로써 국가가 비교적 위기대응 여력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재정의 건전성은 확보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감세조치는 철회되어야 하고, 민생경제의 발전을 위한 국가복지의 대대적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과제다. 오히려 이를 위한 부자증세가 요구된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주장하고 있고, 시대적 요구로 부상하고 있는 ‘보편주의’ 복지의 제도적 확립을 위해서는 일시적인 재정적자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물론 부자감세의 철회, 토목공사의 중지, 조세정의의 구현 등이 선제적으로 시행되고, 국민적 동의를 얻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겠지만, 이런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적정수준의 공공사회지출 비중을 높이기 위한 일정 기간의 적자재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적자, 생산유발효과와 고용창출효과가 낮고 이미 시대적 필요성을 다한 토목사업을 위한 재정적자, 부자감세를 메우기 위한 재정적자에는 결단코 반대한다. 현 정부가 지금과 같은 재정정책을 지속한다면, 남부 유럽 국가들의 경제위기는 머지않아 우리나라의 현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0년 2월 18일
    사단법인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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